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사람들은 ‘기후 문제는 먼 후대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심각한 건 알겠는데, 당장 뭔 일이 있겠어?’라고 얘기한다. 과연 그럴까?지난 8월 8일 서울에서는 기상 관측 이래 최악의 폭우가 내렸다. 도로가 침수돼 마비됐고 침수된 인도로 대피하던 4·50대 남매가 맨홀에 빠져 실종 후 사체로 발견됐고 침수된 반지하에서는 장애인 일가족이 갇혀 숨져 있었다. 당장 우리 눈앞에서 벌어진 안타깝고 참혹한 일이다. 특히 동작구 신대방동에서는 시간당 최고 141mm의 폭우가 쏟아졌다. 이 정도의 폭우는 폭포 아래서 폭포수가 머리 위
케이블카는 가는 줄에 의지해 이쪽에서 저쪽으로 건너가는 다리다. 의지할 것 없는 허공에서 의지할 것 없는 허공으로 최소한을 의지해 건너는 방법이다. 여기와는 다른 세상으로 가는 가장 간단한 방법인지도 모른다. 케이블카 하나가 가려진 현대사의 이면을 함축한다. 해발 699m. 겹겹의 설악 능선 너머 자리 잡은 케이블카는 외양부터 세속을 벗어난 듯 세속 의무나 책임에 초연하다. 저자 거리의 바람이나 풍문조차 들리지 않는 적막을 성벽으로 두른 듯하다. 700m 고지에도 채 미치지 않지만 이렇게 높고 먼 곳이 또 있을까.아는 사람들은 다
전남 여수해상케이블카는 여수시 수정동 자산공원과 돌산읍 우두리 돌산공원 사이 1.5km 바다 위를 가로지른다. 해상 케이블카로는 국내 최초로 2014년 12월 2일 개통해 한해 200만 명의 승객을 나르는 ‘황금 노선’이다. 남해안에는 현재 통영(2008)·여수에 이어 사천(2018), 목포(2019), 울돌목(2021), 거제(2021) 등 모두 여섯 곳의 해상 케이블카가 1시간 거리로 들어서 운행 중이다. 사업 베끼기와 난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여수해상케이블카 개통 당시는 2012 여수세계박람회 이후 접근성이 좋아지고 지
통영미륵산케이블카는 이름 그대로 산악형 케이블카다. 해상 케이블카가 아니다. 그런데도 여수, 목포와 함께 남해안 3대 해상케이블카로 불렸다. 그만큼 바다 전망이 뛰어나다는 얘기다. 한참동안 국내 유일의 ‘한려수도 조망’ 케이블카였다.일찌감치 2008년에 개통(2007년 준공)하자 승객이 몰렸다. 산악 지형을 배경으로 그림 같은 한려수도의 전망 트인 통영케이블카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날아올랐다. 연 매출 200억에 순이익 30억. 개장 이래 매년 통영시에 배당금을 지급했고, 개장 13년 만인 지난해 승객 1500만 명 기록을 세
관광 정책 결정은 종종 딜레마에 빠진다. 관광 정책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개발과 보전의 가치 갈등은 첨예하기 때문이다. 사람의 편리·이익을 취하려는 개발과 자연·생태를 살리고 지키려는 보전의 가치는 자주 충돌한다. 그 사이에서 정책 결정은 상당 부분 조정 기능에 다름 아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이 기능은 자주 무력하거나 무시된다. ‘생태계 파괴·피해 최소화’나 ‘지속 가능한 개발’과 같은 원칙은 ‘하나 마나 한 소리’가 되고, 그 구체적 지표라 할 환경 영향 평가는 시행 주체에 따라 결과가 판이해 신뢰성 논란이 일기도 한
오늘도 많은 스타트업들이 성공의 꿈을 안고 창업 현장으로 뛰어든다. 창업 기업이 늘수록 폐업하는 기업도 늘어난다. 2019년 기업생멸행정통계 자료에 의하면, 신생 기업의 1년 생존율은 64%이며, 5년 생존율은 31%에 불과하다. 창업 5년 후 살아남는 기업은 열 곳 가운데 세 곳 정도인 셈이다. 창업 현장에서 실제 느끼는 폐업률은 그 이상이다. 성공한 창업은 주변에 회자되어 잘 보이지만, 폐업하면 사라져버리기에 우리 눈에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일상생활 속에서 많은 기업 브랜드를 접한다. 이때 눈, 귀, 머리로 유입된
