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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무이, 아부지 파이팅! 외치면서 어르신들 힘 북돋웠죠”

구태헌 안동의료원 코로나 전담병동 진료처장
안동의료원 3,968명 입원, 예방접종 1만3,852명 달성
병실 부족으로 대기 중에 사망했을 때 가장 가슴 아파
“코로나19가 끝날 때까지 파이팅 구호 멈추지 않을 것”

  • 입력 2022.05.18 09:00
  • 수정 2022.05.24 14:34
  • 기자명 권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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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태헌 안동의료원 코로나 전담병동 진료처장
구태헌 안동의료원 코로나 전담병동 진료처장

 

“격리병동에 들어갈 때 입는 레벨D 보호복보다 사투를 벌이는 환자들의 우울감과 불안한 마음이 더 무겁게 다가왔습니다.“

구태헌(52. 사진) 안동의료원 코로나 전담병동 진료처장은 코로나19 발생 초기부터 지금까지 코로나19 환자 진료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응원해 주신 지역민들이 있었기 에 견딜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 19)이 경북으로 덮치기 시작한 2020년 2월20 일 경북도립 안동의료원에도 첫 환자가 입원했다. 안동의료원에는 지금까지 총 3,968 명이 입원했으며, 전원 140명, 사망 103명, 예방접종 1만3,852명, 선별진료소 2,561 명, 재택치료 3만7,789명 등을 관리했다. 환자 중 최고령은 106세, 최연소는 6세이다. 구 처장은 “국내 첫 환자가 발생한 2020년 1월20일 이후 며칠 만에 대구경북을 중 심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격히 확산되면서 우리 의료원은 감염병 확산 방지와 치 료를 위해 최일선에서 싸워왔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끝날 것처럼 끝나지 않고 벌써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고 있다. 지금까 지 쉼 없이 달려올 수 있었던 것은 사스, 메르스를 거치면서 민간병원이 보유하지 않은 감염병 대응 노하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구 처장은 “사명감을 가지고 자신을 희생하고 헌신해 왔던 동료 의료진과 직원들 이 함께 했고 환자들의 협조, 지역민의 응원이 있었기에 견딜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학교생활 중 확진돼 병원 입원 중에도 온라인 수업을 듣던 대견한 아이가 있었어 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긍정적 생각으로 하루 하루를 살아가는 아이를 보면서 하루 빨리 일상으로 돌아가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가장 안타까운 순간은 사망자가 발생할 때였다. 구 처장은 “환자가 상급병실에서 집중적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병실 부족으로 대기 중에 사망하기도 했고, 고령에 만 성질환까지 있어 돌아가신 어르신도 있었는데, 그런 순간이 가장 힘들었다”고 한다. 

“코로나19 확진으로 사망한 경우 제대로 된 장례식도 치르지 못합니다. 모니터를 보 면서 슬퍼하고 울부짖던 보호자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안동의료원은 코로나19 초기 전국에서 확진자들이 몰려들었다. 구 처장은 “안동을 중심으로 의성 청송 영양 군위 예천은 물론 멀리는 전북 전주, 강원 태백 등 전국에 서 병상 부족으로 안동의료원에 입원하는 환자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2020년 2월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된 이후 우리 병원을 찾아주시는 일반 환자들에게는 한동 안 정상적인 진료를 하지 못해 불편을 드려 죄송스러운 마음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고령의 환자들은 정신적 심리적으로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어 회복이 더딘 경 우가 많다. 그래서 고안한 것이 파이팅 외치기이다.

구 처장은 “환자들의 지친 마음을 잠시라도 즐겁게 해드리고 싶은 생각에 두꺼운 N95 마스크가 뚫어지도록 큰 소리로 ‘어무이, 아부지 파이팅! 힘내세요’ 외치면 고령 의 환자들도 웃으며 따라 외치기도 했다”고 한다. 무거운 회진 분위기가 잠시라도 바 뀔 때면 자신이 더 큰 위로를 받는다. 코로나19가 끝날 때까지 파이팅 구호를 멈추지 않을 작정이다.

구태헌 안동의료원 코로나 전담병동 진료처장은 “누군가 건강한 모습으로 회복되 어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을 보는 것이 내가 이 직업을 선택한 이유이고 내 삶의 소 명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의사의 소명의식을 다시한번 일깨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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