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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로 30대 귀농 성공 두 누나 부부들도 귀농 합류

토마토 농업 성공으로 의성에 싱그런 귀농 바람
젊은 꽃미남 CEO 소문, 모험 귀농을 모범 귀농으로

  • 입력 2022.08.17 09:00
  • 수정 2022.08.17 11:06
  • 기자명 박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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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윤환 ‘싱그러운 토마토’ 대표
황윤환 ‘싱그러운 토마토’ 대표

낭만적인 전원생활을 꿈꾸는 이들이 적지 않다. 넓게 펼쳐진 초지에서 싱그러운 공기를 마시며 유유자적하게 사는 삶이 보장될 것으로 그들은 상상한다.

그러나 현실은 만만치 않다. 적지 않은 노동, 노동의 강도에 못 미치는 수입, 병원 등 생활 필수 편의 시설의 부족 등이 귀촌, 혹은 귀농인들을 한숨짓게 만들곤 한다. 이러다 보니 농촌은 특히 젊은이들이 떠나는 곳이고 아이 울음소리가 사라져가는 인구 소멸지역이 되어가고 있다. 이는 대한민국 일부 지역의 이야기가 아니다. 대부분의 농촌에 해당하는 말이다. 한때 인구가 급격히 줄어드는 지역 랭킹에 이름을 올리던 경북 의성에서는 그러나 이 같은 시대 조류를 거스르는 현상이 일고 있다.

6년 전 이곳에 단기필마로 들어온 꽃미남 청년 한 명이 바로 새바람의 주인공이다. 현재 수입과 만족스런 전원생활 뿐 아니라 귀농 귀촌의 매력을 전파하고 있는 이는 ‘싱그러운 토마토’의 황윤환(33) 대표다.

황 대표는 그러나 처음부터 농사 지식이나 경험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고교도 농업과는 거리가 먼 대구 인문계 고교를 졸업했다. 졸업과 동시에 그는 군에 입대했고 제대 후 1년간 부모님이 운영하던 카페 일을 도왔다. 그 기간 취직이나 대학 진학은 염두에 두지 않고 농사 짓는 일에 꽂혔다. 카페를 운영하던 부모님이 입버릇처럼 “은퇴를 하면 언젠가는 농촌에 가서 살고 싶다”던 말에 알게 모르게 영향을 받은 것 같았다고 황 대표는 말한다.

현재 그의 연간 수입은 크게 무리하지 않고도 1억5,000만원 정도다. 그러나 황 대표가 가장 만족스러워하는 것은 돈이 아니다. 토마토 하우스 곁 전원주택에서 아침, 저녁 장미꽃 키우고 감상하는 즐거움이 훨씬 더 크다.

넓은 잔디 정원 위에서 애견과 뛰어놀고 주말에는 가족과 함께 바비큐파티를 즐긴다. 도시에서는 결코 경험할 수 없는, 조금 과장되게 말하면 영화 속 한 장면 같은 삶을 살고 있다. 토마토 농장을 종종 방문하는 이들 중에는 소위 잘나간다는 친구들도 적잖다. 처음에는 “시골에서 고생한다”며 위로하던 친구들조차 지금은 “이렇게 사는 게 부럽다“고 하는 이가 많다.

지금까지 일단 성공적인 귀농을 하게 된 데는 나름대로 치밀한 분석과 전망이 밑바탕이 됐다. 의성은 대구 근교 귀농 대상지들 가운데 가운데 땅값이 저렴하다. 제대 후 부모님 카페에서 일하며 모았던 돈과 은행 융자 등으로 농지를 구입할 수 있었다. 가꾸어야 할 작물도 의성의 5대 주류품목에 들지 않는 토마토로 결정했다. 지나친 경쟁 속으로 뛰어들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의성에서 토마토 명인이라 불리던 김갑태 멘토를 만나 2년간 수련한 것이 큰 힘이 됐다. 멘토가 세상을 떠나자 황 대표는 이 농장을 인수, 오늘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황 대표는 의성에서 토마토 농장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자 대구에 사시던 부모님을 의성으로 모셔와 함께 전원생활을 하고 있다.

2년 전에는 첫째 누나 부부 황주영(39) 박종일(42)씨가 의성으로 이주해왔다. 이들 부부 역시 토마토 농사를 지으며 만족스럽게 살고 있다. 올 연말에는 둘째 누나 부부 황선정(36) 조용호(34)씨가 창원 생활을 접고 딸 하윤이(3)를 데리고 이곳 의성으로 온다. 속단하긴 이르지만 황 대표의 삶을 부러워하는 친구나 지인들 가운데도 의성 생활에 합류할 이들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황 대표는 물론이고 부모, 누나 가족들에게 기쁘면서도 축하할 일도 생겨났다. 얼마 전 스튜어디스 출신 여자친구를 의성에 데려와 부모님께 인사시켰다. 그리고는 올해 결혼식을 올리겠다고 깜짝 선물을 안겼다. 결혼 후 가족계획은 자녀 3명이라고 한다.

