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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 위기 ‘발등 위에’
북극곰 다음은 인간이다

기후 위기 ‘마지막 경고’

  • 입력 2022.09.21 07:37
  • 수정 2022.09.21 07:38
  • 기자명 김윤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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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사람들은 ‘기후 문제는 먼 후대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심각한 건 알겠는데, 당장 뭔 일이 있겠어?’라고 얘기한다. 과연 그럴까?

지난 8월 8일 서울에서는 기상 관측 이래 최악의 폭우가 내렸다. 도로가 침수돼 마비됐고 침수된 인도로 대피하던 4·50대 남매가 맨홀에 빠져 실종 후 사체로 발견됐고 침수된 반지하에서는 장애인 일가족이 갇혀 숨져 있었다. 당장 우리 눈앞에서 벌어진 안타깝고 참혹한 일이다. 특히 동작구 신대방동에서는 시간당 최고 141mm의 폭우가 쏟아졌다. 이 정도의 폭우는 폭포 아래서 폭포수가 머리 위로 떨어지는 것과 같다고 한다. 당장 ‘뭔 일’이 발생한 것이다. 누군가가 해결해 줄 수 없는 일들이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상 이변은 지구촌 세계인 모두가 동참해 온실가스를 줄여야 해결 가능한 일이다. 극심한 기후 변화가 생태계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여섯 번째 대멸종’의 시작   

지구는 45억 년 역사 중에서  다섯 번의 대멸종이 있었다. 운석 충돌과 화산 폭발 등으로 급격한 기후 변화가 일어나 생물종의 멸종으로 이어졌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마지막 다섯 번째 대멸종은 약 6,500만 년 전이다. 이때 공룡이 멸종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현생 인류가 배출한 온실 가스로 지구 온난화가 빨라져 극심한 기상 이변이 속출하는 지금의 상황이 6차 대멸종의 시작이라고 한다. 특히 북극곰의 멸종 위기는 대멸종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북극곰 다음은 인류라고 입을 모은다. 2010년 유엔이 발표한 ‘생물 다양성 협약 보고서’에 따르면 1970년 이후 36년 동안 매년 25,000~50,000종의 생물이 멸종했다고 한다. 숫자를 다시 확인했다. 놀라운 숫자다. 보고서는 지구 평균 온도가 2도 상승하면 전체 생물종의 30~40%가 멸종할 수 있다고 덧붙인다. 지구 온도 1도의 차이는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다. 그 온도를 현재의 인류는 2도나 높였다.

   과수 산지 북상하고 벌·나비 급감   

식물 생태계의 가장 큰 영향은 지구 온난화로 인한 식물 재배지의 이동이다. 제주 감귤과 천혜향 등이 지금 경북에서 생산이 되고 경산의 사과는 강원도까지 북상했다. 기온 변화에 따라 과수의 주 생산지도 달라지고 있다. 식물은 스스로 이동할 수 없기에 사람이 폐목하고 다시 심을 수밖에 없다. 특히 과수 농사를 하는 경우에는 기후 변화에 따라 재배 품종을 변경해야 한다. 쉬운 일이 아니다. 식물도 생존과 성장을 위해서 질소 등 영양분을 섭취해야 하는데 식물의 생장 기간이 길어지면서 생태계가 정상적으로 움직이지 않아 생존 자체가 어렵고 체질이 약해지고 있다. 또한 식물이 꽃피는 시기가 앞당겨지면서 수분(가루받이)을 담당하는 벌들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데다 개체수마저 급감하고 있다. 꽃가루를 옮기는 벌과 나비 등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식물의 번식이 어려워지고 과수 재배와 생산도 어려워진다. 꿀벌이 사라지는 현상 역시 기후 변화 탓이 가장 크다고 추측한다.

우리나라 식물 생태계의 가장 큰 피해 사례는 ‘제주 한라산을 상징하는 고산 침엽수’ 구상나무의 집단 폐사다. 세계 최대 구상나무 집단 군락지인 제주에서 구상나무가 폐사했다는 것은 지구 온난화에 대한 충격적인 경고였지만 금세 잊혔다. 한라산 구상나무의 폐사는 이미 2014년부터 시작했다. 한라산 구상나무는 국내에서 적설량 감소와 봄철 이상 기온, 수분 부족 등 기후 변화로 멸종한 첫 식물종으로 기록됐다.

식물 생태계가 붕괴하면 인류 역시 위험하다. 식물 생태계를 살려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2050년쯤 북극곰 3분의 1로 감소”   

지구 온난화로 가장 큰 영향을 받는 동물은 북극곰이다. 북극의 지구 온난화는 지구 평균의 2배 속도로 진행 중이다. 여기에 사는 북극곰은 빙하가 빠른 속도로 녹고 서식지가 급격히 사라지면서 먹이조차 구하기 어려워 멸종 위기종으로 지정됐다. 미국 지질조사국의 연구에 따르면 지구 온난화가 지금의 속도로 진행될 경우 2050년쯤이면 북극곰 개체수는 3분의 1로 감소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와 가뭄으로 깊은 산에 서식하는 동물들도 먹이가 없어 민가 쪽으로 내려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 바람에 동물과 사람이 서로 전염되는 인수 공통 감염병이 확산된다. 사람이 기르는 가축으로 인한 질병도 많다. 홍역이나 결핵, 천연두는 소에게서 전파됐고, 백일해나 인플루엔자는 돼지가 원인이며 AIDS 또한 아프리카 야생 원숭이가 가진 바이러스의 일종이다. 더구나 글로벌화로 인간의 이동이 늘고 농축산물의 무역이 증가하면서 바이러스 관련 질병이 증가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는 해양 동물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바닷물 온도가 올라가면서 지난 100년간 플랑크톤은 약 40%가 줄었다고 한다. 플랑크톤의 감소는 먹이 생태계의 파괴로 이어져 바다 생물은 감소할 수밖에 없다. 또한 수온이 올라가면 산호초가 소멸하고 산호초에 의지해 살아가는 해양 동물들의 서식처가 사라지면서 이들의 멸종을 앞당기고 있다. 수온 상승은 바다의 산성화를 가속화해 생물의 생존을 더욱 위협한다.

그림 자료: KBS 시사기획 창 '고장난 심장, 북극의 경고'(2022.8.23.)

   40년 동안 척추동물 개체수 52% 감소   

WWF(세계자연기금)이 발간한 ‘지구생명보고서’에 따르면 1970~2010년 40년 동안 척추동물 개체수가 52% 감소했다고 한다. 기후 변화가 빠르게 진행하면서 동식물들이 미처 적응하지 못해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사람과 자연이 조화롭게 살아하는 생태계에 균열이 생기면 결국 인간의 생존도 위태로워진다. 생물 다양성을 살려야 인류도 지속 가능하다. 기후 변화를 속도를 줄이지 않으면 인류의 생존은 불가능하다.

서형석 시민기자 (‘기후 위기, 마지막 경고’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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