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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충하초 이어 산양삼까지... '사람 잡는' 건강기능식품 설명회

  • 입력 2020.09.13 00:00
  • 수정 2020.09.15 15:12
  • 기자명 정광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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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충하초사업설명회 참석자 27명 중 26명 집단감염 사태를 부른 대구 북구 한 빌딩 지하실. 뉴스1

 

잔병치레 없이 장수하기를 바라는 노인들에게 인기 많은 각종 건강기능식품 설명회 자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감염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달 대구 동충하초 사업설명회에 이어 장뇌삼(산양삼) 사업설명회에서 무더기 확진자가 나왔다. 건강을 챙길 요량으로 찾아간 건강식품 사업장에서 역효과를 보고 있는 셈이다.


동충하초 이어 장뇌삼 설명회서 ‘무더기’
13일 질병관리본부와 경북도, 대구시에 따르면 지난 2일 경북 칠곡군 동명면 팔공산 기슭에 있는 연수시설인 평산아카데미에서 열린 산양삼 사업설명회 참석자 34명 중 현재까지 13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행사에는 9개 시ㆍ도 지자체 거주자들이 참석했으며 확진자는 경북이 5명으로 가장 많다. 대구와 광주, 경기 각 2명, 서울과 울산 각 1명이다. 지난 8일 확진 판정을 받은 서울 거주 주최자와 접촉해 감염된 것으로 파악된다. 지금금까지 파악된 참석자 34명 중 명부를 작성한 사람은 29명뿐이다. 나머지는 방역당국의 재난문자를 받고 검사를 받으면서 확인됐다. 특히 포항지역 한 60대 참석자는 11일까지 일상생활을 하다 몸살과 근육통 등 증상으로 12일 보건소에서 검사를 받고 확진 판정을 받은 뒤 포항의료원에 입원했다. 이처럼 행사에 참석한 뒤 열흘 가까이 지난 뒤에 확진자가 나오면서 n차 감염 우려도 높다. 칠곡 산양삼 사업설명회 참석자와 확진자가 운영하는 대구 중구 산양삼 사무실에도 5~11일 사이 다수가 방문한 것으로 파악된다. 대구시는 방문자에게 외출을 자제하고 진단검사를 받을 것을 당부했다.
 
참석자 27명 중 26명이 무더기로 감염된 대구 동충하초 사업설명회 관련 확진자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대구에선 13일 0시 현재 1명이 추가돼 n차 감염이 4명이 됐고, 경북 2명 등 전국적으로 18명이 발생, 동충하초 발(發) 확진자는 모두 44명에 달한다. 설명회 참석자들은 대구ㆍ경북은 물론 경남, 충북 등 전국적이다. 조사 결과 설명회 주최자가 서울 광화문 집회 관련 확진자와 접촉, 감염 사실을 모른 채 설명회를 열었다가 집단감염 사태를 초래한 것으로 파악됐다.

대전 건강식품 설명회서도 ‘55명’
지난달 25일 대전 동구 인동 한 사무실에서 열린 한 건강식품 설명회 관련 확진자도 12일 1명 추가돼 13일 0시 현재 55명으로 늘었다.

세종시에서 사업설명회와 관련해 지난 7일 보람동에 거주하는 60대 남성(세종 68번)에 이어 다음날 아내(세종 69번)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세종 68번 확진자는 대전 297번 확진자와 접촉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전 297번 확진자는 대전에서 열린 설명회에 참석했던 295번 환자와 접촉한 뒤 감염된 것으로 파악됐다. 충남 아산과 계룡 등에서도 대전 설명회 관련 확진자가 속출하는 등 인근 지역으로 번지고 있다.

문제의 사업설명회는 서울 강서구 225번 확진자가 ‘유니시티코리아’라는 업체에서 판매하는 각종 비타민과 미네랄, 유산균, 식이섬유 등 건강보조 식품을 비롯해 세제, 비누, 치약, 칫솔 등의 제품을 소개하는 자리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설명회가 진행된 공간은 통신 관련 업종으로 등록된 업체가 장소만 제공한 것으로 시는 파악했다.

대전시는 집합금지 명령을 어기고 방문(특수) 판매업 영업을 했을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대전시 관계자는 “인동 건강식품 설명회는 대전은 물론, 인근 다른 도시까지 코로나19를 확산시킨 매개로 확인되고 있다”며 “추가 확산 차단에 총력을 다하는 한편, 사법기관 등과 함께 위법성 등을 면밀히 확인해 엄정하게 후속 조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건강식품 사업설명회장 ‘감염취약’
건강식품 설명회 자리가 코로나19 집단감원 발원지로 부상하고 있는 데에는 그 사업의 특성과 무관하지 않다. 우선, 소수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비밀리에 이뤄지는 설명회 특성상 장소가 환기가 잘 안 되는 실내인 경우가 많고, ‘비즈니스’를 해야 하는 주최 측의 음식 제공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대구 동충하초 설명회장도 지하여서 감염 위험이 농후한 곳이었지만 참석자들은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방역지침을 무시하고, 장시간(4시간) 함께 있으면서 음식을 나눠 먹었다. 산양삼 설명회장도 주의력 분산 차단 등을 위해 창문이 적은 곳을 연수시설로 이용해 환기에 불리했다.

여기에 사업 자체가 금융 다단계 성격이 짙은 것도 확산 배경으로 작용한다. 참석자들이 신분 노출을 꺼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명부 작성을 제대로 하지 않아 역학조사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도 이달 초 “중장년층에서 주로 집단감염이 발생하고 있는 방문판매 관련행사, 다단계업체 및 투자 관련 설명회, 건강기능식품 설명회 등 각종 설명회에 참석하지 말라”고 당부한 바 있다. 통상적인 수준의 발언이었지만 ‘참석 자제’ 요구 뒤에는 이들 업종의 특수성이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대구 동충하초 사업설명회, 경북 칠곡 산양삼 사업설명회 등 밀폐된 실내에서 모임과 행사로 인한 확진자가 전국적으로 속출하고 있다”며 “밀폐된 공간은 코로나19의 최적 환경으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구시가 칠곡 산양삼 사업설명회 참석자가 운영하는 대구 장뇌삼(산양삼) 사무실 방문자들을 대상으로 진간검사를 받을 것을 당부하는 재난안내 문자.


대구= 정광진 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대전=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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