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리병동에 들어갈 때 입는 레벨D 보호복보다 사투를 벌이는 환자들의 우울감과 불안한 마음이 더 무겁게 다가왔습니다.“구태헌(52. 사진) 안동의료원 코로나 전담병동 진료처장은 코로나19 발생 초기부터 지금까지 코로나19 환자 진료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응원해 주신 지역민들이 있었기 에 견딜수 있었다”고 회상했다.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 19)이 경북으로 덮치기 시작한 2020년 2월20 일 경북도립 안동의료원에도 첫 환자가 입원했다. 안동의료원에는 지금까지 총 3,968 명이 입원했으며, 전원 140명, 사망 103명,
“음악을 때려치우는 건 20대에나 가능한 이야기죠.”음악으로 돈을 번 것도, 길거리에서 사인 요청이 들어올 만큼 유명한 것도 아니다. 실력은 일찌감치 인정받았다. 김광석과 두 번이나 무대를 함께했고, 서울에 진출해 음 반을 두 장이나 냈다. 최근에는 김호중과 듀엣 무대에 서기도 했다. 기대한 만큼의 성 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때려치우지 않았다. 가수 김동식(51)은 “음악에 발을 들여놓는 즈음이라면 그만두니 마니할 수 있겠지만, 평생 음악을 해온 사람에게 음악 을 그만둔다는 건 불가능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뮤지션은 오장육
6월 퇴임을 앞두고 있는 서재준(60)대구북부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장은 젊은 시 절에 경찰이 되고 싶은 마음이 손톱만큼도 없었다. 의경으로 복무하면서 워낙 업무에 시달렸던 탓이다. 교통단속을 나갔다 돌아오는 길에 “스티커 하나 똑바로 못 떼냐”는 꾸중을 듣기 일쑤였다.“교통 딱지를 떼려고 차를 정차시키면 각자의 사정에 얼마나 마음이 가던지. 그렇 게 한 대, 두 대 계도활동만 하다 보니 함께 나온 경찰들이 안 좋아하더라고요. 그렇게 의경생활을 하면서 경찰만큼은 안하겠다고 마음먹었죠.”그에게 경찰의 길을 권한 사람은 작은아버지였다. 공
“미애씨, 멀쩡한 회사 그만두고 왜 전원일기를 찍으러 가요?”경북 성주군에서 ‘참외 전도사’라고 불리는 김미애(33·농업)씨가 4년 전 귀농선언을 했을 때 주변 사람들 에게 들었던 말이다. 수도권에서 적잖은 연봉을 받던 그는 “현실을 모른다” “몇 년 못 버틸 것”이라는 주변 사람들의 ‘진심어린’ 충고와 조언을 뒤로 하고 부모님이 먼저 귀농해서 농사를 짓고 있는 성주로 돌아왔다. 김씨가 귀농을 결심한 데는 아버지 김화성(56)씨 영향이 컸다. 전직 억대 연봉의 선박 엔지니어였던 김씨 는 고된 업무 때문에 두 번이나 병원신세를 진 후
매년 12월만 되면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수화기 너머로 중년은 훨씬 더 된 남 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멘트는 항상 같았다. “오늘 저녁에 시간됩니까?” 그렇게 10년 동안 총 10억3,500만원을 기부했다. 그 동안 그 기부자는 ‘대구 키다 리아저씨’라는 이름으로 통했다. 최근 밝혀진 키다리아저씨의 정체는 대구 북구 검단 동에서 전기자재 도소매, 전기기계기구 제조 등을 주요 사업으로 하는 미광전업의 박 무근(73) 대표이사였다. 10년 동안 스스로 한 약속, 결국 지켰다2012년 처음으로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1억 원 상당의
“결혼식을 포기하기로 마음먹었죠. 우리 커플의 주머니 사정상 도저히 식 을 올릴 형편이 못 되었어요.”2년 전 경북 성주에 정착한 유승연(25)씨는 4월17일 신동현(29)씨와 결혼 식을 올렸다. 두 사람 모두 독립심이 강해 부모님에게 손을 내밀지 않고 결혼 식을 올릴 마음이었는데, 비용 부담이 너무 컸다. 결혼식을 몇 해 뒤로 미루 고 일단 혼인신고만 하기로 마음먹었다. 이때 유씨가 일하고 있던 카페 사장 인 여한나(37)씨가 나섰다. 여씨는 “그냥 넘어가기에는 너무 아쉽다. 작은 결 혼식도 가능하다”면서 사방팔방 지원받을 수 있
고등학교 2학년이 돼서야 적성을 찾은 ‘늦깎이’ 메조 소프라노가 2년 넘게 미국에서 갈고 닦은 실력을 귀국 2년 만에 선보인다. 주인공은 정미현(27)씨, 예술계 학교를 거쳐 이탈리아 유학길에 오르는 등 통상적인 루트가 아닌 일반계 고등학교를 다니던 중 목소리가 트였고 어학연수를 빌미로 떠난 미국에서 음악석사학위까지 받아온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정 씨가 성악을 시작한 것은 2011년 4월, 우연한 기회에 성악의 발성을 흉내 내던 중 가능성을 본 게 계기다. 이미 춤과 노래에 소질이 있었던 정 씨는 바이올리니스트인 어머니의 영향에
