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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2016년 꽃처럼 피어난 사람들

'용지봉’ 변미자 대표

  • 입력 2016.12.20 00:00
  • 수정 2017.01.03 15:56
  • 기자명 윤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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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음식하면 '경북' 입니다!

각 지역 한식 고수들이 모여 손 맛 대결을 펼치는 ‘한식대첩’. 맨 처음 방송이 시작될 때, 고개를 갸웃하는 이들이 많았다. ‘음식하면 전라도’라는 선입견이 강했기 때문이다. “전라도 잔치”가 될 것이라는 시각이 많았다.
2016년 시즌4를 맞은 한식대첩에 이런 선입견에 도전장을 내미는 고수팀이 등장했다. 고조리서를 연구하는 25년 지기 친구, 변미자·최정민 경북팀이다. “양반가문의 두 딸로써 경북 양반음식을 알리는데 앞장서겠다”는 각오답게 5·6회 연속 우승을 차지하며 경북 음식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 고조리서 연구하는 25년지기 친구 경북팀 변미자(왼쪽), 최정민

황탕, 수어찜, 수란채, 돔장…자랑스러운 ‘경북’ 음식
‘경북’팀 변미자 대표(60)는 수성구 들안길에 위치한 한정식 ‘용지봉’ 안주인이다. 지금은 누구나 인정하는 대표한정식가게지만 처음부터 잘됐던 건 아니었다. 여러 번의 부도를 겪었다. 1998년 지금의 한정식 ‘용지봉’을 차렸다. 수많은 실패에 주눅이 들만도 했지만, ‘아이들 밥은 굶길 수 없다’는 모성이 엄마를 뛰게 만들었다.
누구보다 일찍 새벽을 깨우며 새벽시장을 찾아 좋은 재료를 선별했고, 저녁까지 맛있는 음식 연구를 했다. 성실함과 타고난 손맛으로 명실상부한 맛집으로 자리를 잡아나갔고 전문가의 인정도 받았다. 2003~2005 대구음식박람회 금상(3년 연속 최고상 수상), 2006 문화체육관광부지정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점 100선에 선정, 2010 대한민국 요리경연대회 대상수상(보건복지부 장관상),2011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표창을 수상했다. 2016년 어느 여름 날, 변대표의 소문난 손맛을 들은 한식대첩에서 ‘경북’을 대표하는 한식고수로 변대표가 출연해줬으면 좋겠다는 출연제의를 받게 되었다.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는 용기가 안 났어요. 방송도 한 번도 본 적도 없고, 제안 이후 방송을 찾아봤더니 할 수 있을까 생각이 들더라고요.”
바쁜 식당일을 손 놓고 3개월을 꼼짝없이 방송에 매진해야 했기 때문에, 몇 개 팀이 모여 예선전을 치르면서도 마음을 비웠다. 마음을 비운 덕일까, 예선을 통과해 ‘경북’팀으로 출전하게 되었다. 출전결정 이후에는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역사 깊고 자랑스러운 ‘경북’의 양반 음식을 제대로 알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양반의 고장 경북, 숨은 맛이 이렇게 많은 줄이야!
“양반의 고장 ‘경북’에는 역사 깊은 집안이 많아요. 양반 집안이 많은 만큼 그 집안에서만 내려오는 내림음식도 많아요. 많은 분들께 알리고 싶다는 욕심이 들었죠.”
매 경연마다 선보일 음식 연구를 위해 고서를 뒤졌고, 양반가를 찾아다니며 내림음식 재현을 위해 힘썼다.
“<수운잡방> 고서에 등장하는 ‘황탕’밥, 400년 전통 경주 최씨 내림음식 ‘수란채’ 등 경북만의 자랑스러운 내림음식을 소개했어요.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셔서 뿌듯했죠. 방송에 미처 소개하지 못한 뛰어난 내림음식이 더 많은데, 공개하길 원치 않는 집안들이 꽤 있어 아쉬워요.”
음식선정은 물론이고, 재료를 구하는 것도 팀 몫이었다. 특별한 경북만의 일품재료를 찾기 위해 포항, 경주 등 경북지역을 쫓아다니는 것은 기본이었고, 해발 1,000미터 이상 고지에서 나는 석이버섯을 이용한 ‘석이편’을 위해 전문가를 따라 험한 경북 봉화 산을 오르기도 했다.
“절벽에 매달려 줄 하나에 의지해서 채취해야하는 ‘석이버섯’은 심영순 선생님도 쓰고 남는 것을 팔고 가라고 할 만큼 구하기가 힘든 식재료였어요. 1년에 1~2mm 밖에 자라지 않아 10년 이상 자란 것만 채취가능해요. 구하기 힘들었던 만큼 경북의 자랑스러운 일품재료, 또 일품요리를 소개할 수 있어 뿌듯함이 더 컸죠.”

