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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약초 무작위 채취… 5년내 국내산 씨 마를 것”

[전국초대석]양승광 고려산삼감정협회장

  • 입력 2016.07.24 00:00
  • 수정 2016.07.26 14:37
  • 기자명 심지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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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방송서 약초 사행성 조장

온오프라인에 심마니 100만명

꾼들 잇속 챙기기 급급 눈속임

대물급 산삼 소식도 뜸해져

값싼 중국산이 국산 시장 점령

“국민들 속아서 먹는 게 현실”

▲ 양승광 고려산삼감정협회장이 35년생 천종삼을 들어 보이며 마구잡이식 산삼채취에 대한 정부차원의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우리나라에서 순수하게 약재로 쓸 수 있는 산약초를 통상 260여종 정도로 보는데 지금처럼 무작위로 채취하면, 단언컨대 5년 내에 국내산은 씨가 마를 것입니다.”

양승광(50) 고려산삼감정협회장은 요즘 걱정이 태산이다. 가뜩이나 산약초꾼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나 무분별한 약초캐기로 인한 부작용이 심한데다 중국산 산삼이 국산으로 둔갑하는 사례도 적지 않아 양질의 산삼구하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현실 때문이다.

고려산삼감정협회는 전문 심마니 2,000명을 포함해 산약초꾼 2만여 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2000년대 초만 해도 산삼을 전문으로 캐는 심마니 수가 1,000명 정도였는데, 지금은 온오프라인에서 활동 중인 심마니만 100만 명에 육박한다.

양 회장은 “1998년 외환위기,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산약초 채취를 부업으로 삼거나 심마니를 전업으로 하는 국민들이 늘어나면서 무분별한 산약초 채취가 극에 달했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최근 대물급 산삼이 발견됐다는 소식도 뜸해졌다. 양 회장은 “산삼은 5~6월에 가장 많이 채취되는데 올해는 아직 대물 소식이 없다”며 “10년 전만 해도 횟수로는 20여회 100~200뿌리가 나왔는데, 작년에는 40뿌리밖에 나오지 않았다”고 안타까워했다.

양 회장은 이런 환경을 사행성을 조장하는 일부 방송이 이를 부추겼다고 단언한다.

“사회 경기가 워낙 나쁘다 보니 일반시청자들은 그럴 듯하게 꾸며진 방송을 보고 로또 당첨을 꿈꾸듯 대물을 캘 요량으로 산으로 갔다가 몸에 좋다는 약초라면 닥치는 대로 뽑아 대고, 어쭙잖은 산약초꾼들은 방송의 신뢰를 바탕으로 잇속 챙기기에 급급해 소비자들을 기만하기 일쑤죠.”

양 회장은 “산삼은 자연삼인 천종, 산까치나 다람쥐 같은 동물들이 인삼 씨를 물어다 야생에 퍼뜨리는 지종, 산에다 인삼 씨를 뿌려 2년마다 이식하는 장뇌삼, 이식을 하지 않고 한곳에서 키우는 씨장뇌(산양삼), 밭에다 재배하는 인삼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며 “이를 가격순으로 매기면 천종 지종 씨장뇌 장뇌삼 인삼 순인데, 현실에서는 장뇌삼이 씨장뇌보다 고가에 거래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했다.

양 회장은 “장뇌삼은 2년마다 한 번씩 3번 옮겨 심으면 6년근이 된다. 옮겨 심는 이유는 새 토양에 옮겨 심으면 영양분이 그만큼 많이 공급돼 한자리에서 키운 씨장뇌보다 뿌리 크기가 10배 이상 크고, 잎과 줄기도 훨씬 좋아 보인다”며 “소비자들을 상대로 돈을 벌겠다고 생각하면 이보다 눈속임하기 좋은 게 어디 있겠냐”고 반문했다.

산양삼과 장뇌삼의 차이를 구분하지 못하는 시중의 잘못된 정보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양 회장은 “인터넷 검색창에 ‘산양삼’을 검색해 보면 ‘산간의 삼림 하에서 인위적으로 종자나 묘삼(어린 산삼)을 파종 이식하여 재배한 인삼’이라고 소개하고 있는데, 이는 장뇌삼을 잘못 소개한 것”이라며 “자연상태인 씨장뇌와 이를 인위적으로 옮겨 심어 키운 장뇌삼은 엄연히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는 “산삼의 진가는 순 야생에서 자란 것일수록 영초(靈草)”라고 강조했다.

양 회장은 “‘먹고 살기가 어렵다’는 이유로 우리 스스로가 산약초 생태계와 시장 질서를 무너뜨린 이면에 더 심각한 문제는 중국산 약초의 범람”이라고 소개했다.

“지난 10년 사이 값싼 중국산 약초들이 국산 약초들을 점령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산약초와 산야초는 조금 다릅니다. 산약초는 야생초와 재배초를 모두 아우르는 개념이고, 산야초는 말 그대로 야생에서 자란 초만을 말하는 것입니다. 이걸 약으로 보느냐, 건강식품으로 보느냐에 따라 산약초와 산야초로 보기도 하지만, 어쨌든 지금은 중국산에 밀려 재배약초도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양 회장은 문제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산 같은 외래 약초들이 시장을 점령한 마당에 국산 것은 비싸면 비싼 대로, 싸면 싼 대로 소비자들에게 점점 외면당하게 될 것”이라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쪽이든 저쪽이든 더 이상 믿을 수가 없으니 결국 우리 스스로 자정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국내 산약초 시장은 머지않아 (중국산으로) 새 판이 짜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 부유해지면서 국민들 의식수준은 30년 전에 비하면 월등하게 높아졌다고 봅니다. 하지만 과연 보는 눈도 그만큼 높아졌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중국산은 먹으면 안 된다면서도 중국산을 (속아서) 먹는 게 현실입니다. 정말 몸에 좋은 것을 먹겠다면, 조금이라도 약초 공부를 하고 사먹었으면 좋겠습니다.”

양 회장은 31년 전인 19세 때 강원경기지역의 어인마니(심마니의 우두머리)였던 집안 형님의 주선으로 산약초 세계에 발을 들였다. 이후 산삼감정법을 익혀 감정사로 전문영역을 개척해 왔다. 1998년 고려산삼감정협회를 창설할 때 주된 역할을 했고, 협회 감정위원과 감정위원장을 거쳐 2006년 협회장에 올랐다. 양 회장은 협회장에 오른 직후 검경을 도와 중국산 산삼을 국산으로 속여 파는 일부 심마니들과 산삼판매업자, 산삼다단계업자들을 구속기소하는 데 앞장서기도 했다.

대구=글ㆍ사진 심지훈 기자 s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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