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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상화로 본 조선시대 미인상

민복기 박사의 미스코리아 이야기

  • 입력 2020.01.18 00:00
  • 기자명 민복기올포스킨피부과 민복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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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복기올포스킨피부과 민복기 원장

필자는 조선시대의 초상화 작품 중 신윤복의 미인도를 좋아한다. 그 정밀한 붓 터치와 아름다운 곡선들은 눈길이 자꾸 가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다. 이 그림은 한양의 풍류 생활을 주도하던 어떤 아리따운 기생의 초상화이다. 가체를 사용한 탐스런 얹은 머리에 기장이 짧고 소매통이 팔뚝에 붙을 만큼 좁아진 저고리는 요즘 젊은 세대들이 입고 다니는 ‘크롭탑(crop top)’을 연상시킬 정도로 짧으며 여체의 관능미를 유감없이 드러내는 자태이다. 어쩌면 신윤복이 마음속에 담아두고 있던 기생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신윤복도 마음을 빼앗긴 조선시대의미인은 어땠을까? 그 비밀의 해답은 이러한 초상화에 있다.

조선시대의 초상기법은 매우 정밀하여 그 시대의 피부병까지 추측해 볼 수 있을 정도이다. 조선시대 초상화는 흔히 신체는 물론 정신까지 표현한다는 전신사조(傳神寫照) 이론이 구현된 그림으로 평가된다. 과거에 그려진 초상화는 대상이 대개 왕이나 신분이 높은 사람이었는데 권위를 강조하기 위해 미화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조선에서는 인물 모습을 그대로 화폭에 담아내고자 노력했다.

피부과 전문의이자 ‘초상화, 그려진 선비정신’의 저자 이성낙 박사는 조선 초상화가 실제로 매우 사실적이고 정교하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입증했다. 박사는 조선 초상화의 세밀함을 파악하기 위해 국보로 지정된 1710년작 윤두서(1668~1715)자화상과1500년대에 제작된 알브레히트 뒤러(1471~1528)자화상을 비교했다.

입 주변 세 곳에서 2㎠당 털의 개수를 세어 윤두서 자화상은 25~28개, 뒤러 자화상은 12~17개라는 결과가 나타나 조선시대 초상화가 얼마나 세밀한지 볼 수 있다.

박사는 조선 초상화 519점을 분석해 노인성 흑색점, 천연두 흉터, 흑색 황달 등 20가지 피부병 흔적을 찾아내었고, 그림 속 주인공의 피부가 깨끗한 초상화는 4점 중 1점에 불과했다고 한다. 이는 초상화에 나타난 피부병이 단순히 특이하고 신기한 이야깃거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조선이라는 나라를 이해하는 하나의 단서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구한말의 채용신(蔡龍臣)이라는 화가가 라는 병풍에 각 폭마다 조선 8도의 대표 미인을 하나씩 그려놓은 것이 있어서 당시의 지역 미인형을 볼 수 있다. 이들 미인상이 실명으로 그려져 있으며, 각기 그 지역 얼굴의 특징과 잘 부합한다. 인류학적으로 근거가 있는 그림이다. 8명의 미인이 서로 2명씩 마주 보는 자세로 그려진 이 그 병풍에 평양미인은 지금의 관동지방형으로 그려놓은 것이다.

안성미인은 경기도형, 강릉미인은 지금의 관동지방형으로 그려놓은 것이다. 한 화가가 이렇게 정확하게 미인의 지역 차를 구현해 놓은 것을 보면, 당시 500년 조선 왕조 시기에 확립된 일반 팔도미인상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기원전 후부터 이미 중국에는 궁녀 화첩이 있었던 것을 보면, 민간에도 이와 유사한 기생 화첩이 있었을 것이다. 사진이 없던 시절, 병사들의 명부인 군적부(軍籍簿)에 병사 개개인의 인상 특징을 기록해 놓은 것처럼, 기방을 찾는 손님에게 보여줄 실용목적의 화첩을 통하여 당시의 각 지역 미녀들의 용모가 한량들의 입에 오르내렸고, 이를 통하여 지역 미인에 대한 꽤 정확한 정보가 있었을 것이다. 묘사의 정확성으로 보아팔도미인도는 이런 정보와 화첩들을 토대로 그린 병풍으로 여겨진다.

다음 시간에는 팔도미인도에 나온 지역별 미인에 대하여 알아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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