▲ 5회 우승을 차지한 경북팀 개복치맑은탕, 개복치대장볶음(왼쪽), 6회 우승을 차지한 경북팀 양숙 어록구이.

요리재료1:요리사역할9, ‘역일기구(力一技九)’ 경북
양반처럼 조용하지만 강한 경북팀의 저력은 후반부로 갈수록 드러나기 시작했다. 차근히 상승세를 타다 5회에 확실히 쐐기를 박았다. 5회 주제는 ‘지역의 해산물로 차려내는 최고의 바다진미’로 경북은 ‘개복치’를 들고 나왔다.
“최현석 셰프님이 ‘개복치는 본인이 맛없는 생선으로 꼽는 생선 중 하나로, 그야 말로 맛이 없는 맹 맛인 생선’이라고 우려를 표하실 때는 걱정이 앞섰죠. 하지만, 자신 있었기에 그대로 밀어 붙었죠. 무색, 무취, 무맛인 개복치는 요리를 잘하면 정말 담백해지거든요.”
모두의 우려 속에 경북이 선보인 경주 최진사댁 내림방식으로 만든 ‘개복치탕’, ‘개복치대창볶음’은 그야말로 씨름 뒤집기 한 판이었다. 가장 크게 우려를 나타낸 최현석 셰프는 “재료가 1, 요리사의 역할 9라는 ‘역일기구’라는 말이 있는데 경북팀이 꼭 그런 팀”이라며 “요리에 깊은 조예가 보인다”는 칭찬을 했다. 심영순 선생은 “우리 음식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나”며 “이 음식을 아까워서 어떻게 세계에 내놓나 할 정도로 고귀한 음식”이라고 극찬했다. 5회에 이어 6회 ‘약식동원’주제로 만든 ‘양숙’, ‘어록구이’로 시즌4 처음으로 연속우승을 차지하며 ‘소리 없는 강자’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3개월간의 한식대첩4 대장전이 어느새 막바지로 향하고 있다. 경북은 4강을 넘어, 이제 최종우승을 바라보고 있다. “저희가 시즌4 최초로 연속 우승을 했고, 끝장전도 한 번도 치른 적이 없어요. 이제 ‘음식하면 경북’이라는 말이 나올 수 있도록 기세를 몰아 우승까지 해 보겠습니다. ‘경북’의 자랑스러운 음식을 알리는데 앞장설 테니 많이 응원해주세요.”
대전은 곧 끝이 나지만, 변 대표의 도전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이번 방송을 통해 고서와 경북의 자랑스러운 음식에 대해 많은 공부를 했는데, 방송이 끝나면 시간을 들여 차근히 공부해보고 싶어요. 더 많은 내림음식들도 접하고, 우리 선조들 남긴 맛있는 음식들을 후손들에게 넘겨줄수 있도록 책 작업도 하고 싶고요. 방송이 끝나도 ‘경북’대표로 경북음식을 본격적으로 알리는데 앞장서겠습니다.”
윤희정 기자 yo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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