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개통 때부터 잦은 고장·멈춤
궤도운송법 어겨 ‘허가 취소 위기’

케이블카 논란
통영 미륵산케이블카의 경우

  • 입력 2022.09.21 06:58
  • 수정 2022.09.22 02:33
  • 기자명 김윤곤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통영미륵산케이블카는 이름 그대로 산악형 케이블카다. 해상 케이블카가 아니다. 그런데도 여수, 목포와 함께 남해안 3대 해상케이블카로 불렸다. 그만큼 바다 전망이 뛰어나다는 얘기다. 한참동안 국내 유일의 ‘한려수도 조망’ 케이블카였다.

일찌감치 2008년에 개통(2007년 준공)하자 승객이 몰렸다. 산악 지형을 배경으로 그림 같은 한려수도의 전망 트인 통영케이블카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날아올랐다. 연 매출 200억에 순이익 30억. 개장 이래 매년 통영시에 배당금을 지급했고, 개장 13년 만인 지난해 승객 1500만 명 기록을 세우며 국민케이블카로 자리 잡았다. 이 거위를 쫓아 남해안에 5개 해상 케이블카가 더 들어섰다. 말릴 수도 없고 그럴 만도 했지만 문제는 ‘승객이 감소세로 돌아선’ 앞으로다. 2017년 140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통영케이블카 승객은 2018년부터 감소세다.

   ‘황금알 낳는 거위’의 속살   

통영케이블카를 찾는 외지인은 기껏해야 이 정도를 알 뿐이다. 지역 신문에는 통영케이블카의 속살이 보인다. 2020년부터 통영케이블카의 안전성 문제가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통영케이블카 안전성 문제의 핵심은 전치 작업. 케이블카에서 캐빈(승객이 타는 이동 차량)의 무게를 지지하는 케이블이 지삭이다. 케이블카의 중추인 지삭의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 지삭에 하중이 닿는 부위를 주기적으로 바꿔주는 과정이 전치 작업이다. 

전치 작업은 국내법에서 12년마다, 제작사 매뉴얼에는 6년마다 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운영사인 통영관광개발공사는 운행 14년 6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공사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법과 제작사 매뉴얼을 모두 어긴 것이다. 왕복식 케이블카의 경우 차량이 시간당 5∼6번 슈 위로 움직이지만 통영에 설치된 순환식의 경우 100번 이상 움직이기 때문에 마모가 훨씬 빨라 제작사 매뉴얼은 전치 주기를 6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국내 기준은 형식 구분 없이 12년으로 규정하고 있어 미흡하다.

통영 케이블카는 2008년 개통 때부터 고장이 잦았다. 개통한 지 3주도 안돼 다양한 이유로 수차례 40여 일 동안 운행이 정지됐던 통영케이블카는 이후에도 잦은 고장과 운행 중단을 반복했다. 시민들은 “당시 설치 공사가 장기간 지지부진 진행되면서 부품들이 비정상적으로 오랫동안 방치돼 일어나는 문제가 아니냐”면서 시공사인 효성이 제시한 사고원인도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경건 한오삭도연구소 대표는 “당시 예산 부족으로 낮은 값에 설치된 미륵산 케이블카는 빠르게 노후화해 보수유지에 많은 돈이 들어가야 한다. 케이블카 사업의 안전 확보를 위해 재투자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국내법 12년마다’, ‘제작사 6년마다’ 다 어겨   

전치 작업과 관련해 통영케이블카 안전성 문제가 처음 불거진 것은 2020년 2월 한국교통안전공단 정기검사에서 전치 작업이 권고되면서부터다. 이어 5월 감사원의 한국교통안전공단 감사에서도 같은 문제가 제기됐다. 감사원은 이후 통영케이블카가 건설 승인 조건을 위반한 사항을 확인한 후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궤도운송법 상 ‘준공 후 12년 이내’라는 승인 조건을 2년이나 넘겨 전치 작업을 한 것은 건설 승인 조건을 ‘심각하게’ 위반한 것으로 허가 취소 위기에 몰린 것이다. 

통영관광개발공사 측은 “국내 삭도법(궤도운송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규정을 어긴 것은 사실이지만 공사 계획과 발주를 통해 문제를 해결했다”면서 벌칙 조항이 개통 후인 2009년에 생겨 감사원의 허가 취소 논리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에 공직비리신고전국시민운동연합 통영지부는 전치 주기를 넘긴 지삭은 폐기해야 하며 슈(케이블카가 공중에 매달리기 전까지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세워진 철 구조물) 위에 얹힌 와이어로프(케이블)의 이동 거리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스위스의 제작사 매뉴얼과 스위스연방 유권해석에는 36m를 옮겨야 하는데 28m만 옮겨 제작사의 매뉴얼을 어겼다는 것. 또한 전치 공사도 공급사의 감독을 받지 않아 정상적인 작업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따라 허가 취소도 검토”   

통영관광개발공사 측은 “교통안전공단의 매뉴얼과 국내법을 고려해 28m를 작업했으며 와이어로프 공급사 감독관의 경우 와이어로프 제작사 감독관이 국내 다른 현장에 감독하고 있어 그 감독관에게 감독을 맡겨 적법한 절차를 밟았다”고 반박했다.

천영기 신임 통영시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통영관광개발공사의 대처가 매우 심각한 상황으로 감사원의 감사 결과가 나오면 허가 취소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면서 정상화 방안도 동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감사원 감사 결과의 귀추가 주목된다.

김경수 시민기자 | 김윤곤 기자

저작권자 © 대구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