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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로 걸으면 몸과 마음이 함께 건강해져요!

“선생님도 어서 나오세요 흙이 너무 폭신해요!”

  • 입력 2019.06.02 00:00
  • 수정 2022.02.23 10:09
  • 기자명 김영희 경산 진성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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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5월27일 점심을 먹고 운동장에서 우중의 맨발걷기를 하고 있는 우리 반 여학생들이 보인다.

“애들아~!” 3층 교 실에서 운동장을 향해 크게 부르니 “선생님도 어서 나오세요. 너무 폭신해요” 한다. 비 오는 날은 맨발걷기 효과가 3배다. 그래서 나도 우산 들고 운동장으로 나갔다. 아이들이 발가락이 간지럽다고 토끼처럼 깡충깡충 뛴다. 지나온 발걸음이 운동장에 폭폭 찍히는 모습이 신기한 듯 친구의 발걸음 위에 따라 걸으며 뭐가 그리 즐거운지 연신 웃는다.

특별한 놀잇감이 없어도 자연은 늘 이렇게 아이들에게 충분한 놀거리를 제공해 준다. 아이들이 같이 달리자고 한다. “그래 그럼 우리 한번 같이 달려볼까?” 하고 우산 쓰고 함께 달리 다가 바람에 우산이 뒤집힐 것 같아 수돗가로 향했다. 나랑 달려준 아이들이 고마워 발을 씻겨주었다. “어쩌면 발도 이리 이쁠까? 이렇게 이쁜 발로 큰 사람 되거라.”

말해주니 뜻을 아는가 모르는가 해맑게 “네” 한다. 교실에 들어오니 오늘 급식시간에 도토리묵채가 나왔는데 ‘시를 적어라’ 내가 주문도 하지 않았는데 우리 반 시인이 밥 먹고 와서 적은 시라며 내게 슬쩍 내민다. 젓가락으로 잘 떠지지 않는 도토리묵을 세 상에 요렇게 이쁘게도 표현했다. 이 사랑스러운 아이들의 담임교사임에 참 보람되고 고마운 하루였다.

젓가락은 도토리묵이랑 놀고 싶지만 도토리묵은 젓가락이랑 놀고 싶지 않은가봐 도토리묵은 숟가락이랑 놀고 있네? 속상한 젓가락은 잉잉잉 엉엉엉.

2019년 5월22일 내가 교실에 들어오기 기다린 듯 우리 반 멋쟁이가 다리를 절뚝거리며 팬티가 보일 정도로 바지를 둥 둥 걷어 올려 얇게 긁힌 허벅지를 내게 보여주러 걸어나온다. “아이고 많이 아팠겠네. 조심해야지.”

우리 반 만병통치약 바셀린을 손가락에 발라 살살 문질러주니 좀 전까지 다리를 절며 오더니 하나도 안 절고 씩씩하게 걸어 들어간다.

1교시 수학시간이다. 곱하기 수업을 하는데 발표하는 아이만 한다. 대여섯 명은 아예 흥미가 없다. 집 으로 돌아가서 푹 쉬고, 사랑을 듬뿍 받아 에너지 충전하고 학교로 다시 돌아온 아이 과연 몇 명 있을까? 학교 마치기가 무섭게 이 학원에서 또 저 학원으로 향하는 아이들이 더 바쁜 요즘 세상이다.

“우리 맨발 이어달리기 하면서 곱셈”까지 이야기했는데, 22명 모두가 “ 우와!” 함성과 함께 다음에 무슨 주문을 하 는지 나를 너무 뚫어지게 쳐다봐서 이 집중력이 사라지기 전에 얼른 문제 만들기를 주문했다.

“A4종이 2번 접어 4칸에 총 4문제 내자. 문제부터 먼저 만들고 목련팀, 철봉팀 두 팀 나눠서 맨발달 리기 하면서 미션으로 수학문제 풀고 다음 친구에게 바톤 넘겨주자” 했더니 아까 수학책도 안 폈던 우 리 반 달리기 선수가 제일 먼저 일어나 어디 어디 어떻게 적느냐고 친구에게 다가간다.

이어달리기 중 간에 문제 통에 문제를 꺼내 푼 후 달렸다. 자기 팀이 늦을까 함께 달려주는 친구가 보인다. 처음에는 한 명이 풀더니 한 친구가 같이 다가가 도와준다.

다음엔 3명, 그 다음엔 그 팀 전체가 협력해서 도와주며 문제를 풀고 있었다. 곱하기 문제를 맨발로 이어달리기하면서 아이들은 놀고 즐기면서 학습 목표에 도 달했다. 덤으로 도와주고 배려하는 가장 중요한 덕목까지 내가 굳이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아이들 스스 로 함께 배워간 보람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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