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궁은 선비의 몸짓과 예법, 품위가 깃들어진 전통 스포츠입니다. 서양에서 테니스가 귀족 스포츠라면 우리나라는 국궁을 꼽을 수 있죠.” 안진욱(73) 대구궁도사랑회 회장은 지난 8일 지역 최초 국궁 민간단체인 ‘대구궁도사랑회’ 초대 회장으로 취임했다. 100여 명으로 구성된 이 단체는 회원 과반수가 궁력 5년 이상인 데다 선수로 활동한 이들도 상당수 포함돼 실업 선수와 견줘도 손색이 없을 만한 실력자가 다수 포진하고 있다.그는 취임사를 통해 “지역민들에게 전통 스포츠 보급과 문화 교류의 지렛대 역할을 할 것”이라면서 “지역 최초 민
“절은 신앙의 터전이기에 앞서 모두가 아끼고 보존해야 할 선조의 문화유산입니다. 하지만 스님들의 고령화로 인력이 부족해 관리가 제대로 안되고 있습니다. 노인일자리사업의 일환으로 사찰 등 문화재관리를 시행하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교통편만 지원이 된다면 노인분들께 는 마음수양과 노동, 건강을 동시에 챙길 수 있는 장소라고 생각합니다. 후대를 위해 문화재를 관리한다는 자긍심은 덤 이죠. 사찰과 문화재의 지속 가능한 보전을 위해 우리 모두의 관심이 절실한 때입니다.” 지난 7월 개원한 구미시의회 의정활동만으로 정신없던
“한국 간장이 태국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겁니다.”지난 8월, 간장 전문 제조업체인 대구의 삼화식품으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발신처는 태국이었다. 지난해 8월 삼화에서 출시한 신제품을 수입하고 싶다는 얘기였다. 처음에는 태국에서도 인지도가 높은 차은우가 모델이라는 점에 관심을 가졌으나, 제품을 테스트한 결과 맛과 향이 뛰어나다는 판단에 생산자와 접촉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승재(56) 삼화식품 대표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국 간장의 맑고 깊은 맛, 산뜻한 향에 매료될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한국 간장 이 태국인의 입맛을
“야가 뭐를 잘몬 뭇나, 와이카노?”결혼할 아가씨를 집에 데려갔더니 마뜩잖은 반응이었다. 그보다 동네에서 난리가 났다. 내 고향 경북 의성은 경상북도에서도 정중앙이다. 순도 백 퍼센트의 경상도 청년이 전라도 아가씨와 결혼하겠다고 하니 하나 같이 손사래를 쳤다. - 당시는 정치판의 영향으로 경상도와 전라도가 서로를 상극처럼 여기던 시절이었다. 아가씨 집도 사정이 다르지 않았다. 경상도 청년이라는 것도 그랬지만, 중매쟁이들이 교사나 공무원 청년의 프로필을 들고 집을 들락거리고 있는 판에 ‘농사꾼’ 사위는 썩 내키지 않았을 것이었다. 게
김성호(57) 경창산업 노조위원장은 지난 14일 ‘31회 사회복지의 날’을 맞아 대구시 사회복지협의회로부터 명예사회복지사상을 수상했다.김 위원장은 “노조원 전체가 명예복지사 인증을 받은 것”이라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종식되면 그간 못다 한 국수 봉사활동도 왕성하게 펼쳐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경창산업 노조와 경영진은 지역에서 노사화합의 모범으로 통한다. 1961년 창립한 경창산업은 현재 사원 1,300여 명, 매출액은 5,200여 억원 이른다. 경창산업은 60여 년 동안 노사 간 갈등과 쟁의 한번 일어나지
논길을 걷다 보면 붉게 물들인 논을 간간이 볼 수 있다. 마치 보석 장식을 한 것 같은 분 홍 열매는 우렁이농법으로 친환경 쌀을 생산하는 왕우렁이 알이다. 영주지역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왕우렁이를 볼 수 있는 곳이 있다. 귀농 8년 차를 맞은 송판섭(61) 대표가 운영하는 송현농장이다.경북 영주시 안정면 생현리에서 풍기IC 방향으로 난 작은 길을 따라가면 도로변에 ‘THE 우렁각시’ 안내판이 보인다. 우리 지역에서는 우렁이가 낯선 식자재라 저절로 눈길이 머물게 된다. 동화 속에 나오는 착하고 선한 우렁각시가 있을 것만 같아 들여다
