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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 없이 뛰어든 사업, 힘든 일 많았어도 참 잘했단 생각입니다!

시작이 반, 시작하는 용기

  • 입력 2018.03.03 00:00
  • 기자명 이용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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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성태 영주한우육가공공장 대표

오성태(51) 대표는 당시 병원 부원장으로 일하고 있었고, 고기와 관련된 어떤 취미도 없었다. 그는 “그저 마음가는 대로 움직였을 뿐이었는데 돌이켜보니 하늘의 뜻이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2014년 12월, 오 대표는 영주에서는 잘 나가던 병원 부원장직을 그만뒀다. 100% 자의였다. 병원 옆 도로 건너편에 사둔 야산 2만5,000여㎡를 한우육가공공장으로 활용하자는 생각에 사표를 던진 것이었다. 육가공공장을 구상한 이유는 간단했다.

 

“영주에는 인삼과 사과, 한우가 3대 특산물인데 유독 한우는 브랜드화 되지 않은 점에 착안했습니다. 내가 뛰어들어보자 싶었죠.”

 

투자자를 찾았다. 평소 잘 알고 지냈던 서울의 한 지인이 돕겠다고 나섰다. 시설투자에만 20억원 이상이 들 것으로 예상됐기에 다시없을 기회로 판단했다.

산지개발과 허가 과정에 1년 이상 어려움을 겪었다. 가장 큰 난관은 200여 가구 마을주민들의 반대였다. 육가공공장이 들어서면 고기 비린내가 진동할 것이고 운반 트럭에서 핏물이 떨어지는 등 혐오시설이 되리라는 막연한 추측까지 보태졌다. 부딪치는 수밖에 없었다. 먼저 병원 근무할 때 신뢰를 쌓았던 주민들을 설득한 후 한명씩 찾아다니면서 완벽한 시설을 약속했다. 결국 동의를 얻어냈다.

고비는 설립을 결심하고 2년이 지난 즈음이었다. 시간이 늘어지자 투자자가 슬그머니 발을 뺐다. “사업이 이렇게 어렵구나”하는 걸 절감한 순간이었다.

간절한 마음이 통했는지 다시 기회가 찾아왔다. 새로운 투자자가 나타났다. 시설비만 해도 시ㆍ도 보조금 6억원을 포함해 20억원이 들어갔다.

그렇게 문을 연 육가공공장은 한우 부분육 발골시설, 양념 육가공시설, 해썹(HAPPC) 시설을 갖추고 하루 최대 30마리의 한우를 품질별 부위별로 발골 포장할 수 있다.

 

“최신위생시설에 영주한우만을 고집하는 경영방침을 세웠습니다. 국군복지단 및 학교급식 검사관들이 매우 만족했습니다. 방침을 철저하게 지킨 덕에 육가공 제품이 도매상과 식당, 국군복지단, 학교급식 등으로 팔려나갔습니다.”

 

지난 첫해 매출은 90억원을 기록했다. 직원도 17명에서 30명으로 늘렸다. 문제는 순이익이었다. 원육을 판매하다 보니 이익금이 적은데다 잘나가는 갈비살 등심 등을 제외한 부위는 처치곤란이었다. 다시 머리를 짜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새로운 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육포와 곰탕이다. 품질을 높이기 위해 다년간 곰탕 식당으로 노하우를 익힌 유상식 씨를 팀장으로 스카우트했다.

 

“보통 곰탕은 한우사골 꼬리 우족 잡뼈 등을 사용하지만, 영주한우육가공공장은 사골과 갈비뼈를 7대3 비율로 섞어 가마솥에 12시간 이상 끓입니다. 사골을 진한 국물, 갈비뼈는 맑은 국물이 우러나므로 적당한 비율로 섞어 끓여야 깊고 깔끔한 맛이 납니다. 핏물제거와 가마솥, 적당한 불 조절이 관건입니다. 특히, 수입쇠고기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순수한 영주한우로 만들기 때문에 별다른 재료를 첨가하지 않아도 맛이 뛰어납니다.”

 

올해는 육가공공장의 잔여부지 1만여㎡에 제품류를 생산, 판매할 공장 및 판매시설 조성에 착수할 예정이다. 오 대표는 “영주한우를 전국 최고의 브랜드로 명성을 높이는데 일조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 모르겠습니다. 정말 바쁘게 살았거든요. 사업에 대한 환상을 품고 무모한 용기를 품고 뛰어들었지만, 결론적으로는 잘했단 생각이 듭니다. 용기 내기를 잘했다는 생각입니다. 앞으로도 초심을 잊지 않고 지역을 위해, 또 같이 일하는 분들을 위해 더 열심히 뛰겠습니다!”

 

이용호 기자 ly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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