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노래하는 경찰이 돼서 사람들의 마음까지 고쳐 줄거에요.”

대구 대진초등학교 2학년 심효빈양

  • 입력 2019.11.01 00:00
  • 수정 2019.11.13 14:40
  • 기자명 김재현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심효빈 양

 

“하얀 나비 훨훨 날아가는 길, 숲 속 하얀 꽃 길…”

지난 8월 KBS 공개홀에서 열린 ‘누가누가 잘하나’ 어린이 동요 대회에 대구에서 올라온 초등학생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주인공은 대구 대진초등학교 2학년에 다니고 있는 심효빈(9)양. 노래가 시작되자 심사위원은 물론 객석에 앉아있던 사람들이 모두 심 양의 노래에 귀를 기울였다.

동요 ‘나비 가는 길’을 부른 효빈이에 대한 심사위원의 평가도 후했다. 당시 심사위원은 “효빈이의 노래를 듣고 정말 나비가 돼 날아가는 줄 알았다”고 표현했다.

KBS ‘누가누가 잘하나’ 어린이 동요 대회에서 으뜸상을 수상한 심 양은 왕중왕전 급인 기말 대회에도 출전했다. 왕중왕전에서는 ‘별빛 동화’를 불렀지만 아쉽게 입상을 하지는 못했다.

“기말대회에서도 입상해 연말 대회에도 나갈 수 있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그래도 연습한대로 노래를 부른 것 만으로도 만족해요.”

아이들이 많이 시청하는 TV 동요프로그램에서 1등을 수상하자 심 양은 학교에서 일약 인기 스타가 됐다. 평소 서먹했던 친구들을 비롯해 다른 반 친구들도 먼저 심 양을 알아보고 알은체를 하는 참에 학교에 가면 인사하기 바쁘다는 후문이다.

심 양이 처음 노래를 시작한 것은 8살 무렵. 집 주변 문화센터에서 노래교실에 다니곤 했지만 그 때 까지만 해도 많은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부른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심 양의 어머니 이설주(38)씨는 “문화센터 선생님이나 주변 사람들로부터 효빈이가 노래에 소질이 있어 보인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으면서, 본격적으로 성악 학원에 보냈다”며 “성악 학원에서도 각종 동요 대회 출전을 권유 받곤 했다”고 말했다.

이후 지역에서 열리는 각종 동요 대회 등에 10여차례 나오면서 매번 입상하는 등 좋은 성적을 거두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심 양도 처음부터 무대에 오르는 것이 마냥 편하지만은 않았다. 무대 공포증에 청중들 앞에 서면 얼어붙기 일쑤였다. 좋은 목소리를 가졌음에도 제대로 실력 발휘를 하지 못한다는 주변의 평가도 있었다. 또 음이탈이 나는 것을 두려워해 자신이 생각한 음이 나오지 않으면 멘탈이 쉽게 흔들리곤 했다.

“기분이 안 좋다가도 노래를 하면 신기하게도 기분이 좋아져요. 항상 가족들이 지켜보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계속된 연습과 여러 차례 무대에 오르면 그런 걱정도 사라졌다. 지금은 누구보다 무대에 오르는 것이 즐겁다고 말하는 심 양이다.

심양의 어머니는 “무리해서 노래를 시킨 게 아닐까 하는 걱정이 자주 들고 하지만 그래도 무대에서 멋지게 해내는 효빈이 모습을 볼 때마다 대견스럽고 때론 눈물이 쏟아지기도 한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삼촌 이재호(29)씨의 조카 사랑도 남다르다. 직장인임에도 불구하고 심 양의 동요 대회에 매번 쫓아다니며 ‘유별난 삼촌’을 자처하고 있다. 이 씨는 “효빈이가 하루하루 커가는 모습을 보면서 신기하기도 하고, 동요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어 뿌듯한 마음이 든다”며 “조카사랑은 나라사랑이라는 말처럼 지금처럼 예쁘게 건강하게 자라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심양의 동생 채민(8)양도 든든한 지원군이다. 채민 양은 “언니가 노래하는 모습을 보면, 나도모르게 따라 부르게 되고 마음속으로 응원하게 된다”며 “나도 언젠가 동요 대회에 나가서 언니처럼 멋진 모습을 보이고 싶다”고 의지를 다졌다.

효빈 양의 이의 꿈은 경찰이다. 최근 사회적으로 가슴 아픈 이슈들이 많아서 그런 걸까. 심 양은 노래하는 경찰이 돼서 나쁜 짓을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해주고 싶다고 했다. “경찰이 돼서 나쁜 사람들도 잡고, 노래를 통해 마음이 아픈 사람들을 치유하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본보기가 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노래할 때가 제일 행복해요. 가족들이 제가 노래 부르는 걸 보면서 환하게 웃는 모습을 잊을 수 없거든요. 그리고 용돈도 많이 주면 좋겠어요. 호호”

 

김재현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 (왼쪽부터) 어머니 이설주씨, 심채빈양, 심효빈양, 삼촌 이재호씨.

 

 

저작권자 © 대구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