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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 이을 명품화장품 기업 육성 해야죠"

서병화 에코필드화장품 대표

  • 입력 2015.03.19 00:00
  • 수정 2015.03.30 18:02
  • 기자명 김광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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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역 소령 출신 2007년 창업

전역 후 만난 軍선후배와 동업

천연물질 활용 샴푸 로션 등 생산

점유율 낮아도 고객 충성도 높아

"돈 보다 주변 칭찬이 대박"

에코필드화장품 서병화(왼쪽) 최승만 공동대표

올해 예순 둘, 그런데도 풋풋하다. ㈜에코필드화장품의 서병화 대표는 자신이 만든 제품을 설명할 때면 나이답지 않게 목소리가 들뜬다. 사업가라기보다 갓 동아리 활동을 시작한 대학생 같은 느낌이다.

2007년 이 사업에 뛰어든 서 대표는 이제 막 성과를 내고 있다. 2010년 대구 북구 침산동에 자리잡은 400㎡ 규모의 공장에서는 하루 10톤을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추고 최근 아시아지역 수출시장 개척에 나섰다. 아직 직원 수 6명에 지난해 연 매출이 3억5,000만원 정도로 미미한 편이지만, 한번 써 본 고객은 반드시 찾는 높은 충성도를 밑천 삼아 명품화장품으로 도약을 준비 중이다.

그는 직업군인이었다. 평생 인연이 없을 것 같던 샴푸나 화장품으로 인생 2막을 열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는 1970년 해군장교로 입대, 20년 넘게 군에서 생산하는 기계와 화학 물질의 이상 유무를 검사하는 일을 했다. 93년 소령으로 예편한 뒤 5년 정도 광어와 우럭 양식사업을 하기도 했다. 벌이는 괜찮았지만 좀 더 보람 있는 일을 하고 싶던 차에 대구직업전문학교 재단이사장직을 제의 받고 학교로 적을 옮겼다.

화장품을 처음 접한 곳은 이 직업전문학교다. 동업자로서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최승만(50)ㆍ윤병용(68)씨를 만났다. 최 대표는 그보다 먼저 이사장을 맡아 일했고, 윤 대표는 그의 후임이었다. 최 대표는 육군 대위, 윤 대표는 해병대 소령 출신으로 금세 의기투합했다.

천연물 화장품에 눈을 뜬 것도 새로운 수업을 개설하기 위해 미래 산업을 조사하던 중이었다. “화장품 중에 천연물을 표방하는 곳이 많았지만 왠지 진짜는 거의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우리가 직접 만들어보자는 말이 나왔죠. 제가 제의를 했더니 두 사람도 흔쾌히 동의하더군요.”

자신감으로 충만했다. 직업학교를 통해 사업에 대한 감각을 익힌데다 세 사람 모두 화장품 사업에 필요한 자격증을 거의 다 가지고 있었다. 전기와 기계, 화학 등 세 사람이 가진 자격증을 모으면 26개나 됐다. 모두 군에서 딴 자격증들이었다.

2007년 학교를 떠나 대구3공단에 자리를 잡았다. 이듬해부터 생산기계를 직접 제작해 2010년에 설치를 마쳤다. 거기까지는 일사천리였다. 진짜 힘든 일은 따로 있었다. 바로 화장품 원재료인 천연물 원료를 확보하는 일이었다. 천연물을 얻으려면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산으로 가는 수밖에 없었다. 한의사들의 자문을 구해 두피와 피부에 좋은 약초를 선정한 후 2009년부터 봉화, 울진, 영월 등을 돌면서 군락지를 찾았다.

“처음에는 무작정 산을 오르다가 나중에 묘안을 짜냈습니다. 산 주인을 찾아가 소유한 산에 어떤 약초가 많은 지 묻기로 한 거죠. 어차피 약초를 캐려면 산주의 허락을 받아야 하니까요.”

산에서 야영도 많이 했다. 전직 군인이었으니 기꺼이 야영을 하긴 했지만 새벽에 코앞까지 다가온 멧돼지나 노루 때문에 놀라서 잠을 깬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새벽부터 온 산을 헤매고 다니다 포기하고 내려오는 길에 출발 지점에서 약초 군락지를 발견하기도 했다. “셋 다 무언가에 홀린 느낌이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2년에 걸쳐 약초를 찾아냈고 제품마다 천연물이 들어갔다. 서 대표는 “생약 성분을 표방하는 업체가 많지만 농도에 차이가 많다”며 “가려움증이나 비듬 개선 등에서 확연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으로만 판매했다. 2011년 ‘아란정’이라는 이름을 달고 샴푸와 바디 클렌징 제품을 출시했다. 한번 써본 사람은 아란정만 찾았다. 현재 500명 정도가 단골로 등록돼 있다. 2013년에는 크림, 스킨, 로션, 에센스, 미스트 등의 기초 화장품과 미백, 주름 개선 등의 효과를 가미한 기능성 화장품도 생산을 준비 중이다. 화장품 쪽에서도 샴푸와 마찬가지로 마니아 회원이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대박에 대한 꿈은 없다. 가장 중요한 원료인 천연물을 확보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구매자가 줄을 서도 물량을 대기가 힘들다. 천연물 농도를 낮추는 방법도 있지만 서 대표는 “그렇게 하기는 싫다. 우리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좋은 제품을 만들어줘서 고맙다는 말을 들을 때가 제일 기분이 좋습니다. 그건 돈으로 바꿀 수 없는 겁니다. 제 인생의 대박은 성공이나 돈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진심어린 칭찬입니다.”

“나를 믿어주는 사람들에게 실망을 안기지 않는 것이 삶의 목표”라는 서 대표는 “진심은 통한다는 생각으로 일하면 누구든 사랑받는 사업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광원 엠플러스한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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