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한국일보 : 아름다운 사람들의 아름다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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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학교 연중 캠페인맨발로 걸으면 몸과 마음이 함께 건강해져요!
박성애 (경동초등학교 교사)  a@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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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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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림장에 '토요일 범어산 걷기 06:00 ~ 07:30, 롤링핀 빵집 위 나야대령비 앞'이라고 적었 다. 세 해 전부터 우리 반 학생들에게 금요일이면 적어 주던 문구였다.

동네의 학교와 학생들이라 토요일 새벽 범어산 걷기를 제안하였다. 처음에는 호기심에  좋 아라 모였다.  맨발에 도전하는 학생도 있었고, 운동화를 신고 걷는 학생도 있었다. 어쨌든 좋 았다. 평상시 같으면 깊은 잠에 빠져 있을 시간에 친구들과 숲속을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 는 것은 신선하다고 했고, 즐거워했다

대구KBS 근처에 있는 롤링핀 제과점의 우측으로 난 길로 오르면 6.25 때 한국전쟁에 참 전했던 인도의 장군 나야대령의 묘가 나타난다. 나야 대령비 근처의 소나무 숲은 이 지역사 람들의 휴식처이다.  4월부터는 새벽6시가 되면 동이 훤해진다. 5분쯤 친구들을 더 기다리 다가 산길을 오른다.

탱자나무의 흰 꽃도 어느새 졌고 산딸기의 분홍 꽃과 아카시아의 향이 숲을 가득 채웠다. 하 루가 다르게 연두빛 잎은 초록으로 짙어지고 그 잎들은 푸른 하늘을 가리고 있었다. 고라니 가 그 길을 황급히 지나가고 있었다. 여전히 혼자인 것 같았다.  도시 속의 숲에 고라니의 존 재는 기이하다. 까투리와 까치, 딱따구리도 제 할 일로 분주해 보인다.  비 온 뒤의 지렁이 도 곧 합세를 할 것이다.

나야대령비에서 출발하여 구릉으로 오르고 남쪽 길을 선택하여 걷다 보면 어느새 황금 동 롯데 캐슬 아파트 단지가 내려다 보이는 운동기구가 많은 공터에 다다른다. 그곳에서 운 동기구와 철봉 등을 이용하며 짧은 휴식을 갖는다. 아쉬움을 남긴 채 김대건 성당이 있는 방 향을 잡아 내려온다. 문을 열어 둔 가까운 P제과점에서 간단한 빵과 음료를 마시며 또 한번 재잘거릴 수 있 다. 이것이 한 시간 반 동안 할 수 있는 토요 범어산 걷기이다.

나른하지만 유연해진 몸과 마음으로 집안 일을 하고 책과 놓친 영화를 다운받아 보며 쉼 속 으로 들어간다. 학생들도 토요 방과 후 수업에 참석할 수 있는 넉넉한 시간이다. 매주 빠지 지 않고 참석하는 학생들 몇 명은 교실에서도 활발하고 움직임이 많은 학생들이다. 이전의 상 황 같으면 성가시다는 이미지의 학생이라고 단정하고 부정적인 판단을 가질 수 있었는데 지 금은 그렇지 않음을 발견하게 된다. 그것은 범어산을 걸으면서 더 자세하게 그의 눈을 쳐다 보았고, 작은 몸짓도 관찰하였고, 그의 유순한 행동에 익숙해진 나의 착해진 마음 때문이라 는 생각이 들었다.

산이 있었기에, 산에 의존하여 그들과 내가 함께 어울린 시간이 주는 선물이다. 아울러, 난 다름을 조금씩 실감하고 있는 중인 것이다. 십일 년째 살고 있는 이 동네에서 범어산을 하루에 한 번 이상 오르게 된 것은 2017년 대구 경동초 4학년을 데리고 있었던 해부터다. 배움의공동체 연구회의 절친인 최순나 선생님의 수 성못 둘레를 맨발로 걸어보자는 제안에 선뜻 응했고, 맨발걷기의 알싸한 뒷맛이 좋아서 혼자 서도 범어산을 맨발로 걷게 되었다.

