“짝!”큰형이 동생의 따귀를 찰지게 올려붙였다. 그리고는 종이 쪼가리 하나를 툭 던졌다. 쪽지에는 모 식품회사 신입사원 모집 공고문이 담겨 있었다. “잔말 말고 여기로 가라.” 동생은 형의 불호령에 군말 없이 회사에 지원했다. 동생의 나이는 서른 살, 늦깎이 신입사원이었다. 동생은 잠시 쉬어가는 셈 치고 딱 석 달만 회사에 적을 두고 ‘은거’하기로 했으나 뜻밖에도 그럴듯하 게 적응하는 데 성공했다. 입사 4년차에 반장에 올랐고, 2010년 노조 간부가 됐다. 2020년부터 전국식품산업노동조합연맹 대구경북본부장이라는 중책을 맡고 있다
“동시는 동심으로 쓴 시입니다.”예전에는 조금 달랐다. 교장 선생님이 훈계하듯 쓴 동시, 어리광부리는 투의 시가 대부분이었다. 박방희(76) 시인은 다르다. 2005년 ‘푸른문학상’을 수상하면서 그의 시는 아동문학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동심으로 쓴 시’가 해당 분야에서 주류로 자리 잡는 신호탄이었다. 박 시인은 현재 까지 10여권의 동시집을 냈고, 그중 2편은 교과서에도 실렸다. 그의 시는 어른의 입장에서 아이에게 전달하고픈 교훈을 담은 시나 어린아이인 척 하는 시가 아 니라, 그야말로 아이의 마음이 담긴 시를 쓴다. 일반
조승형 작가는 대중들에게 ‘부적 비슷한 그림을 그리는 화가’로 알려져 있다. 화가가 의도한 것은 아니지 만 관람객들이 워낙 “부적을 연상시킨다”는 말을 쏟아놓고 가는 바람에 지난해 12월 대구문화예술회관에 서 열린 개인전의 타이틀도 ‘문자 추상-행운의 부적’이라고 붙였다.서각으로 입문한 예술의 세계굳이 ‘부적’이라는 생각 없이 보아도 그림 속에는 어떤 기원이나 소망이 넘실댄다. 제목만 봐도 ‘대길상집’ ‘결실’ 등 무언가를 바라고 기대할 때 쓰일 법한 단어들을 싹 모아둔 느낌이다.무언가를 간절히 바라고 소망하는 것은 작가에게 오래된
“세상에 이런 일이!”지난 1월, 최혜정(19)씨가 꿈에 그리던 의과대학 합격증을 받아든 날, 소식을 접한 아버지가 뱉은 첫 마디였다. 최씨는 아버지의 품에서 한참을 글썽였고, 오빠는 폴짝폴 짝 뛰면서 기쁨의 함성을 질러댔다. 최씨는 “처음 합격발표를 보고도 믿기지 않았다” 며 “얼른 훌륭한 안과의사가 되어 아버지의 병을 고쳐드리고 싶다”고 말했다.학업과 집안일 병행하다 시험 망친 적도최씨의 아버지는 최씨가 태어날 즈음, 황반변성으로 인한 시신경 손상으로 시각장 애인 판정을 받았다. 병원에서는 아버지의 병을 치료할 수 없다고 했다.
윤국헌(73) ‘사진연구소 빛그림방’ 대표를 만난 것은 지난해 열린 ‘그곳에 가면 대 구가 보인다’라는 타이틀의 사진전 전시장에서였다. 전시장에는 윤 대표와 그의 제 자 19명이 10년 동안 카메라에 담은 대구의 다양한 풍경이 전시됐다. 신천을 비롯해 대구 곳곳의 석조물, 길, 무형문화재, 다리, 서원, 고택, 공원, 유형문화재들이 관객들 에게 시간과 공간, 그리고 그 속에 묻어나는 우리네 삶의 의미를 말없이 묻고 있었다. 호응은 뜨거웠다. ‘좋은 순간을 역사로 남겨줘서 고맙습니다’ ‘흑백의 풍경에서 느껴 지는 안정감과 고독, 외로
가축분뇨에 포함된 녹조의 주요 원인 물질인 ‘인’의 하천 유입을 저감하는 물질이 함유된 친환경 퇴비가 국내 최초 개발됐다. 친환경 퇴비가 보편화할 경우 댐ㆍ저수지 녹조 발생을 근원적으로 해결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NPA스타’ ㈜풍산비 료가 K-water 안동권지사, 안동대, 안동시와 손잡고 공동으로 개발했다.이호동(32) ㈜풍산비료 대표에 따르면 NPA는 물 에 쉽게 녹는 인을 칼슘과 마그네슘 등으로 감싸 물 에 잘 녹지 못하도록 작용한다. 우천시 가축분 퇴비 가 하천에 유입되더라도 인이 남조류의 먹이가 되는 것을 막아
“종가음식은 향토음식이면서 종가 구성원의 삶이 담겨 있는 한국 고유의 식문화 자 원입니다. 종가음식에는 종가의 정신문화와 품격 있는 식탁 문화와 격조 높은 조리 문 화가 모두 녹아들어 있죠.” 안동에는 모두 90여개의 종가가 밀집되어 있다. 각 종가마다 고유의 내림음식이 이 어져 내려오고 있다. 안동이 종가음식의 보물창고로 통하는 이유다. 박정남(53) 예미 정 종가음식 연구원장은 안동에서 종가음식과 관련해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종 가음식 연구와 보급에 매진해온 박 원장은 최근 안동의 첫 조리기능장이라는 타이틀 도 얻었다. 조