정영애(76) 대구자원봉사포럼 회장은 지난해 12월에 열린 ‘2021년 전국자원봉사자 대회’에서 국민훈장을 수상했다. 52년간 지역에서 학교 밖 청소년들을 선도하고 여 성과 장애인의 목소리를 꾸준히 대변했던 것이 높게 평가받았다. 누구나 소문낼 법 한 일이었지만 정 회장은 목소리를 더욱 낮췄다. 그는 “묵묵히 해왔던 일들이 갑자기 재조명돼 부끄럽다”며 “자원봉사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그 자체로 행복한 일”이 라고 말했다. 정 회장이 처음 자원봉사계에 발을 들인 것은 우연한 계기였다. 국문학과 진학을 목 표로 했지만, 집안의 반대
50년 이내 가장 극심한 가뭄이 기승을 부리는 나날의 연속이었다. 2022년 3월4일 오전 11시20분쯤 경북 울진군 북면 두천리 한 야산, 바람이 세차게 불던 날이었다. 산 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한 것도 그 즈음이었다. 소방차가 부리나케 달려왔을 때 는 이미 온 산이 화마에 뒤덮인 뒤였다. 지켜보던 사람들 역시 속수무책, 이들이 본 이 현장은 그날 저녁 텔레비전 뉴스에 그대로 송출됐다. 오후부터 긴급하게 주민대피령 이 떨어졌고 팔순이 훨씬 넘은 노년층은 옷가지만 겨우 걸친 채 울진읍내의 대피소 세 곳으로 뿔뿔이 흩어졌다.큰
대구 동구 신천동 청구네거리부터 수성못이 코앞인 수성구 두산동 들안로 삼거리까지 이어지는 들안로. 넓은 주차장에 중화요리부터 한정식까지 온갖 음식점이 즐비한 이곳에는 건물 수만큼이나 ‘사장님’도 많다. 이 가운데 한 ‘사장님’이 최근 자신의 40년 외식사업의 스토리를 서비스마케팅 지침서로 엮어 내놨다. 바로 장영진(65) 삼수장어 대표다.장 대표의 외식사업 이력은 4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성업 중인 형님의 가게에서 주방 심부름 부터 음식배달까지 온갖 일을 거들었다. 어깨너머로 틈틈이 주방 등 가게를 살펴본 뒤 장 대표는
손바닥만한 살치살이 철판 위에서 자글자글 소리를 내며 익어가다가 이윽고 한입 크기로 변신해 불꽃샤워를 거쳤다. 새송이버섯과 껍질콩(그린빈)도 함께 철판 위에서 ‘불쇼’의 주인공이 됐다. 14일 매대 13개가 펼쳐진 대 구 북구 칠성동1가 칠성야시장에서 김태근(47) 스테이크69 대표가 스테이크를 굽는 모습이다. 우리나라 사람 들이 가장 선호하는 미디움과 미디움웰던 사이 적정온도는 섭씨 69도, 정성을 양껏 투여한 이름이었지만 오히 려 김 대표는 초기에 엉뚱한 오해도 많이 샀다.칠성시장역 4번 출구, 경사길 따라 내려가면신종 코로나바
오전 5시, 알람 시간에 맞춰 휴대폰이 쇳소리를 내며 쨍쨍 울어댔다. 좀비처럼 어기 적거리며 욕실로 들어가 찬물로 새벽잠을 씻어냈다. 화장대 앞에 앉아 시간을 확인하 며 잰 동작으로 풀 메이크업을 했다. 아침 방송 시간에 맞추려면 미적거릴 여유가 없 었다. 정장 차림에, 계절에 맞는 향수도 잊지 않았다. 드디어 방송 시작, 거실에 놓인 텔레비전 앞에 앉았다. 뉴스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첫 멘트를 날렸다. 화면 속 아나운 서가 아니라 본인이 방송을 진행하는 것처럼. “간혹 스스로에게 물었어요. ‘내가 미친 게 아닐까?’”포항에서 활약하
김해일 의류관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조합원들 사이에서 ‘실타래 이사장’으로 불 린다. 임기 초, 빈번하게 일어났던 조합원 간의 갈등을 원활하게 풀어나간 덕분이다. 하지만 김 이사장에겐 남모를 고민이 있다. 그를 이어 의류관을 이끌어 갈 마땅한 후임자가 나타나지 않는 까닭이다. 4년의 임기가 끝난 지 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이 사장직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조만간 더 훌륭한 사람이 나타나 조합을 이끌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때까 지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말했다. 김 이사장을 만나 2022년 의류관에 산적해있는 현안들과
