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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마른 화분서 새싹 돋자 터진 울음
“힐링 원예로 세상에 위로 전해요”

  • 입력 2022.06.24 09:00
  • 수정 2022.12.21 15:36
  • 기자명 서선희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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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메몬스테라. 화분은 이내 시들었다. 버리는 것도 귀찮았다. 더한 것조차 버린 차에 화분 은 대수가 아니었다. 심한 우울증의 가운데. 그녀는 조금씩 스스로를 내버리는 중이었다. 그 렇게 시들어 내버려둔 줄기에서 싹이 났다. 살고픈, 살리고픈 아무 것도 뵈지 않던 사막 같은 눈에 와 닿은 것. 히메몬스테라 새싹. 어떻게 그게 눈에 들어왔을까. 푸르고 여리고 물기 어 린 것이 눈에 닿는 순간 와락 울음이 터졌다. 뭐라 말할 수 없이 고맙고 반갑고 미안했다. 박 정원(대시대 8기 시민기자) 씨는 펑펑 울었다. 

나를 위해 산 꽃이 시들기 시작하자 보기도, 버리기도, 만사가 귀찮았을 뿐. 눈길 한번 주 지 않고 버려둬 말라빠진 줄기에서 생명이 밀고 올라오다니. 씨눈처럼 터져 나온 히메몬스 테라 새싹은 정원 씨 삶을 지키는 마스코트가 됐다. ‘이렇게 있어선 안돼.’ 뭐라도 해야 했다. 전공인 심리학을 살려보고 싶었다. 

 

히메몬스테라 새싹에서 본 기쁨·희망

그렇게 만난 게 원예심리학. 꽃과 함께하는 ‘여유로운 심리학’일 것 같았지만 막상 중노동 이었다. 흙과 돌 같은 무거운 재료를 준비하는 일도 일이지만 완벽주의 성격까지 더해져 더 욱 그랬다. 히메몬스테라와 우울증, 전공인 심리학, 원예심리학이 어우러지면서 우연인 듯 필연인 듯 박 대표는 드디어 식물 갤러리를 열었다. 

가게 이름은 순우리말 '열음'을 찾아내 ‘식물 갤러리 열음’으로 했다. 열음은 사람의 노력 이나 식물이 열매 맺는 일이란 뜻. 여기에 더해 이 가게가 문을 연 때가 식물의 열매가 최상 의 상태로 무르익은 여름이라는 의미를 담아 여름을 음차했다. 박 대표는 여름에 태어났는 데 여름 생인 자신의 새로운 삶도 열렸다는 의미도 담았다.

가드닝은 말 그대로 정원을 가꾸는 일이다. 의미가 넓어져 정원 가꾸기뿐만 아니라 식물 가꾸기까지 포함하는 뜻으로도 자주 쓰인다. 최근 코로나19로 실내 생활이 늘어나면서 정원 이나 실내 정원 꾸미기에 대한 관심이나 취미, 사업 등이 더욱 늘고 있다. ‘식집사’, ‘식테크’ 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식물 가꾸기는 시대적 흐름으로 확산하고 있다. 이런 흐름을 타고 식테크나 꽃집 관련 업주나 종사자들도 식물에 대해 제대로 배우고 싶다며 찾아오기도 한다. 

박정원 시민기자의 ‘식물 갤러리 열음’
박정원 시민기자의 ‘식물 갤러리 열음’

 

식물 디자인 전문가 1·2급 과정 운영

모든 식물에게는 최적의 환경이 있다. 식물 키우기에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박 대표는 “키우기 쉬 운 식물과 어려운 식물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식물의 고향과 유사한 환경을 만들어 주면 쉽게 키울 수 있다”고 조언한다. 주변에 흔히 자라는 식물은 대체로 강한 식물이다. 이들 흔한 식물부터 키워보면서 내 집 환경에 맞는 꽃들을 선택하라고 덧붙인다.

식물 갤러리 열음은 식물 디자인 전문가 1·2급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전문가반은 14주(1급 7주, 2급 7 주) 과정, 식물 관련 창업반은 16주 과정(전문 과정+2주)이다. 강의 수료 후 창업을 하기도 한다. 주로 다 루는 식물은 관엽식물. 박 대표는 수강생들이 더 다양한 식물을 경험해 볼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단다. 박 대표는 도시농업관리사협회 대구지부 부지부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수강생은 식물 자체에 대한 호감이나 관심에 따라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한 자신이 하는 일과 접목 하고 싶어 오는 경우도 많다. 아로마 치유농장과 테라리움, 원예독서치료 등과 관련한 경우다. 아이들에게 다양한 식물을 체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려는 어린이집 교사도 있다. 병원에 들어온 화분을 관리하 려고 시작했다가 병원을 초록의 힐링 공간으로 만들어가고 있는 병원장 부인도 있다, 부동산 사무실을 식 물원처럼 꾸며놓은 부동산 등등 다양한 분들이 열음을 찾고 있고 열매를 맺어가고 있다. 또한 수업만으로 는 못다 한 이야기들을 풀어내는 사후 모임도 분기별로 무료 운영하고 있다. 사후 모임에서는 다양한 분야 에서 심도 있는 이야기들이 오간다. 

 

가든 스쿨 운영 계획도

“강의를 듣고 난 수강생들이 이유 없이 죽은 줄 알았던 식물들이 왜 죽었는지를 이제야 알 것 같다며 감 탄할 때 보람과 기쁨을 느낍니다. 그런 감탄의 경험을 더 많이 주기 위해 더 열심히 수업을 준비합니다. 화 분이나 나무, 정원 등 작품의 결과가 좋고 손님들의 만족도가 높을 때 이 일을 하길 잘했구나, 이 일이 내 가 해야 할 일이구나 새삼 생각합니다.”

박 대표는 계속되는 수업과 수업 준비로 야간작업이 이어질 때는 체력의 한계를 느낀다. 하지만 앞으로 일반인들과 전문가들이 함께할 수 있는 식물 갤러리를 제대로 꾸미고 가든 스쿨을 운영하려는 계획이다. 같은 말이지만 치유라고 하면 무거운 느낌이 들고 힐링이라면 누구나 가볍게 접근할 수 있을 것 같다. 박 대표는 힐링 원예를 통해 일상의 소통, 식물을 통한 위로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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