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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주택조합, 믿어도 되나

  • 입력 2015.02.08 00:00
  • 기자명 김강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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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어네거리 등 대구 6, 7곳 추진… 재개발·민영 대비 빠르고 저렴

간소한 절차가 사업안전 위협 부메랑, 부지확보 등으로 사업기간 지연

 

지역주택조합아파트 사업 과정

대구에도 지역주택조합 붐이 일면서 분양(조합원가입)받아도 되는지 지역민들의 관심이 높다. 민영아파트 사업이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끊기는 등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자 지역주택조합방식으로 눈을 돌렸지만, 대구지역에선 전례가 드물기 때문이다.

지역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대구지역 지역주택조합방식 아파트 건축 사업이 추진중인 곳은 범어네거리 그랜드호텔 맞은편 등 6, 7곳이다. 대구 지역주택조합 1호인 만촌동 신동아파밀리에와 범물동, 범어네거리 등 수성구가 3곳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범어네거리 ‘범어역 라 팰리스’는 10년 전 민영방식 주상복합아파트로 추진하다 중단했던 곳으로, 사업규모가 크고 요지여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가칭 수성범어지역주택조합은 전용면적 85㎡ 위주로 1,382가구를 짓기로 하고, 지난해 말부터 조합원 모집에 들어가 내달 중 조합설립인가를 마치겠다고 홍보하고 있다. 예상 분양가는 전용 85㎡가 4억6,000만원선으로, 분양면적 기준 3.3㎡당 1,400만원 내외다. 이 아파트 분양상담사들은 “SK건설과 서한이 시공사로 참여할 예정이며, 1,382가구 중 132가구만 남았다”며 “파티마병원 인근 모델하우스는 분양이 거의 완료돼 철거했고, 사업부지의 95%가 확보돼 있어 나머지 5%는 강제수용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만촌동 망우공원 인근 신동아파밀리에(96가구)는 최근 조합 측이 지주조합원들에게 땅값을 완납하고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갔고, 700여 가구 규모의 범물동 지역주택조합도 설립총회를 마치고 조만간 수성구청에 조합설립인가를 신청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 조합 관계자는 분양가가 저렴하고 사업추진이 빠르다는 점을 내세운다. 도시주거환경정비법에 따른 재개발ㆍ재건축은 안전진단이나 정비구역지정, 관리처분 등 민영아파트보다 복잡하지만, 지역주택조합은 주택법 적용을 받아 관련 절차가 3, 4단계 적다. 그 만큼 사업추진이 빠르다고 볼 수 있다. 조합 측이 제시하는 범어역 라 팰리스 전용 85㎡ 분양가 4억6,000만원도 인근 지역 비슷한 평형대 아파트 호가가 6억원을 돌파한 점에 비춰보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업계 전문가들은 빠르고 저렴한 만큼 위험부담도 크다는 점을 지적한다. 부지확보에 문제가 있을 수 있고, 사업 진행 과정에서 당초 홍보한 것과 달리 사업비가 눈덩이처럼 늘어나 분양가(조합원부담)가 폭등할 수도 있다.

핵심은 사업부지 확보 여부다. 95% 이상 부지를 확보해 사업계획승인을 받더라도 남은 5%를 모두 확보하지 않으면 실제 착공은 불가능하다. 수성구청 관계자는 “착공신고는 할 수 있어도 실제 공사는 부지 소유권을 100% 확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95%가 넘으면 땅 주인에게 팔 것을 요구하는 매도청구를 할 수 있지만 소송 절차 등으로 1~2년 가량 걸린다. 사업비 상승은 불가피하다.

조합원 수보다 건립가구수가 많아 일반분양을 하게 될 경우 위험부담은 더 크다. 조합설립과 분양시점 사이에 부동산경기 변화로 미분양이 많을 수 있고, 이에 따른 부담 역시 조합원 책임이다. 서울 등지에서 시공사가 공사비 미납을 이유로 준공 후 조합원의 입주를 막거나 가압류를 하는 등 분쟁이 벌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부지 계약금이 제대로 지급됐는지, 사용동의서는 정확한지 등을 일반 조합원들이 일일이 확인해야 피해를 막을 수 있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점이 한계”라고 설명했다.

절차가 단순한 것도 행정기관에서 검증할 기회가 그 만큼 주는 만큼 ‘안전성’이라는 측면에서 부메랑이 되고 있다.

특히 사업비 증가는 지역주택조합 아파트의 아킬레스건이 되고 있다. 당초보다 사업지연이나 공사비 증가, 업무대행료 인상 등으로 사업비가 급등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범어역 라 팰리스도 모델하우스는 조합원 모집이 끝나 철거했다는 사업대행자 측 주장과 달리 사업승인을 받지 못함에 따라 동구청이 철거를 명령한 데 따른 것이다. 시공예정사로 홍보한 SK건설은 도급계약이 아닌 시공의향서만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95% 확보했다는 사업부지 중에는 소유권을 확보하지 못한 국ㆍ공유지 8.3%도 포함돼 있다. 일부 지주는 땅값에 대한 이견으로 사용동의를 거부하고 있고, 창립조합원에서 이탈하는 조합원도 생기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조합 측은 “사업 예정지는 오랫동안 재개발을 추진했던 곳으로, 땅 주인들의 합의를 이끌어 내는 데 별 무리가 없었다”며 “계약금도 대행사가 아닌 하나자산신탁에 관리를 위탁, 안전성을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수성구청 측은 사업추진 내용을 확인할 방법이 없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구청 관계자는 “부지를 제대로 확보했는지, 조합원은 얼마인지 등 전혀 알 수 없다”며 “대구에선 흔치 않은 사업형태인데다가 6월까지 조합원들의 납부금액만 2,000억 원에 육박하는 등 대형사업이어서 조합설립인가와 사업계획승인, 착공 단계에서 면밀히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김강석기자 kimksu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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