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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번 실패 … 시간은 버티는 자를 배신하지 않아요”

  • 입력 2022.01.11 00:00
  • 수정 2022.03.23 15:00
  • 기자명 김채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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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저명학술지에 논문 게재한 대학원생 김지수


“처음 연구실에 들어갔을 때 외국 유학을 온 기분이었어요.” 
 지방대 대학원에서 영어라는 복병을 만날 줄은 몰랐다. 연구실 구성원 대부분이 외 국인 교수와 유학생들이었다. 더듬거리던 영어가 입에 익을 즈음 본격적으로 연구를 시작할 수 있었다. 영남대학교 화학공학부 대학원에 재학 중인 김지수(25)씨의 이야 기다. 그가 소속된 연구팀은 지난해 고밀도 흑연을 사용해 고성능 알루미늄 이온 배터 리를 개발하는 성과를 냈다. 해당 연구를 바탕으로 쓴 논문은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학술지인 ‘나노 레터스’에 게재되기도 했다.  


학부연구생에서 대학원생으로
 “자네 혹시 나와 함께 연구를 해볼 생각 없는가?”
 대학교 3학년 때 교수님 한 분이 김씨에게 대학원 입학을 권했다. 김씨는 “대학원 보다는 취업을 하고 싶다”며 제안을 정중히 거절했다. 하지만 제의를 받은 뒤부터 대 학원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 생겼다. 일주일쯤 지나 친구와 점심을 먹고 강의실로 가다가 연구실에 붙여진 학부 연구생 모집 포스터를 발견하고는 ‘해보고 싶다’는 마음 이 불쑥 들었다. 
 “대학에 입학 후 어떤 일에 열정을 갖고 매달려본 기억이 없었어요. 학부 연구생이 제 대학생활에 전환점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았어요.”
 학부 연구생을 신청하기로 마음먹은 뒤 전기화학 분야를 잘 알고 있는 이기백 교수 를 찾아갔다. 부임한 지 얼마 안 된 이 교수에게 김씨는 첫 학부 연구생 제자였다. 학 부 연구생이 되고부터는 미친 듯이 실험에 매달렸다. 이 교수도 학생들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넘쳤다. 김씨 역시 그를 믿고 학부를 마친 뒤 곧장 대학원으로 갔다.


Why so serious? Cheer Up!
 “알루미늄 배터리에 대한 연구를 해보는 게 어떻겠나?”
 첫 연구를 마치고 논문을 쓰려고 준비하고 있을 때 이 교수가 두 번째 연구주제를 제안했다. 알루미늄 배터리는 리튬 배터리와 비교해 선행 연구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녹록잖은 주제였다. 하지만 내심 신뢰하고 있는 교수가 제안할 때는 충분히 이유가 있 으리란 생각에 “해보겠습니다”라고 답했다. 
 실험은 망망대해에서 섬을 찾아 나서는 것과 같았다. 오랜 시간을 인내심을 가지 고 노를 저어야 했다. 김씨는 알루미늄 배터리에 대해 1년 반을 연구해 결과를 얻어냈 다. 성공까지는 50번 이상 실패했다. 그 과정에서 패배감이나 열등감, 우울감에 빠지 지 않는 것이 중요했다. 
 “실험 과정에서 수많은 고배를 마셨어요. 그럴 때마다 힘을 북돋아 준 것은 실험실 동료들이었어요. 실험에 실패한 후 끙끙대며 돌파구를 고민하고 있을 때 색다른 방법 을 제안해주기도 했죠. 그렇게 힘든 시간을 버텼어요.”
 이번 연구를 계기로 “시간을 들이면 반드시 결과가 나온다”는 교훈과 함께 큰 성취 감을 얻었다. 석사 졸업을 앞두고 제대로 부딪혀서 안 될 일은 없다는 것을 몸으로 배 웠다. 김씨의 올해 목표는 이차전지 관련 기업에 입사하는 것이다.  
 “배터리 개발 부서에서 일하고 싶어요. 제가 개발해 낸 배터리가 우리 일상생활에 서 사용되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된다면 더없이 기쁠 것 같아요. 포기하지 않고 연구했 던 경험을 살려 배터리 개발도 성공해 낼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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