지난 7월 영국은 40.3℃의 폭염을 기록하며 기상관측 시작 363년 만에 최악의 여름을 보냈다. 역사상 처음으로 국가 비상사태에 준하는 ‘적색경보’를 발령했다. 열차 운행이 지연되거나 취소되고, 일부 항공기의 운항이 취소됐으며, 학교는 조기 하교했다. 포르투갈도 폭염으로 최근 10여 일 만에 1,000여 명이 사망했고, 스페인도 700여 명이 사망했다. 안토니오 구테헤스 유엔 사무총장은 “우리는 기후위기에 공동 대응하거나 집단자살하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경고의 메시지를 발표했다. 이제는 기후 변화가 아니라 기후 위기
유등지 연꽃이 한창이다. 짙은 연잎 사이로 꽃대를 올린 홍련은 붉을수록 맑다. 2만 600평(68,099㎡) 연지를 가로질러 시선은 건너편 또 한 송이 홍련을 만난다. ‘시골책방 봄날’. 봄날은 연지 건너편에 있다. 간판 빛깔이 그대로 홍련이다. 간판은 원래 하나인 듯 연지 풍경 속으로 스민다. 홍련 빛을 고이 담기 위해 여러 번 그렸다는 간판이다. 시골책방 봄날은 연지 건너 홍련처럼 피어 있다. 경북 청도군 화양읍 유등리. 아무려면 여기는 책방이 들어설 곳이 아니다. 주변에서 책방이 들어설 데가 아니라며 말리던 몇 가지 이유들이
지구는 이상 기후로 점점 더워지는데 사람들의 인정 온도는 자꾸 식어가는 걸까. 2015년 3,082,918건으로 정점을 이뤘던 국내 헌혈이 감소세로 돌아선 뒤 좀체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국내는 물론 전세계적으로 헌혈이 급감해 의료 현장에 빨간불이 켜졌다. 백혈병이나 신장 투석 등 환자들이 제때 수혈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응급 환자들이 피가 모자라 위험에 처하기도 한다.이럴 때 온 가족이 헌혈을 생활화해 헌혈 기록 329회인 가족이 있어 주변을 감동시키고 있다. 정인순(대한적십자사대구지사
지역 시민언론의 주역으로 활동할 대구한국일보시민기자대학(이하 대시대, 학장 권연숙) 제12기 시민기자 동기회가 18일 출범했다. 동기회는 이날 오후 6시30분 대구 호텔라온제나 5층 아모르홀에서 창립총회를 열고 정관 승인에 이어 윤종명 초대 회장과 임원진을 추대·선임했다.지난 3월 21일 오리엔테이션을 시작으로 10주 간의 대구한국일보·대시대 시민기자 기본과정을 마치고 출범한 동기회는 일반적인 친목 모임에서 나아가 시민기자 모임으로서 공론장을 열고 다지는 시민언론의 주역으로 각오를 다졌다.윤종명 회장은 인사말에서 “대화와 소통으로
CEO의 삶! 평온할 때 그의 존재 가치는 미약하다. 태풍이 휘몰아치고 쓰나미가 밀려오면 그의 가치는 남다름을 알 수 있다. 기업에 있어 이러한 역할에 자연스러운 자를 ‘뛰어난 CEO’라 부른다. 반면에 평온할 때 시끄러웠던 CEO가 기업이 어려울 땐 오히려 조용해지는 모습을 보게 되는데, ‘무능력한 CEO’가 아닐까 싶다. 당신은 어떤 CEO인가. 어떤 CEO와 함께하기를 갈망하는가. 이러한 말을 질문으로 던진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주변에 남다름을 갖춘 CEO가 흔하지 않음을 방증하는 것 아닐까. 겉보기에 화려함으로 착시현상을 가
때로 그냥 스칠 수도 있었언 인연 하나가 인생을 결정하기도 한다. 대학 초년이던 30여 년 전 ‘손 한 번 잡은’ 인연이 그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경산에 있는 한 복지단체에 자폐 아동을 위한 봉사를 갔을 때였다. 처음 보는 아이 하나가 슬그머니 그의 손을 잡았다. 기껏 큰형 뻘쯤이었을 낯선 대학생의 손을 잡은 아이의 마음이 동시에 울리는 공명 막대처럼 그에게로 전해졌다. 짠했다. 배고픈 아이가 밥 달라고 투정하듯이 유대감과 사랑에 고픈 아이가 그의 마음을 두드렸다는 것을 그는 순식간에 알아차렸다. 봉사를 마치고 돌아온 뒤에도 그에게
DNA는 생명체의 유전 정보를 담고 있는 물질이다. 유전자(gene)를 구성하는 물질로 인간 몸 전체의 설계도에 해당한다. 한 사람의 전체 DNA를 유전체, 영어로 게놈(genome)이라고 한다. 이 서열을 분석하는 것을 인간 게놈 프로젝트라고 하고 이렇게 분석한 염기 서열 전체가 인간 게놈 지도다. 한 사람의 유전적 특성은 그 사람의 DNA 속에 들어있는 염기의 배열 순서에 따라 결정된다. 2003년 전세계는 인간 게놈 프로젝트(HGP, Human Genome Project)를 완성했다는 언론 보도에 환호했다. 인간 생명의 DNA