‘슬퍼할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머리와 가슴은 겨우 한뼘 거리지만, 때로 화성과 금성처럼 거리가 멀다. 머리로는 이해되지만 가슴으로는 도저히 받아들여지지 않거나, 가슴은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데 논리적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 경우가 있다. 조선 시대 선비들이 죽은 아내를 위해 쓴 제문에도 간혹 그런 구절이 발견된다. 제문이라면 그저 형식적인 글로 생각하기 쉽 지만, 남편들이 쓴 제문은 연서와 전기를 합쳐놓은 느낌이다. 시집온 후 죽음에 이르 기까지 다사다난한 삶의 기록과 함께 죽은 이를 향한 그리움이 절절하게 배어있다. 남
“5살 때부터 집 근처 관악산에 데리고 다녔습니다.” 8살에 국내 100대 명산 도전을 시작해 11살에 지리산 반야봉에서 100좌 완등을 달 성한 김진영 군의 아버지 김한규 씨는 아직도 감동이 가시지 않은 모양이다. 김 씨는 흥분된 목소리로 “진영이의 100대 명산 완등은 세계 최초ㆍ최연소 기록”이라고 전했 다. 슈퍼탤런트 월드 레코드(Supertalent World Record)는 지난해 12월 김진영 군 에게 세계최고기록 인증서를 수여했다. - (사)도전한국인본부 산하 슈퍼탤런트 월드 레코드는 국내에서 세계기록을 심사하고 인증해
“새벽 5시에 버스를 탔는데, 사람들이 꽉 차 있었어요. 너무 놀랐어요. 한국이라는 나라의 진짜 모습을 본 것 같았어요.” 2015년 한국에 온 절멍개래(32ㆍTsolmongerel)씨의 고백이다. 2012년에 관광 차 한국을 다녀갔을 때는 전혀 몰랐던 풍경이었다. 3년 후 다소 절박한 상황에서 한국을 찾았다. 몽골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뒤 오빠가 운영하는 물류회사에서 일했지만, 경기가 나빠져 외국에 일자리를 구할 수밖에 없었다. 백지에서 다시 시작하는 기분으 로 한국행을 택했다. 처음 한 일이 아파트 입주청소였다. 새벽에 일어
“어릴 때부터 농사가 좋았어요.” 경북 고령에 사는 최민호(24)씨는 2년차 농부다. 평생 농사를 짓기로 결심했다. 동네 친구 3명은 모두 대구로 나갔다. 최씨는 “친구들이 직장생활하면서 고충 털어놓는 걸 보면 마음 편한 건 농사가 낫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농사로 인생의 승부를 보겠다”는 야무진 결심을 내비쳤다. 정식 경력은 2년이지만, 중학교 때부터 외삼촌과 어머니가 함께 경영하는 육묘장에서 모판을 나 르면서 농사를 접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척추를 다치는 바람에 지체장애1급 판정을 받았다. 어머니 혼자 농
“피부색으로 차별을 받을 것 같지만, 비보잉에서는 잘하면 ‘리스펙’이에요.” 2020년 전세계를 덮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이어지면서 나라 간 에 이동이 제한되면서 지난해 해외 공연이 취소됐다. 해외 공연을 못 하게 된 댄서팀들 은 힘든 한 해를 보냈을 것 같지만 오히려 더 바쁜 한 해를 보낸 팀이 있다. 세계 최초로 비보잉 대회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한국 비보이 팀 진조크루의 이야기다. 지난해에는 프 랑스 몽펠리 ‘르 제니트 수드’에서 개최한 ‘배틀 오브 더 이어’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우리 나라 비보잉 크루의
차 사고로 아파트 한 채 값이 날아갔다. 직원이 회사 차를 몰다가 사고를 냈다. 차가 뒤집어졌다. 사장 은 모든 일을 조용히 덮기로 했다. 경찰에 신고를 할 경우 사고를 낸 직원이 구치소에 들어가야 할 상황 이었다. 그는 이전에 특정 사건에 휘말려 기소중지 상태였다. 사장은 직원이자 친구인 그를 위해 사고를 불문에 붙였고, 회사가 2,000만 원에 달하는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았다. 80년대 말, A간장 경북 총판에 서 일어난 일이었다. “마산으로 가라.” 덮는다고 덮일 일이 아니었다. 사장의 부친이 이 사실을 알아버렸다. 불호령이
“고향만 아니었어도 진작에 타협했을 겁니다.”김재훈(69) 영천시시설관리공단 이사장은 한화그룹에서만 30년 넘게 근무한 기업 인 출신이다. 그런 만큼 낯선 공기업 문화에 당황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2020년 4월 이사장으로 부임한 이후 지속적으로 ‘관계들과의 전쟁’을 치렀다.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까지 더께더께 눌러붙은 관습과 편견을 벗겨내느라 고군분투한 시간들이었다. “대기업을 벤치마킹해서 케터링(단체급식) 사업을 도입하려고 한 적이 있어요. 그 때 한 직원이 이러더군요. ‘사업이 성공해서 손님이 너무 많아지면 안 된다.
