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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 가능한 공연이 필요한 이유 무대가 가수를 키우니까요”

  • 입력 2022.05.17 09:00
  • 수정 2022.05.24 14:36
  • 기자명 김광원 기자, 성시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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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식 가수
김동식 가수

 

“음악을 때려치우는 건 20대에나 가능한 이야기죠.”

음악으로 돈을 번 것도, 길거리에서 사인 요청이 들어올 만큼 유명한 것도 아니다. 실력은 일찌감치 인정받았다. 김광석과 두 번이나 무대를 함께했고, 서울에 진출해 음 반을 두 장이나 냈다. 최근에는 김호중과 듀엣 무대에 서기도 했다. 기대한 만큼의 성 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때려치우지 않았다. 가수 김동식(51)은 “음악에 발을 들여놓는 즈음이라면 그만두니 마니할 수 있겠지만, 평생 음악을 해온 사람에게 음악 을 그만둔다는 건 불가능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뮤지션은 오장육부가 아니라 오장칠부

공연이 뜸할 때는 기꺼이 아르바이트에 뛰어들지만, 머릿속에는 음악뿐이다. 욕심 이 과해서 오장칠부가 되었다는 놀부를 연상시키는 음악 욕심이다. 놀부의 ‘심술부’는 오른쪽 갈비뼈 밑에 있었다는데, 그 자리는 기타 연주를 할 때 ‘사운드 홀’이 위치하는 즈음이다. 꼭 그 자리에 ‘음악부’가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20년 세월 동안 변한 게 있다면 세상을 보는 눈이 넓어졌다는 점이다. 젊은 시절엔 히트곡을 만들고 유명세를 얻는데 마음을 쏟았다면 지금은 주변에 더 관심이 많다. 이 를테면 서서히 지역 음악계라는 보다 큰 틀의 음악세계로 관심이 넓어졌다. 그는 지 역에서 지속적으로 음악을 할 수 있는 환경, 혹은 음악하는 친구들이 더 많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에 일조하고 싶어한다.

“1997년에 음반사와 계약을 하고 한동안 서울에서 활동한 적이 있었어요. 그때 대 구 뮤지션들의 실력을 인정하는 분위기였죠. 이를테면 ‘대구에서 왔다’고 하면 ‘실력 괜찮겠네’하는 반응이 바로 나왔어요.”

김씨에 따르면 지금도 많은 뮤지션들이 실력을 쌓고 있지만 무대가 너무 부족하다. 그는 TBC 청춘버스킹이나 포크페스티벌처럼 시민들이 지역 가수들의 노래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는 기획과 무대가 더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타지역 가수를 우선적으로 캐 스팅하는 풍조에 대한 아쉬움도 토로했다.  

“얼마 전 시장을 홍보하는 노래를 만들어 부르는 캠페인이 있었는데, 가수들이 모두 서울에서 내려왔어요. 대구 지역에도 노래할 수 있는 가수가 많은 만큼 지역에도 기회를 더 주었으면 합니다.”

 

지속 가능한 무대를 위한 기획 필요

지속 가능한 무대에 대한 고민도 깊다. 뮤지션들이 설 수 있는 무대가 더 많아져야 음악에 보다 집중할 수 있는 까닭이다. 최근 모 가요 관계자의 제언을 따라 음악과 교 육을 결합한 콘텐츠 개발에 관심이 생겼다. 대구 교동시장이 배경인 ‘굳세어라 금순 아’, 2.28 민주운동에서 시위하던 학생들이 개사해 불렀던 ‘유정천리’ 등 역사와 지 역성을 한데 아우를 수 있는 노래를 모아서 가요와 함께하는 역사사 토크쇼를 해보 자는 의견이다. 

“시대적 배경을 안고 탄생한 가요가 많은 만큼 역사와 짝을 맞추면 가요와 함께하는 역사 토크쇼가 충분히 가능합니다. 당대를 살았던 이들의 정서와 생각이 풍부하게 담 겨 있기 때문에 가장 인간미 넘치는 역사 교실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는 “가수, 연기자, 토크 진행자까지 인적 자원이 너무 풍부하기 때문에 교육부를 비롯해 관계기관과 뮤지션들이 손을 잡으면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학교를 돌며 순회공연을 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는 의견”이라면서 “뮤지션들의 입장에서 말하 자면 지속 가능한 공연이 하나 생기면 음악에 집중하는 뮤지션들이 더 많아질 수 있 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 음악계의 문제는 개인이 다 짊어지고 갈 수 있는 사안이 아닙니다. 다 같이 힘을 모아야 합니다. 뮤지션을 비롯해 다양한 분야의 기획자와 투자자, 관계기관이 함께 나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보다 건강한 음악 생태계가 형성된다고 생 각합니다.”

김씨는 코로나19가 뮤지션들이 무대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 고 밝혔다. 그는 “뮤지션들의 눈빛을 보면 보다 공격적으로 활동 무대를 만들어야겠 다는 생각이 강해진 느낌”이라면서 “앞으로 크고작은 공연이 더 활발해질 것”이라 고 내다봤다.

“숨 쉬는 걸 때려치우는 한이 있어도 무대를 그만둘 수 없는 게 뮤지션입니다. 평생 을 쌓은 음악 내공으로 관객을 만나는 지역 뮤지션이 적지 않습니다. 자세히 보아야 아름답다는 말이 있는데, 지역 뮤지션의 음악도 자세히 보고 들으면 너무도 아름답다 는 것을 깨달을 것입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시민 여러분들께서도 지역의 음악계에 보다 깊은 관심과 애정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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