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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시대 맥 끊어진 전통식초 복원해 '부자농촌 실현'

이 사람

  • 입력 2018.02.07 00:00
  • 기자명 이용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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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상준 대표가 한국전통식초협회가 주최한 워크숍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 한상준 대표가 초산정 발효저장소에서 방문한 사람들에게 전통식초 만드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 한상준 대표가 농림축산식품부 주관 2017 농촌융복합산업 성과보고회에서 국무총리상을 받았다. <예천군 제공>

“우리의 전통식초는 100여년 전 일제 식민지배와 이후 이어진 기근으로 쌀로 술을 빚지 못하면서 식초마저 만들지 못해 수 천년 전해지던 맛이 단절됐다”

예천군 용궁면 송암리에서 전통식초를 만드는 ‘초산정’ 한상준(46) 대표가 최근 농림축산식품부 주관 2017 농촌융복합산업 성과보고회에서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한 대표는 2006년 2월 전통식초 제조업체 초산정을 설립, 국내 최초로 한국전통식품 곡물식초 품질인증(농림 제378호)를 획득한 인물이다.

한 대표는 “우리 전통식초의 맥이 단절되고 그 뿌리마저 잃어버리게 된 것을 알고 다니던 회사를 그만 두고 뛰어들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기업 등을 상대로 맞춤형 온라인정보기술 교육을 하는 중견회사의 프로그래머였다.

고향에 돌아 온 그는 예로부터 내려오던 전통적인 발효식품에서 농산물 가공의 해결책을 찾기로 했다.

그는 “1차 농산물을 단순 가공해서는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하고 예로부터 전해지던 쌀을 이용해 술을 만들면서 생기는 쌀술로 식초를 만드는 방법을 복원하기로 마음 먹었다”고 한다. 매년 남아도는 쌀 문제를 다소 해결하는 단초를 제공하고 농산업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의미도 있었다.

의지에 비해 단절된 우리의 식초를 복원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일이 아니었다.

한 대표는 “어려운 만큼 새로운 시장을 초기에 선점하는 효과가 클 것으로 보고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제조법 재구성을 위해 국내의 식초양조장과 일본의 흑초양조장 등을 찾아다니며 복원에 진력했다. 그는 “50개의 항아리를 구입해 각 항아리마다 제조방법과 비율을 달리해 실험하고 데이터를 수집하고 수백 번의 시행착오를 겪었다”고 한다. 문제점의 원인을 찾는데 3년이 걸렸다. 초산정에서 제조한 전통식초가 제 맛을 내기까지의 산통이었다.

복원한 전통식초를 우리나라 전통식품군으로 등록하는 데는 또다른 복병이 숨어있었다.

한 대표는 “엿기름 미숫가루 등 단순 가공품도 전통식품군에 버젓이 이름을 올리고 있는 반면 발효 중 최종발효인 전통식초가 빠져 있었다”고 말했다.

농림수산식품부에 전통식초 식품규격 제정 건의와 함께 수차례 관련자료 및 근거를 제시한 끝에 2008년 전통식초 규격을 만드는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우리나라 최초로 전통식초 규격안 초안을 작성, 완성해 전문가 회의를 거쳐 공포하도록 하는데 큰 공헌을 했다.

그는 이제 국가공인 곡물식초 품질인증을 발판으로 우리 쌀과 곡물을 이용한 6차 산업발전에 초석을 마련하는 한편 우리의 전통식초를 해외에 알리는 일에 매진하고 있다.

한 대표는 “일본 오사카 키프트쇼 등 해외에서 열리는 한국명품전시회에 참가하고 전통식초를 활용해 다양한 절임식품 및 건강음료를 개발하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농촌지역에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농촌의 6차 산업화에 기여하고 있다.

한 대표의 노력은 예천 농업발전에 파급효과를 부르고 있다. 전통식초 생산량 증가에 따라 사용하는 원료의 계약재배 면적이 늘어나면서 친환경 작목반이 결성되기도 했다. 한 대표는 “고품질 전통식초를 만들기 위해 원료가 되는 쌀과 잡곡은 친환경이 기본이다”고 한다. 무농약 인증을 받는 등 친환경농법을 기본 틀로 경영하다 보니 들판 전체가 친환경재배단지로 변모했다. 논에는 우렁이와 미꾸라지 메뚜기 등 생물들이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지속 가능한 농업을 실현해 나가고 있다. 농가는 계약재배를 통해 안정적 판로를 확보하고 소득향상으로 이어졌다.

초산정에는 지역민 8명이 ‘오곡명초’라는 브랜드로 전통곡물식초를 생산해 연간 15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한 대표는 “일반 식초는 초산이 주를 이루지만 오곡명초에는 아미노산 구연산 등 유기산이 많아 건강식품으로도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예천군도 한 대표의 노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초산정은 지역 6차 산업의 선두주자로서 우리 전통 곡물을 이용한 발효식초사업에 매진해 부자농촌 실현에 앞장서는 기업이다”고 말했다. 이현준 군수는 “예천농업의 경쟁력 향상과 실질적 발전을 위해 예산확보 등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치하했다.

한 대표는 “올해부터는 예천의 6차산업 발전과 농가소득 농촌일자리 창출을 위해 새로운 사업발굴은 물론 지역 농업인과 상생 발전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다짐했다.

 

이용호 기자 ly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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