“한국에 처음 왔을 때 12월이었어요. 치마를 입고 있었는데, 할머니가 ‘너 안 추워?’ 하셨어요. 내가 이렇게 대답했어요. ‘시원해요!’”주란(36)씨는 경북 칠곡 왜관시장의 신참 상인이다. 아시아 식품을 파는 가게의 사장님이 된 지 겨우 두 달째다. 성주에서 2년 정도 장사를 하긴 했지만, 그 경력까지 합쳐도 겨우 2년2개월에 불과하다. 시장 사람들 말마따나 ‘신출내기’에 불과하다. 그러나 목소리에 힘이 넘친다. 인터뷰를 하는 동안 “잘할 자신 있다” “우리 가게는 무조건 잘될 거예요”하는 말을 스무 번도 넘게 했다. “저는 한
“어릴 때부터 역사를 좋아해서 평생 책을 끼고 살았습니다.”이수헌(75) 전 칠곡 왜관농협 조합장과 마주 앉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경북 칠곡을 중심으로 한 지역 향토사에 해박하기 그지없다. 지역사에 관한 한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수준이다. 어릴 때부터 늘 역사책을 끼고 살았다. 2015년 농협 조합장 3선연임이 충분히 가능했으나 향토사를 공부하고 싶어 선거를 접었을 정도다. 이때 “앞으로 초야에 들어가 텃밭 가꾸고 책에 묻혀 살면서 열심히 일하는 지역 일꾼들이 찾아오면 홍두깨로 칼국수를 만들어 대접하고 싶다”는 말을 전하면서
“태어난 곳은 김천이지만 마음의 고향은 군위입니다.”장터해장국은 경북 군위 전통시장에서 가장 먼저 불을 켜는 집이다. 3일과 8일, 장이 들어서는 날도 마찬가지다. 거북이처럼 납작 엎드려 있는 시장에 반짝 불이 켜지면 드디어 생기가 돌기 시작한다. 최순옥 장터해장국(53) 사장은 “2016년에 장터에 식당을 연 뒤 딸 둘 시집보내고, 막내아들 등록금까지 모두 냈다”면서 “군위는 끝없이 이어질 줄 알았던 고생이 끝난 곳이고 전통시장은 내 인생에서 가장 고맙고 소중한 공간”이라고 말했다. “벌건 대낮에도 눈앞이 깜깜하던 시절이었죠”시집
“말이라고 아세요?”군위 전통시장에서 숯불갈비집을 운영하고 있는 오상경(58)사장은 대뜸 ‘말’이 야기를 끄집어냈다. ‘말’은 연못에서 자라는 수초로 겨울 끝자락, 혹은 초봄에 긴 장대로 걷어와 깨끗이 씻어서 먹는다. 오 사장은 “2015년부터 4년 남짓 시장 상인회 회장을 했는데, 그 사이 방송국 사람들을 몇 번이나 연못에 데리고 가서 촬영해 ‘말’을 전국에 알렸다”면서 “나훈아가 제철에 꼭 찾아 먹는 별미로도 유명하다”고 덧붙였다. “아직 추위가 가시지 않은 즈음에 방송국 사람들을 데리고 연못에 가서 말을 따다 보면 귀가 떨어져
백성은 물과 같다고 했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때로 뒤집어버리기도 한다. 관과 주민의 관계를 가장 잘 설명한 비유인 듯하다. ‘물’이 ‘배’를 뒤집는 가장 강렬한 계기는 선거다. ‘물’이 발 아래에 믿고 있다가 뒤집히는 ‘배’도 있었고 ‘물’길을 타고 순항하는 ‘배’도 있었다. 우리나라는 1995년에 지방 자치제가 다시 시행된 이후 20여년이 넘는 세월 동안 지역의 ‘물’과 ‘배’ 모두 정치적 훈련을 거쳤다. 함께 잘사는 지역을 위해 진정으로 어떤 지도자가 필요한지, 또 주민들은 어떤 리더를 뽑아야 하는지 고민하고 판단하는
경북 의성군 가음면 현리 2리 ‘박연구’ 이장은 연구 대상이다. 이장이 권력 있는 직책도, 수입이 있는 자리도 아니지만 그는 나름의 권위를 발휘하고 종종 사비까지 왕창 쓰곤 한다. 연구 대상 박 이장이 도드라지는 권력도 없으면서 권위를 발휘한 사례를 먼저 들어보자. 의성군 가음면 현리 2리에는 지난 40년간 풀지 못한 지역 난제가 하나 있었다. 지금은 저수지, 수로, 양수기 등으로 농번기에 물 문제가 그렇게 심각하지 않다. 그러나 70~90년대까지만해도 농토 물대기가 그해 농사의 성패를 가름할 정도였다. 가뭄이 심한 해는 더욱 그랬
“캄보디아 소녀가 보내준 꽃 한 송이가 저를 여기까지 오게 했어요.” 사공누리(38)씨는 노르웨이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다. 2014년 미술을 공부하려고 노르웨이에 왔다가 남편을 만나 정착했다. 지금은 ‘노르웨이의 사우디’로 통하는 스타 방에르에서 예술가이자 로갈란드(rogaland) 주립미술관의 도슨트로 활동하고 있다. 노르웨이에 뿌리를 박고 있지만 가장 한국적인 예술을 펼치는 작가로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8월에 한국에서 연 개인전에서도 붓글씨를 연상시키는 그림과 삼베천을 활용한 설치 미술 작품을 선보였다. 그는 “노르웨이는 연중
성주군 우체국에서 10년째 근무하고 있는 한주환(43)씨는 밤에는 소프트테니스(정구) 선수로 변신한다. 그는 선수인 동시에 지도자다. 성주 생활체육공원에서 진행하는 레슨 프로그램의 코치를 맡고 있다. 학생은 15명, 레슨코치는 한 씨를 포함해 3명이다. 문경이나 순천, 충북에도 소프트테니스 동호회가 있지만 선수 출신 코치가 이렇게 많은 지역은 성주뿐이다. 한 씨에 따르면 문경이 ‘정구의 도시’로 통하지만 성주도 그에 못잖다. 지난 7월에 열린 제60회 경북도민체육대회에서 성주 소프트테니스팀이 남자 청년부 단체전에서 우승을 차지하기도