“자네 어디 갔다 왔는가?”회사로 돌아올 생각은 없었다. 제대 후 새로운 회사를 찾을 생각이었다. 말 년 휴가를 나왔다가 우연히 마주친 공장장의 설득에 넘어가 군복을 벗자마자 다니던 회사로 나갔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어쩌다 출근’이었다. 며칠 뒤, 생 산라인을 돌아보고 있던 창업주가 군에서 돌아온 젊은 직원의 손을 덥석 잡 았다. 악수가 아니었다. 일하고 있는 그의 손을 불쑥 감싸 쥔 것이었다. 장갑 에는 기름때가 끼어 있었지만, 창업주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손기창(100) 경 창산업(주) 명예회장은 어느 날 문득 보이지 않다가
“모범 기업에서 타 기업이 벤치마킹하는 롤모델로 우뚝 서고 싶습니다.”팥앙금 전문제조업체 ㈜태산은 경북 영천에서 대표 모범 기업으로 통한다. 기업 의 기본인 경영 실적부터 알차다. 1994년에 설립해 직원 38명이 근무하고 있는 태산 은 2017년 매출 100억원을 돌파한 후 해마다 26% 이상 매출 증대를 이어오고 있다. 근본 동력은 ‘생산성 향상’이다. 작업환경을 개선해 업무집중도를 높이는데 초점을 맞추어 작업시스템을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한편 꾸준한 설비투자를 통해 생산성을 높였다. 2020년에는 워라밸 실현을 통해 직원들의 사
지인들 사이에서 ‘여자 나훈아’로 통하는 여자가수가 있다. 미스임(31). 시원시원한 성격에 강단도 나훈아의 젊은 시절 못잖다. 그리 길지 않은 가수 생활이지만 그의 생 각이나 행보를 들여다보면 나훈아를 연상시키는 구석이 많다.백석예대 실용음악과를 다니던 시절 그의 별명은 “대구 언니”였다. 동기들보다 두 살 정도 많았기에 ‘언니’였고, 대구라는 수식이 따라다닌 건 사투리를 버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지방에서 올라가면 으레 이틀만 지나도 ‘서울말 모드’를 켜기 마련, 그는 끝끝내 사투리를 고집했다.“연예계 생활을 하려면 서울말을 써
“스무 살 꽃봉오리 눈물로 물들이고 산수유 꽃이 필 때 떠난 그님. 금 성산에 단풍져도 왜 아니오나, 애타는 이 마음을 어이하라고, 오늘도 눈물짓는 의성 아가씨.”‘이것은 시인가 노래인가?’ 답을 하자면 의성 지역가수 김윤정(57)씨 의 대표곡 ‘의성 아가씨’의 노랫말이다. 한국 가요계는 요즘 늘씬한 키 에, 잘생긴 외모, 멋진 패션 감각을 뽐내는 젊은 가수들이 주름잡고 있 다. 이들은 TV 화면은 물론이고 인터넷 음원 사이트까지 장악중이다. 그러나 최근 경북 의성에서만은 지역 가수 한 사람이 조용한 반란을 일 으키고 있다. 바로
“‘내가 사회에 해가 되는 사람인가?’는 생각까지 들더군요.”어느덧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년 차다. 사회 전반이 코로나19의 영향을 받았다. 가장 핵심은 ‘사람이 모이지 않도록 하는 것’이었다. 사람들을 모아놓 고 흥을 띄우던 이들도 자연스레 설자리를 잃었다. 대구를 대표하는 포크 가수 중의 한 명이자, KBS 노래경연 프로그램인 ‘노래가 좋다’에서 대상을 차지하기도 했던 최 재관(53)씨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2017년 8월 타이틀곡 ‘오직 한 사람’이 실린 첫 앨 범이 인기를 끌자 2020년에 본격적으로 2집
‘질풍노도 시기의 반항아’를 품에 안아주고 음악의 길을 걷게 해준 김천 예술고 서 수용(61) 교장은 성악가 출신 트롯 가수 김호중을 ‘청출어람(靑出於藍)’케 한 스승 이다. 그는 방황하던 고교생 김호중의 심신을 품어주었고 소질도 팽개치고 자포자기 에 빠져있던 반항아를 다시 음악의 길로 이끌었다. 김호중이 독특한 음색과 영역을 과시하며 인기 트롯 가수로 활동할 수 있게 된 뿌리는 서수용 교장의 보살핌이 절대 적이라 할 수 있다. 김호중에게 그는 학문만 가르친 교사를 넘어 인간이 되게 한 ‘참 스승’인 셈이다. 두 사람의 인연은 김호
“졸업하기 전까지 국가기술자격증 30개 취득이 목표입니다.”구미대학교 기계자동차공학부 2학년 이강호(24)씨는 ‘자격증 사냥꾼’으로 통한다. 김천생명과학고에서 본인 전공(산업기계)에 해당하는 자격증뿐 아니라 타 전공 자격 증까지 모조리 취득했기 때문이다. 다른 친구들이 고등학생 시절 5개 남짓한 자격증을 취득하는 동안 이씨는 지게차, 굴삭기, 불도저 운전기능사 및 농기계운전·정비기능사 등 국가기술자격증 12개, 공 인자격증 4개를 따냈다. “특별한 비결은 없습니다. 시험에 합격할 때마다 바로 결과가 나타나니까 점점 욕 심이 생기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