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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전농협 13년 ‘친절왕’ 조합장
“인사만 우렁차게 해도
주인의식 샘솟습니다”

“자기 일처럼, 조합원은 부모처럼 대하라” 성실․친절 강조
일어나서 인사, 조합장실 상시 개방 … ‘조합원․지역민․직원’ 소통․공감 나눠

  • 입력 2023.03.15 09:00
  • 수정 2023.03.17 09:06
  • 기자명 이종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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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전농협 조합장
매전농협 조합장

 

“안녕하세요! 어서 오이소! 뭐를 도와 드릴까예? 잠시만 앉아 계시이소!”

업무를 시작하기 전, 그리고 업무 마감에 맞춰 인사말을 연습한다. 경북 청도 매전 농협의 풍경이다. 그 덕에 인사가 천성이 됐다. 문이 열리면 거의 모든 직원들이 일어나 인사를 건넨다. 사무적인 말투도 아니다. 인사 한마디 한마디에 정성과 친절이 배어있다. 농협은 주민들의 사랑방이 됐다. 누구라도 농협에 들르면 조합장이 권하는 따뜻한 차 한잔을 대접받는다. 차를 마시며 다양한 농사 정보와 세상 살아가는 얘기를 나눈다. 청년 농사꾼들과 70대 노년층 조합원들까지, 다양한 나이대가 드나든다.

“친절은 농협을 일으킨 바탕”

연임제한 규정으로 올해 3월 퇴임을 앞둔 청도 매전 농협 박명수 조합장(69)은 2010년 2월 매전농협 조합장으로 입성했다. 그 사이 지역에서 ‘친절왕’이란 명성을 얻었다. 매전농협의 ‘전국 친절 1등’은 13년간 꾸준히 이어졌다. 박 조합장은 초선 시절 조합장 선거 공약으로 여러 사항들을 적시했지만, 생활 지역이 시골이라는 특성을 지적하며 ‘고객 눈높이에 맞춘 친절’을 최우선 공약으로 내세웠다. 1,500여명의 조합원 대부분이 지역 어르신들임을 감안해 ‘내 부모처럼, 내 것처럼’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조합원 및 직원들에게 주인의식을 강조한 데서 시작됐다. 

 첫 업무를 ‘직원 친절교육’으로 정하고 전국에서 친절로 소문난 은행과 보험회사, 백화점 등을 찾아 친절교육 벤치마킹을 했다. 그렇게 직원들의 ‘친절 소양’을 다졌다. 그렇게 기초부터 다진 결과였을까. 당선 첫해인 ‘2010년 클린뱅크 인증 수상’(2022년까지 11년 연속 수상) 및 ‘2010년 전국 상호금융대상’(22년까지 9회 수상) 수상의 영예를 차지한다.

 “재임 이전부터 불거진 조합의 부실 운영과 심각해진 경영 상태에 따른 조합원들의 불신과 재정 악화를 극복하려면 직원 및 조합원들의 단합과 주인의식이 필요했어요. 구성원들의 마음을 한데 모으고 끈끈하게 뭉치는 데는 밝은 얼굴과 인사, 서로의 배려가 바탕이 되어야 했지요. 이런저런 방법도 일단 서로 마음을 열고 뜻을 한데 모아야 가능한 일입니다. 친절은 그 바탕 중의 바탕을 굳건하게 만드는 하는 마법입니다.” 박 조합장은 조합장 업무에 몰입하려고 취임 이전부터 운영해 오던 한우 40두를 정리하기도 했다. 그는 “매전농협 임직원 스물한 명 모두가 마음에서 우러나온 진정성으로 내 것처럼 일 해주면 전국 1등 농협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고 늘 강조했다”고 말했다.

“20대 청년 시절부터 지역에 봉사해온 조합장” 칭찬

박 조합장의 친절·성실·주인의식에 대한 열정은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 매전면은 전국적 복숭아 산지로 유명세를 이어왔으나 최근 지구온난화에 따른 복숭아 재배·생산에 어려움이 닥쳤다. 박 조합장은 대추 재배로 품종 전환을 권했고, 이에 바닥을 치던 농가 소득이 급격하게 상승세로 돌아섰다. 그의 주선으로 지역 농산물생산 기업체인 ㈜네이처 팜 (예정수 대표)과의 상생협력으로 한국인삼공사와 건대추 납품계약을 체결해 현재까지 약 270톤을 납품했다. 올해도 약 100여 톤을 납품할 예정이다.

또 협소한 농협 주차장 확장 사업을 위해 조합장이 직접 나서 확장을 위한 편입 예정지 토지 주인을 설득·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추가 비용 절감 및 공정한 거래가격 창출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박 조합장의 주인정신이 탄생시킨 모범사례로 지역민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 2009년 말, 조합장에 취임하기 전 600여억원이었던 조합 자산은 2022년말 기준으로 1000억여원으로 성장했다. 이렇게 50% 넘게 증가한 자기자본 덕분에 우량 조합으로 우뚝 설 수 있었다. 또한 조합 당기순이익 증가로 연 30명 내외, 1회 70만원에 이르는 조합원 자녀들에 대한 장학금 지급 및 출자배당금, 이용고배당금 등 증대는 조합원들의 신뢰감 회복에도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다. 

인터뷰 중에 조합장실에 들어선 70대 어르신은 “20대 청년 시절부터 박 조합장을 알고 지내온 친구 사이인데, 매전면 지역 발전을 위해 청년회장, 이장협 의회 회장, 새마을협의회 등 젊은 시절부터 지역민과 매전농협 조합원을 위한 많은 봉사 활동을 펼쳐 왔다”면서 “조합원·지역민들에게 항상 친절을 강조해 온 박 조합장을 존경한다”고 말했다.

“홀로 되신 90세 노모 봉양하며 효도하고 싶어”

박 조합장은 전국 농협 대상의 고객만족도 우수(11회 선정), CS평가 전국 2위, 서민금융대출 우수(2022년) 등 수많은 공적을 쌓았다. 최근에는 경북농협 관할 157개 농·축·인삼협 가운데 계통 간 상생·발전, 농·축협 간 협력, 사업추진 우수, 농가소득 증대 기여, 농업·농촌·농협 발전을 위한 이미지 제고에 기여한 최고의 조합장을 선정해 수여하는 ‘제15회 경북농협 으뜸조합장상’을 수상함으로써 농협·금융관계자들의 큰 관심을 받기도 했다.

박 조합장은 퇴임 이후 계획과 관련해 “8년 전 아버님을 여의고 홀로 되신 90세 노모와 둘이서 한 집에서 기거하며 아침저녁으로 봉양하고 있다”면서  그동안 어머니에게 못 해드린 효도를 조금이나마 더 하고 싶다. 또 조합장 업무에 치중하느라 소홀했던 감과 대추 농사도 잘 지어서 고향 발전을 위해 마음과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제가 떠나더라도 매전농협 임직원들 모두 농협을 내 것 같이 생각하고, 많은 어르신들로 구성된 조합원들을 내 부모 대하듯이 친절로 맞이한다면 긍정적 에너지가 조합을 몇 단계 더 업그레이드시킬 것입니다. 친절과 성실의 자세를 잃지 않기를 당부하고 싶습니다.”

매전농업협동조합
매전농업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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