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대세는 슬로·생태 탐방형
반짝 효과 아닌
‘지속 가능’ 관광 활력소 찾아야

팔공산 케이블카 설치 논란

  • 입력 2022.09.21 06:48
  • 수정 2022.09.22 02:31
  • 기자명 김윤곤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광 정책 결정은 종종 딜레마에 빠진다. 관광 정책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개발과 보전의 가치 갈등은 첨예하기 때문이다. 사람의 편리·이익을 취하려는 개발과 자연·생태를 살리고 지키려는 보전의 가치는 자주 충돌한다. <표1 참조> 그 사이에서 정책 결정은 상당 부분 조정 기능에 다름 아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이 기능은 자주 무력하거나 무시된다. ‘생태계 파괴·피해 최소화’나 ‘지속 가능한 개발’과 같은 원칙은 ‘하나 마나 한 소리’가 되고, 그 구체적 지표라 할 환경 영향 평가는 시행 주체에 따라 결과가 판이해 신뢰성 논란이 일기도 한다.

<표1> 국립공원 케이블카 설치 허용 관련 정책 딜레마의 사회적 구성 과정

   전국 관광용 케이블카 70여 곳 설치·추진   

전국에는 이미 39개소의 관광용 케이블카가 설치돼 운행 중이고 현재 추가로 34곳에서 케이블카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표2, 표3 참조> 케이블카 설치는 더 이상 차별화하거나 특색 있는 관광 상품이 아니다. 통영, 여수, 목포, 제천(청풍), 서울 남산, 설악 등 일부 해상 또는 호반, 산악형 케이블카에 관광객이 몰려 통영의 경우 탑승객 1,500만 명 기록을 세우기도 했지만 주변 곳곳에 케이블카가 들어서면서 이용객은 감소 추세로 돌아서고 있다. 상당수 케이블카는 적자 운영으로 애물단지 신세다. 지역마다 특색 없는 케이블카 사업을 베끼기한 결과다. 

노약자·장애인의 편의를 위해 케이블카를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반대 측에서는 노약자·장애인에게는 관광 편의 이전에 버스, 지하철, 택시와 같은 일상 속 이동이나 통행 등의 편의가 먼저 이뤄져야 하고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더 이상 불편함에 익숙해지기를 거부하는 장애인들이 이동권 보장 요구 시위를 벌였다. 복잡한 지하철에서 노약자·장애인이 밀려나듯이 복잡한 관광지 케이블카에서도 노약자·장애인은 밀려나기 마련일 것이다. 명분용으로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노약자·장애인을 위한다면 노약자·장애인 전용 관광 케이블카를 별도 운영하는 것이 맞다는 것이다.

케이블카 운행으로 등산로 유입 수요를 줄여 오히려 환경을 보호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대 측은 부분적 진실일 뿐이라고 맞선다. 케이블카 운행 구간에서는 등산객의 등산로 유입을 줄일 수 있지만 케이블카 종착역으로 실어 나른 관광객들에 의해 등산로와 산은 이전보다 더 많은 유입자 발길에 시달리게 된다는 것. 대부분의 승객이 종착역에 내려 바로 내려오지는 않는다. 케이블카에 의해 더 깊고 먼 곳으로 관광객을 실어 날라서 자연 환경 훼손 우려는 더 높아진다는 주장이다.

미국과는 달리 유럽이나 중국의 산악 관광지에는 케이블카가 많다. 대부분의 경우 케이블카가 아니면 갈 수 없는 곳에 설치돼 있다. 등산로가 여럿인 곳에다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등산객의 편리와 환경 보호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곳에 설치했기에 그들의 케이블카는 성공 사례다.

<표2> 전국 시·도별 관광용 케이블카 설치 현황(39개소)

   더 오래 머물고, 더 많이 감동하게   

팔공산 관광 활성화는 더 많은 외지인들이 팔공산을 찾게 하고 더 오래 팔공산에 머물게 하는 것이다. 관광객을 더 많이, 천천히 걷게 함으로써 더 많은 것을 느끼고 체험하게 해야 한다. 더 많이 걸어야 더 많은 것을 느끼고 체험할 수 있다. 그리고 더 많이 걸어야 고픈 배를 채우려 식당과 카페를 찾는다. 

요즘 산행 트렌드는 슬로 탐방형이고 생태 관광형이다. 서둘러 산꼭대기에 오른 뒤 돌아가기 바쁜 정상 정복형 산행이 아니라 중간 이하 산지나 평지, 둘레길을 느리게 산책하는 것이다. 더 많은 스토리텔링과 서사, 인문 지리적 체험과 정보, 감동을 이끌어낼 콘텐츠가 필요하다. 이런 콘텐츠 개발에 청년과 노년층을 활용한다면 반짝이는 관광 활성화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고 덕분에 많은 일자리도 생겨날 것이다. 케이블카도 좋다. 하지만 더 오래 팔공산에 머물고 더 많이 느끼고 체험하게 할 콘텐츠가 없다면 잠시 타고 마는 케이블카로는 ‘반짝 효과’에 그칠 수 있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팔공산 국립공원 지정을 추진하고 있다. 대구시는 케이블카 설치와 국립공원 지정을 동시에 성사시킨다는 입장이지만 서로 상충되는 측면은 없는지 항목별로 따져 봐야 한다. 케이블카 설치를 위해 국립공원 지정을 포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케이블카가 있는 팔공산과 국립공원 팔공산. 어느 쪽이 더 외부 관광객 유치에 힘을 발휘할 수 있는지 지혜롭고 긴 안목의 선택이 필요해 보인다. 지역의 주요 사안을 두고 단체장이 바뀔 때마다 비슷한 논란을 반복하는 것은 사회적 비용 낭비다.

자료 사진: 대구 동구청
자료 사진: 대구 동구청

<표3> 전국 시·도별 관광용 케이블카 추진 현황

   “9월 중 타당성 조사 용역” “ 과거 좌초된 사업…철회를”   

이재성 대구시 관광과장은 “팔공산 케이블카 설치는 현재 사업 구상 단계다. 9월 중 기본 구상 및 사업 타당성 조사 용역에 착수한다. 이 결과가 나와야 노선과 이해 당사자 등 사업 내용이 구체화될 것이다. 환경 훼손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겠다. 케이블카 설치가 국립공원 지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지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은 “과거 몇 번이나 시도했으나 매번 좌초된 사업이다. 환경 파괴와 문화재 훼손 문제로 이미 결론이 난 철지난 사업이다. 특히 불교계의 반대로 불가한 사업을 다시 들고 나온 것으로 좌초될 것이 뻔해 대구시는 지금이라도 자진 철회하는 것이 옳다”고 반박했다.

이호숙 시민기자 | 김윤곤 기

저작권자 © 대구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