“일본말로 기술을 설명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어요.”김대봉(41) 도개중·고교 유도부 감독은 최근 국제심판 자격을 땄다. 지난 7월 15일부터 7일간 태국 방콕에서 진행된 국제유도연맹 대륙별 국제심판시험과 아시아유도연맹 심판강습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결과다. 국제심판 자격은 대한유도회 추천을 받아야 도전할 수 있는데 외국어 인터뷰와 심판시험을 치러야 한다. 까다로운 절차로 인해 국내에서 자격을 획득한 사람은 수십 명이 채 되지 않는다. 일본어 책으로 공부하며 주경야독김 감독은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많았지만 제자들에게 부끄럽지 않
“너무 젊어. 일 제대로 하겠나?”1986년, 40대 초반에 면장(경북 의성군 금성면)이 된 후 여기저기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의성군에서 최연소였고, 역사상으로 봐도 가장 어린 면장이었다. 주민들은 물론이고 면사무소 직원들도 회의적인 분위기였다.걱정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믿는 구석이 있었다. 청년 모임인 송림동우회였다. 이들은 기대와 소망을 저버리지 않았다. 금성면 지역의 청년들이 뭉쳐서 결성한 송림동우회는 JC(한국청년회의소)가 질투할 정도로 열심히 또 많은 활동을 했다. 이를테면, 병충해 방제 작업을 하면 송림동우회 회원
“고려의 태조 왕건이 이끄는 군대가 위세 당당하게 행군하는 모습에서 군위라는 지명이 유래했다.” 오랫동안 그렇게 믿어졌다. 사실과 다르다. 통일신라 경덕왕 때 이미 군위로 불렸다. 그보다는 김유신 장군이 백제를 치기 위해 군위 효령 장군동에 군대를 주둔시킨데서 유래했다는 설이 한층 유력하다고 본다. 그러나 이런 저런 설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군위라는 지명이 ‘위세 당당한 군대의 모습에서 유래되었다’는 믿음 자체다. 믿음 또한 사실 못지않게 중요한 역사의 한 부분이다. 사람들의 생각과 신념은 때로 사실에 버금가는 에너지를 품고 역사의
“민선 8기 4년은 김천 발전의 진정한 골든타임입니다.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됩니다!”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한 김충섭 김천 시장은 “민선 7기 4년 동안 김천 발전의 기초를 튼튼하게 다졌다”면서 “앞으로 4년 동안 시대가 요구하는 현안사업과 지속가능한 미래를 준비하는 신성장 동력 사업을 발굴하고 추진해 ‘중단없는 김천발전’을 견인해 나가겠다”고 밝혔다.민선 7기 4년 동안 김천은 다양한 성과를 냈다. 수상 이력만 봐도 대한민국 농업대상·환경대상·도시대상·범죄예방 최우수, 전국 지방자치단체 일자리대상, 투자유치대상, 스
낭만적인 전원생활을 꿈꾸는 이들이 적지 않다. 넓게 펼쳐진 초지에서 싱그러운 공기를 마시며 유유자적하게 사는 삶이 보장될 것으로 그들은 상상한다.그러나 현실은 만만치 않다. 적지 않은 노동, 노동의 강도에 못 미치는 수입, 병원 등 생활 필수 편의 시설의 부족 등이 귀촌, 혹은 귀농인들을 한숨짓게 만들곤 한다. 이러다 보니 농촌은 특히 젊은이들이 떠나는 곳이고 아이 울음소리가 사라져가는 인구 소멸지역이 되어가고 있다. 이는 대한민국 일부 지역의 이야기가 아니다. 대부분의 농촌에 해당하는 말이다. 한때 인구가 급격히 줄어드는 지역 랭
“그냥 쓰면 붓글씨죠. 서예는 붓과 몸이 혼연일체가 될 때 가능한 경지입니다.”대구 서구 평리동의 한 상가 4층, 문을 열자 진한 먹 향이 와락 달려들었다. 대형 테이블 위로 짙은 녹색의 헝겊이 깔려있고 그 위에는 손가락 굵기로 다듬다 만 돌조각이 여럿 놓여 있었다. 창가에는 크기와 길이가 제각각인 붓들이 주렁주렁 걸려 있었다. 이곳은 서예가 송현수(60)씨의 서실. 돋보기 안경을 3개나 쓴 송 씨는 45년 넘도록 서예를 해왔다. 인장을 팔 때는 돋보기 안경 한두 개로는 턱도 없다고 했다. 1986년 동인동부터 평리동까지 벽면에 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