황 대표는 조금 거창하게 얘기하면 의성 인구 증가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쯤 되면 의성군이 추진 중인 귀농귀촌 정책 및 ‘아이 울음소리가 다시 들리는 의성 만들기’에 혁혁한 공을 인정, 공로패라도 만들어 줘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어머니 배수자(63) 여사는 새벽녘에 일어나 늦은 저녁까지 토마토 키우기와 연구에 매진하던 아들이 언제 시간을 내어 ‘어여쁜 색시’를 데리고 왔는지 신기하고 신통해한다.

황 대표는 19세기 골드러시로 인한 미국 서부 개척시대에는 캘리포니아가 미국인들의 기회의 땅이었다면, 자신에게는 의성이 기회의 땅이라고 고마워한다. 이곳은 자연재해가 비교적 적고 일조량이 많은 반면, 일교차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지역이라 어떠한 작물을 재배해도 잘 되는 곳이다. 사실 마지막까지 귀농 지역을 두고 고민을 많이 했는데 이곳에 오기를 참 잘했다고 미소 지었다. 황 대표는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며 사는 것은 그 무엇보다 가치 있는 삶이라고 생각한다며 자신의 선택을 후회한 적은 단 한번도 없다고 자신했다. “농업은 흘린 땀만큼 대가를 돌려준다. 그것이 가장 큰 매력이다. 농작물은 ‘농부의 발걸음 소리를 듣고 자란다.’는 말의 뜻을 요 몇 년 사이 실감했다”고 밝혔다.

이제 초보 농부에서 벗어났지만 황 대표는 나름대로 확고한 농사 철학을 갖고 있다.

“하농(下農)은 풀을 기르고, 중농(中農)은 작물을 기르고, 상농(上農)은 땅을 기른다. 그리고 성농(聖農)은 사람을 기른다는 말을 들었다. 나는 일단 땅에 투자하고 있다. 현재까지 우리 토마토 농장이 다른 곳과 달리 경쟁력이 뛰어난 것은 땅에 대한 투자 덕분인 것같다”고 분석했다. ‘싱그러운 토마토’의 차별화 농법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땅에 대한 영양분 관리는 물론 볏집을 구입, 정기적으로 토양을 덮고 있는 비닐 아래에 30cm 정도의 높이로 깔아주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땅이 비옥해지면 그 위에 열리는 작물은 자연스럽게 영양가는 물론이고 맛도 좋아진다고 믿는다. 이곳 토마토는 수확 후 일주일이 지난 시점까지 탱탱함과 신선도를 유지한다. 비결은 바로 토양 관리에 있는 것이다. 황 대표는 2023년부터는 스마트 팜의 일종인 양액 재배 기술을 도입할 예정이다. 그렇게 되면 손이 덜 가는 하우스보다 깨끗하고 청결한 하우스, 양적으로 보다 많은 수확을 기대할 수 있는 과학 농가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황 대표의 목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향후, 관광객의 발걸음이 이어지는 의성, 찾아오는 의성 만들기에 한 역할을 하고 싶다며 체험농장, 전원 카페로의 사업 확장을 구상중이다.

황 대표의 아버지 황인재(66)씨는 연고도 없는 이곳에 가족이 뿌리를 내릴 수 있게 도와준 의성 귀농센터와 농업기술센터측에 항상 고마움을 가지고 있다. 자녀들에게 이주민으로서의 권리를 요구하기 전에 이곳에 정착할 수 있게 환경적, 행정적 기반을 마련해 준 의성군과 주민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만큼 융화하며 함께 하는 삶, 주변 주민들과의 관계,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아버지 황씨는 “의성의 최고 메리트는 ‘의성인’인 것 같다. 외지인에 대한 텃세도 없고 항상 열린 마음으로 대해주는 점이 처음부터 인상적이었다. 우리가 받은 따듯함을 앞으로 합류하게 될 귀농인들에게 되돌려 줄 것”이라고 다짐했다.

민선 3기를 맞이한 김주수(70) 의성 군수는 “이렇게 젊은 CEO 황윤환씨의 가족처럼 의성에 이주해 오는 분들이 지역민들과 융화되고, 자신들이 꿈꾸던 생활을 하며 행복하고 보람된 삶을 살고 있는 것을 보게 돼 군수 이전에 한 사람의 의성인으로서 가슴 뿌듯하다”며 또한 지난 6월 28일 통계청 발표에서 알 수 있듯 의성은 2020년에 이어 2021년 2년 연속 귀농인이 선호하는 귀농지 1위에 선정. 귀농 1번지하면 의성이라는 것이 수치적으로 나오는 것은 “지난 8년간의 노력의 결실이 이제 조금씩 표면위로 올라오는 것이다. 앞으로 남은 4년 임기 동안 더욱 노력하여 결과물을 한번 잘 만들어 보겠다. 보다 많은 분이 방문하고 싶은 의성, 추천하고 싶은 의성, 살아보고 싶은 의성, 아이 울음소리가 다시 들리는 의성 만들기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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