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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혈은 또 다른 생명 나눔
네 식구 329회 ‘헌혈 천사 가족’

봉사에 산다
정인순 대한적십자사대구지사 달성군협의회 총무

  • 입력 2022.08.01 21:35
  • 수정 2022.08.01 22:11
  • 기자명 김윤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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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 동안 모두 329회 헌혈한 정인순 씨 가족.
21년 동안 모두 329회 헌혈한 정인순 씨 가족.

지구는 이상 기후로 점점 더워지는데 사람들의 인정 온도는 자꾸 식어가는 걸까. 2015년 3,082,918건으로 정점을 이뤘던 국내 헌혈이 감소세로 돌아선 뒤 좀체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국내는 물론 전세계적으로 헌혈이 급감해 의료 현장에 빨간불이 켜졌다. 백혈병이나 신장 투석 등 환자들이 제때 수혈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응급 환자들이 피가 모자라 위험에 처하기도 한다.

이럴 때 온 가족이 헌혈을 생활화해 헌혈 기록 329회인 가족이 있어 주변을 감동시키고 있다. 정인순(대한적십자사대구지사 달성군협의회 총무) 씨는 2001년부터 지금까지 102회 헌혈했다. 가족에게도 적극 권해 남편 이우병 씨는 12회, 큰아들 준서 씨 78회, 둘째아들 장규 씨는 137회 헌혈했다. 모두 합쳐 329회다. 결혼과 함께 헌혈을 시작한 며느리는 임신·출산에 육아로 잠시 헌혈을 쉬고 있다.

지난 4월 25일 100번째 헌혈을 하고 있는 정인순 씨.
지난 4월 25일 100번째 헌혈을 하고 있는 정인순 씨.

  “누군가 살릴 소중한 한 방울 보태고파”   

그녀는 처음 헌혈했던 그때를 기억한다. 헌혈은 절대 두려운 일이 아니라 하고 나면 뿌듯하고 스스로 행복해진다는 것을 알게 된 경험이었다. 그녀는 헌혈이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실감한다. 헌혈 덕분에 지금 이렇게 건강하게 살고 있다고 여긴다.

“나눔 중에서도 헌혈만 한 나눔이 없겠다 싶은 마음에 헌혈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주사바늘이 무섭고 아프지만 누군가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소중한 한 방울을 보태고 싶었습니다. 피를 나누는 일은 또 다른 생명을 나누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고 나도 건강해지는 일인데 마다하다뇨. 기꺼이 할 일이에요.”

그녀는 100장이 넘는 헌혈증을 모두 신장 이식하시는 분이나 봉사 단체에 기부했다. 살고 있는 논공읍 지인들에게도 권유해 다섯 명을 헌혈 가족으로 만들었다. 헌혈 전도사 역할을 한 셈이다. 본인이 헌혈에 솔선수범하자 주변에서도 잘 따랐다.

2017년 292만 건을 넘기며 최고 기록을 세웠던 국내 헌혈 건수는 2018년 288만 여 건, 2019년 279만 여 건, 2020년 261만 여 건, 지난해 260만 여 건으로 감소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로 크게 감소했지만 그 이전부터 감소세는 이어졌다.

   “피가 모자라는 건 건강한 사람들의 책임”   

지난 3월 혈액 보유량이 1~3일치 정도로 낮아져 비상이 걸리기도 했다.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에 따르면 전혈이나 혈장에 비해 혈소판 헌혈자가 특히 적어 혈소판 공급이 지연되고 있고, AB형 혈소판의 경우 1주일이 지나야 공급이 가능한 상황이다. 병원에서는 혈액관리본부나 한마음혈액원에 신청한 혈소판을 제때 공급받지 못하자 환자 가족에게 혈소판 헌혈자를 직접 구해서 지정 헌혈의 방법으로 병원에 공급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지정 헌혈 방법으로 헌혈자를 구하지 못한 환자들의 경우에는 지정 헌혈 방법으로 병원에 이미 공급돼 있는 다른 환자들의 혈소판을 임시 변통으로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피가 모자라 수술이나 치료를 받지 못한다면 그 환자의 책임이 아닙니다. 그것은 건강한 모든 사람들의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만일 누군가의 생명이 꺼져간다면 이보다 안타까운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피가 모자라 살릴 수 있는 사람을 살리지 못한 책임은 헌혈을 하지 않은 건강한 모든 사람들이 면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나눔 중에서 가장 소중한 나눔’, ‘또 다른 생명 나눔’인 헌혈에 나부터, 우리 가족부터 나선다면 혈액 위기를 훌쩍 넘어서 사람들의 인정 온도가 꽃필 것이다.

나유영 시민기자 | 김윤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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