경산시 자인면 동부리 자인초등 앞에는 해마다 5월이면 집채만 한 꽃등이 켜졌다. 60살 능소화 한 채가 100살 적산가옥과 한 몸처럼 살고 있었다. 꽃등은 세상 환해지는 주황빛이다. ‘자인초등 앞 능소화’, ‘자인 능소화’로 불리는 이 능소화는 2014년 무렵부터 탐방객이나 사진 애호가·동호회의 SNS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풍경 명소라는 소문을 탔다. 담장을 따라 옆으로 넝쿨지는 여느 능소화와 달리 이 능소화는 수직으로 곧추 뻗어 올라 또 한 채 꽃채를 이뤘다. 수세가 얼마나 좋은지 벽을 타고 오르던 줄기들이 지붕을 만나자 귀퉁이를
매주 토요일 새벽 6시 30분 대구 달서구 진천동 한 교회 앞. 예배를 마치는 찬송 소리가 들리고는 곧이어 빗자루 소리가 들린다. 이 구역 담당 환경미화원 혼자서 쓰는 빗자루 소리가 아니다. 20여 개 빗자루가 합창이라도 하듯 함께 쓰는 소리다. 빗자루 소리는 언제 들어도 기분 좋다. 듣기만 해도 거리가 훤해지는 것 같다. 교회 주변에 사는 주민들은 새벽잠 속에서도 이 소리가 누가 어디서 무엇을 하는 소린지 다 안다. 12년째 토요일 새벽마다 들리는 소리이기 때문이다. 충성교회는 개척 교회다. 최영태 담임 목사가 28년 전 상인동에
히메몬스테라. 화분은 이내 시들었다. 버리는 것도 귀찮았다. 더한 것조차 버린 차에 화분 은 대수가 아니었다. 심한 우울증의 가운데. 그녀는 조금씩 스스로를 내버리는 중이었다. 그 렇게 시들어 내버려둔 줄기에서 싹이 났다. 살고픈, 살리고픈 아무 것도 뵈지 않던 사막 같은 눈에 와 닿은 것. 히메몬스테라 새싹. 어떻게 그게 눈에 들어왔을까. 푸르고 여리고 물기 어 린 것이 눈에 닿는 순간 와락 울음이 터졌다. 뭐라 말할 수 없이 고맙고 반갑고 미안했다. 박 정원(대시대 8기 시민기자) 씨는 펑펑 울었다. 나를 위해 산 꽃이 시들기
그 시절은 구멍 숭숭 뚫린 바람벽 같다. 양은(알루미늄) 도시락이란 게 막 나오긴 했 지만 반찬통이란 건 딱히 없었다. 반찬은 ‘종배기’(종지)에 따로 담아 도시락 밥 위에 눌러 놓았다. 덕분에 학교 가는 새 점심 메뉴는 묻지도 않고 ‘섞어 비빔밥’. 점심시간 도시락 뚜껑을 열면 늘 그 모양이었다.나의 고향은 경산시 용성면 덕천리. 1965년 겨울 어느 날 아버지는 용성장에서 플 라스틱 반찬통을 사오셨다. 시골 5일장에도 플라스틱 제품이 밀려들던 시절. 그날 이 후 나는 ‘종배기 도시락 반찬통’ 신세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도시락에
“한니발과 나폴레옹은 알프스 산맥을 넘었고, 고선지는 파미르 고원을 넘었다.” 영국의 탐험가 오렐 스타인(Aurel Stein, 1862~1943)이 조사한 바에 따라 이들 원정의 영웅들이 넘은 고도를 추정하면 알프스 2,500m, 파미르 4,700m였다. 이들이 넘은 해발 고도는 그것을 넘지 않고는 바꿀 수 없었던 현실의 강고한 벽이었다.실내 환기 시스템 분야에도 넘기 어려운 현실의 벽이 앞을 가로막고 있다. 급기구와 배기구는 서로 반대쪽에 따로 설치해야 한다는 통념이다. 지금까지 누구도 ‘이의 있다’고 되묻지 않아 더욱 굳어버린
이맘때 그의 고향 마을은 배꽃 천지다. 배꽃은 화려하지 않아도 매혹적이고 무채색 으로도 우아하다. ‘이화에 월백하고’, ‘이화우 흩뿌릴 제’ 절창을 자아낸 꽃잎이 봄날 바람에 흩날린다. ‘배꽃 피면 벚꽃놀이 일 없다’는 옛말이 틀리지 않다. 달빛 좋은 봄 밤, 은은히 순백으로 눈부신 배꽃 아래를 지나 본 사람은 어리는 꽃빛과 꽃그늘을 평 생 잊지 못한다.김석호 대구한국일보시민기자대학(대시대) 총동창회 골프회장의 고향, 경북 상주 시 외서면 관동리. 이곳에선 ‘갓골’, ‘깃골’이란 토박이말 이름이 귀에 더 익다. 마을이 처음부터 배밭
코로나19가 처음 확산하던 2020년 3월 무렵이었다. 바쁘게 돌아가던 업무와 일상들이 갑자기 멈추거나 느 려지기 시작하던 때 독서모임을 시작했다. 내년이면 60세를 맞이하는 이정숙 작가의 깨어있는 질문 ‘이대로 괜찮은가?’에 대한 답으로 ‘624’라고 이름지은 모임이다.독서모임 624는 이정숙 작가를 중심으로 책 읽기를 즐기는 3명이 참여해 조촐한 4인조로 시작해 지금은 회원 100명을 넘은 큰 모임이 됐다. 3개월 전부터 주말에 모여왔던 책 미팅에 문패를 달고 마음을 단장해 줌 (Zoom) 방식으로 새로 출발했다. 4명으로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