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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지진, ‘액상화’ 공포 과장됐다

  • 입력 2017.12.05 00:00
  • 기자명 윤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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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 지질학과 유인창 교수

 

“지진 발생지역서 흔한 현상

 

지난해 경주지진서도 나타나

 

조선시대 기록에도 남아 있어

 

 

한반도 지진의 40% 영남권에서

 

향후 체계적인 지질연구 절실”

 

경북대 지질학과 유인창 교수

 

"액상화와 지하 구멍 모두 우려할 수준 아닙니다." 경북대 유인창(62ㆍ지질학) 교수는 5일 액상화 현상과 지하 구멍의 위험이 필요 이상으로 과장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포항지진 직후 '국내 첫 액상화 현상이 발견됐다'는 주장이 공포를 부추길 때부터 “액상화 현상은 지진이 나면 흔하게 발생하는 현상”이라며 신중한 접근을 당부했다.

액상화는 지진으로 지하수와 토양 모래층이 섞이며 지반이 진흙탕처럼 물러지는 현상으로, 포항의 경우 진앙을 중심으로 2~3㎞ 논밭에서 이런 현상이 발견됐다.

행정안전부도 1일 액상화 추정 신고 17건에 대한 정부 합동조사단 분석결과를 통해 흥해읍 망천리 1곳 남구 송소동 2곳 등 4곳은 액상화 지수 ‘낮음’, 망천리 논 1곳은 ‘높음’ 수준이었으나 “우려할 수준이 아니다”고 진단했다.

“액상화 현상은 지난해 경주 지진은 물론 조선시대에도 발견됐다”는 유 교수는 “액상화 지수가 높다고 측정된 논도 가을수확 후 건조한 날씨에 표층부가 단단하게 굳었기 때문이지 여름이었다면 문제될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지하수 배수작업과 토양보강, 지반보강 등으로 대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상청이 발간한 ‘한반도 역사 지진기록’에 따르면 과거 문헌에서 액상화 현상으로 추정되는 대목은 모두 5회 등장한다. 1643년 7월 24, 25일 울산 지진이 대해 승정원일기에는 “물이 샘처럼 솟았으며, 물이 넘자 구멍이 다시 합쳐졌다. 물이 솟아난 곳에 각각 흰모래 1, 2두(말)가 나와 쌓였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조선왕실의 승정원은 요즘으로 치면 비서실 격이다.

지진 발생 원인에 대한 접근도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열발전소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지만 그는 “지열발전소 물 주입 때문에 지진이 발생했다는 주장은 섣부르다”며 “영향이 있었을 가능성도 있지만 조사도 해보지 않고 성급하게 결론 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포항 지열발전소의 시추공은 2개뿐으로 수백 개를 사용한 미국 셰일가스 채굴문제와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고 덧붙였다.

“한반도 지진의 40% 정도가 영남권에 집중하고 있다”는 유 교수는 “단층이 발달된 영남권은 고려시대부터 역사적으로 지진이 많았기 때문에 앞으로도 지진 발생 가능성이 높은 터라 체계적인 지질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포항 지진 후 피해가 심한 한동대와 흥해초를 중심으로 피해집중 원인과 지진 연관성 등 일대 지질구조를 파악하고 있다.

유 교수는 “액상화 수치가 안정되고 있어 지하 구멍 등에 대한 지나친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며 “지진 현황 파악과 내진설계 등 국가적 대책마련에 집중하는 것이 과제”라고 말했다.

윤희정기자 yo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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