경북도교육청은 지난해 교육청 유튜브 ‘맛쿨멋쿨TV’와 병행해 ‘소통·공감의 날’ 행사를 열어 좋 은 반응을 얻었다. 이 행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소수의 인 원만 참석하고, 다른 직원은 경북교육청 유튜브 ‘맛쿨멋쿨 TV’에 접속해 참여했다.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수상한 2021년도 전국 도서관 운영평가 우수도서관 표창장 전수를 시 작으로, 대학수학능력시험 수험생 응원 영상 시청, 교육감 인사 및 당부 말씀, 직원과의 익명 오픈 채팅 소통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행사 전반에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두
전통시장은 흥겨움의 상징이다. 하지만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어느덧 3년 차로 접어들면서 전통시장은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사람들 간의 접촉이 제한되다 보니 자연스레 왕래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대구 수성 구에 위치한 신매시장은 비대면 배달 서비스인 ‘신매시장 GO배달’을 론칭하는 한편 지난 11월에는 시장 축제를 메타버스로 진행해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시장 장바구니는 옛말, 문 앞까지 배달갑니다 ‘신매시장 GO배달’은 지역선도형 육성사업의 일환으로 신매시장 점포의 상품을 고 객에게 배달하는
영주시에서 학예관리사로 재직 중인 송준태(60) 소수박물관장은 2021문화유산 보 호 유공자 시상식에서 영예의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송 관장은 전국 기초자치단체인 시·군·구청에 근무하는 공무원 중에서 지역 문화유산을 문화재로 가장 많이 지정했 다. 27년간 공직생활을 하면서 국가지정문화재 10건, 지방문화재 41건 등 51건의 문화 재를 지정하는 등 문화유산 보존에 크게 기여했다. 송 관장은 “공직생활을 마감하는 시점에 이렇게 영광스러운 대통령상을 받게 돼 감개무량하다”며 “도움을 준 동료직원 과 경북도청, 문화재청 관계 공무원들
현대홈쇼핑은 홈쇼핑 중에서 유일하게 GA사업을 하고 있다. GA사업은 여러 보 험사와 계약을 맺어 이들 회사의 상품을 판매하는 일이다. 이성훈(42) 대구경북사 업단 단장은 생명보험업계에 전설로 통하는 인물이다. 그는 생명보험업계에 명예의 전당으로 통하는 MDRT(Million Dollar Round Table·백만달러원탁회의)를 8회 달 성했다. 보험료 1억5,000만원, 수수료 6,000만원 이상 등 조건을 달성해야 얻을 수 있는 타이틀이다. 또한 MDRT회원 자격 기준의 3배 이상을 달성한 회원에게 주어지 는‘COT(Court
“임업후계자로서 부끄럽지 않게 살겠습니다.” ‘2021년 자랑스러운 임업인’으로 선정된 경북 안동시 산숲 가든 김태현(63) 대표 는 “산림 수호의 버팀목인 임업후계자들이 안정적으로 산림경영과 임업활동을 병행 할 수 있도록 앞장서서 공익적인 산림정책에 기여하는데 나름의 역할을 다하겠다” 고 밝혔다. 1996년 임업후계자로 선정돼 이 분야에 첫발을 디딘 김 대표는 현재까지 임야 19헥 타 규모의 임야를 경영하고 있다. 2008년에 안동시 남선면에 시유림 3.9헥타를 대부 받아 산양삼 재배를 하고 있기도 하다.신 도청 소재지 공원에 은
“처음 연구실에 들어갔을 때 외국 유학을 온 기분이었어요.” 지방대 대학원에서 영어라는 복병을 만날 줄은 몰랐다. 연구실 구성원 대부분이 외 국인 교수와 유학생들이었다. 더듬거리던 영어가 입에 익을 즈음 본격적으로 연구를 시작할 수 있었다. 영남대학교 화학공학부 대학원에 재학 중인 김지수(25)씨의 이야 기다. 그가 소속된 연구팀은 지난해 고밀도 흑연을 사용해 고성능 알루미늄 이온 배터 리를 개발하는 성과를 냈다. 해당 연구를 바탕으로 쓴 논문은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학술지인 ‘나노 레터스’에 게재되기도 했다. 학부연구생에서 대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