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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마음’이 만든 편견

  • 입력 2020.01.14 00:00
  • 수정 2020.11.11 16:01
  • 기자명 주연아 사회복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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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연아 사회복지사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어느 정도 내공이 쌓이고 난 뒤부터 자신 있게 상담할 수 있게 됐다.“

아이에게 오롯이 매달리지 말고, 우리 어린이집을 믿고 아이를 맡기라고 말씀드렸어요. 어린이집에서는 전문적으로 최선의 케어를 하고 있거든요. 공부하시라는 조언도 잊지 않았어요. 국가나 지자체에서 장애 아동과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한 혜택이 많거든요. 그걸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출생에서 취업, 이후 지역사회에서 직업생활까지 ‘장기 레이스’를 완주할 수 있다고 조언했죠.”

그때 맺은 인연으로 지금까지도 안부를 묻고 간간이 상담을 요청하는 학부모들이 많다. 거북이 마라톤 중인 부모님들의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장애인 60여명, 차별 없는 기업을 꿈꾸며

2018년 12월에 대구드림텍으로 근무지를 옮겼다. 2010년에 문을 연 대구드림텍의 주력사업은 LED조명, 배전반, 보안문서 파쇄사업 등이 있다. 그외에 기타 임가공 사업과 드림마켓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대구드림텍에는 현재 중증장애인 근로자 60여 명과 직원 15명이 있고 장애인에 대한 고용 장려금, 일자리 안정자금 외 사업수익과 법인전입금(후원금)으로 근로자 인건비를 충당하고 있다. 최저임금 법제화 추진에 따라 매년 인건비 부담은 가중되고 있으며, 60%이상의 인건비를 다양한 네트워크 마케팅을 통한 사업수익으로 충당하고 있다.

다양한 특성을 가진 장애인들이 근무하는 만큼 우여곡절도 많다. 최근 퇴근을 하던 근로자 한 명이 리모델링 중인 건물에서 인부들이 놓아둔 커피를 가지고 나왔다. 지나가던 교통경찰에게 현행범으로 잡혔다. 근로자는 당황스러워서 “집에 갈래. 집에 보내 달라!”고만 외쳤다. 다행히 퇴근길에 그 장면을 목격한 직원이 달려가 경찰에게 발달장애가 있고 음식에 대해 집착성이 있다면서 선처를 호소해 간단한 절차를 거친 후 훈방조치를 받을 수 있었다.

대구드림텍에서도 어린이집과 마찬가지로 부모 간담회를 진행했다. 처음 아이의 장애를 알게 된 어린이집 부모님들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라고 했다. 베테랑의 분위기가 느껴진다는 것.

“드림텍 부모님들을 보면서 장애어린이집 부모님들을 드림텍으로 초청하고 싶었어요. 버티고 버티면 이런 미래가 펼쳐진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죠. 대기업 직원만큼은 아니겠지만, 번듯한 직장에 출퇴근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막막한 기분을 씻어내실 거라고 확신합니다.”운영의 입장에서 힘든 부분도 있다. 대구시 8개 구·군중 장애인 생산품 구매액 1%를 초과하는 곳은 2018년 기준 달서구밖에 없다. 최 본부장은 “법으로 정한 만큼이라도 지켜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1월은 가장 바쁜 달이다. 설 명절 시즌을 맞아 명절선물세트를 판매한다. 최 본부장은 “수익 창출을 위해 불법유통물품 제외한 모든 물품을 유통시킨다는 의지로 유통업에도 뛰어들었다”면서 “대구드림텍 모든 구성원들과 함께 차별 없는 복지기업 실현의 꿈을 이루어 가겠다”고 말했다.

“사회복지사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까?”

그런 질문을 받으면 두 분 정도가 떠오른다. 전동휠체어로 내 차 앞을 가로막고 주머니에서 꼬깃꼬깃한만원 한 장을 내민 아저씨, 시설에서 거주하다가 자립을 하기 전 나를 조용히 불러 빵을 선물한 남자 분 등이다. 그런 선물을 받으면 머리카락이 쭈뼛한 정도로 황홀하다. 직접서비스가 아닌 의료지원, 자원봉사,교육 등 간접 업무를 맡은 나에게 감사의 선물이라니!

‘착한 마음’에 가려진 편견

나름 자부심에 가득 차 있던 나에게, 누군가가 사뭇 도전적인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사회복지사들은 이용자들에 대한 편견은 없습니까?”

이 질문은 어려웠다. 이런 질문이 가능하다는 생각 자체를 하기 힘들었다. 처음 저 질문을 접했을 때,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에이, 편견이라니. 우린 모두 최선을 다해서 복지서비스에 헌신하고 있다구요!”

그러나 뒤돌아 곰곰히 생각해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호’라는 ‘착한 마음’이 때로이용인의 감정과 마음을 억누르고 있었던 적이 없었던가……. 의구심 끝에 낯선 자각이 밀물처럼 밀려들었다.

돌이켜 보니 나도 모르게 이용인의 감정을, 마음을, 또는 보호라는 ‘착한 마음’으로 함부로 규정한 적이 많았다. 이용자가 혼자 할 수도 있는 일들을 위험하다는 이유로 또는 시설 규칙이라는 명목으로 이용자의자기 결정권을 빼앗은 일이 얼마나 많았던가.

장애인들은 자신들의 삶을 살기 위해 얼마나 부단히 노력하고 있는지 모른다. 복지관에서도 장애인들이 거주 시설 안에서 또 지역사회에서 스스로 자립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지만 본인의 의지가 가장 중요한 몫이다. 내가 근무하는 재활원의 경우 이미 15% 이상의 장애인들이 자립을 해서 지역사회 안에서 자기만의 삶을 살고 있다.

보호와 도움의 대상만은 아니다

이분들의 구체적인 삶의 모습들이 ‘편견’이라는 견고한 옹벽을 깨어 부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자립한 분들은 서툴지만 당당한 삶의 자세를 보여준다. 상다리 부러질 만큼 음식을 차려놓고 삐뚤삐뚤 정성 가득 손 글씨로 집들이 초대장까지 보내주시는 분, 스스로 지하철도 타고 버스도 타고 와촌까지 놀러오시는 분, 한번씩 보고 싶다며 양손 가득 마음 가득 선물을 들고 오시는 분, 공부를 시작했다며 성적표를 들고 와 자랑을 하시는 분 등 독립적인 삶의 모습은 다양하다.

각자의 삶이 완전히 달라진 분들의 얼굴에는 행복이 가득했다. 예전에는 재활원에 출근을 해야 만날 수 있던 분들을 마트나 지하철, 지역사회 안에서 어디든 우연히 마주치면 반갑게 인사를 나눌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그때서야 장애인 한 분 한 분 각자의 삶이 보이기 시작했다. 혼자서도 척척, 잘 해내고 잘살아가는 모습이 나의 편견을 조금씩 허물어뜨린 셈이다. 예전에는 ‘착한 마음’이라는 이름으로 일방적인소통을 하였다면 지금은 ‘존중’이라는 마음으로 상호 간의 소통을 하려고 한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장애에 대한 편견이나 차별이 많다. 장애인은 보호를 해야 하고 도움을 받아야 하는 대상이 아니다. 어느 것 하나 더 하고 뺄 수 없는 한 사람 한 사람으로 귀하게 봐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편견 없이 봐주는 것,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공동체적 사고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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