평일 새벽의 범어산은 나 혼자이다. 학교의 일정을 대강 정리하고 무작위로 떠오르는 학 생들을 생각한다. 찌푸둥한 몸의 근육도 제 자리를 찾아 가는 느낌이 들고 기억해야 할 몇 가 지 일들도 명료해진다. 지, 덕,  체에서 가장 먼저 실천해야만 하는 온몸 깨우는 공간, 범어산이 있어서 좋다. 퇴 근시간에는 같은 학년 선생님 세 명과 함께한다. 코스는 아침과 비슷하다. 살이를 이야기하 고 학생에 대해서, 학부모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눈다. 비가 오면 우산을 들고 걷는다.

지나가시던 분이 “발바닥 조심 하소!”라는 말과 걱정 어린 눈빛을 제법 받았다. 맨발로 걷 기를 시작한지 세 해째인 요즘은 범어산을 걷는 사람 열 명 쯤을 만나면 한 분 정도는 맨발임 을 확인하고는 반가운 목례를 나누곤 한다.

교원 성과급제도가 생긴 지 스무 해가 되어간다. 지난 해는 운이 좋아 최고등급인 S등급 을 받았다. 전교조의 균등분배 안내서를 보니, S등급은 460여만원, A등급은 320여만원, B 등급은 260여만원으로 책정이 예상되어 있었다. S등급은 B등급의 급여를 가져가는 정황인 거다.

지난해까지는 전교조 차원으로 균등분배에 참가하였다. S등급을 받았으 니 학교 단위로 균등분배를 제안해보고 싶다는 용기가 생겼다. 2016년의 근 거자료에 의하면, 받은 성과급은 사유재산이며 그것을 나누는 것은 위헌이 되 지 않는다는 판례를 붙여 교내 선생님들께 균등분배를 제안하였다.

반기는 분 도 계셨고, '교과 등 일을 덜하는(?) 분과 균등분배를 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생 각을 한다'는 분도 계셨다. 교장 선생님도 나를 불러 공문에도 균등분배를 하 면 안된다는 내용을 보내왔는데, 나의 균등분배 제안은 신중하지 않은 것 같다 는 이야기를 하셨다.

그 이야기를 듣는 동안 1930년 대의 경제학자 케인즈의 고민이 생각났고, 버 스 안에서 뒷자리로 가라는 차별적 대우를 받고 기꺼이 교도소에 들어가 부당 한 인종차별의 상황을 알렸던 로잔파크가 떠올랐다.

파커 J 파머의 ‘가르칠 수 있는 용기’의 어느 대목은, 의과 대학생들에게  어 려운 공부를 익히게 하기 위하여 경쟁의 방법으로 진행하니, 앞서기 위하여 다 른 사람이 볼 수 없도록 의학 논문을 찢어 가 버리는 일이 생겼다. 반대로 환 자를 대면하고 그들의 심정을 듣게 하는 협력의 방법으로 가르치니 환자에 대 한 애정과 배움이 더 상승하더란다.

더 나은 교육 수준을 위하여 교사를 성과급 제도로 단련을 시키지만 어려 운 일을 기피하는 교사들에 대한 대응이 진부한거다. 경쟁을 촉발하고  동료 간에 위화감을 조성하는 성과급제도는 없어져야 한다. 누군가는 잘못 짚은 정 책에 대하여 누군가는 지속적이며 다양한 방법으로 대응을 해야 함이 옳다.

함께 또는 혼자, 신발을 벗거나 또는 신고 걷는 범어산 걷기는 삶의 일상이 되 었다. 정년을 기준으로 어느새 3/4을 훌쩍 지나고 남은 1/4의 날이 지나고 있 다. 홀가분하고 고즈넉한 일상이며 배움에 몰입할 수 있는 시간과 맘의 틈이 조 금씩 생기기 시작한다. 네 해 전, 정기검진에서 발견된 갑상선암은 나의 발소 리를 들으며 고이 잠자고 있는 중이다. 6개월마다 검사를 해 보면 크기도 모양 도 그대로라고 했다.

 맨발 걷기가 얼마나 도움이 되었겠냐마는 습관처럼 마시 던 술을 줄이고 건강 식단으로 바꾸었다. 이면에는 걸으며 맑힌 몸을 삿된 음식 과 섞기 아까운 그 무엇의 실천임을 고백한다. 10년째 하던 수영을 끊은 지도 3년째이다.

큰 뜻이 있어 수영을 끊은 것이 아 니라 돌아보니 수영장을 찾지 않은 나를 발견하였다. 범어산 걷기와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에스키모인들은 화가 나면  걸었으며, 화가 풀린 곳에 지팡 이를 꽂아 두고 돌아서 왔다’라는 문구를 어디서 읽었는데 그들도 맨발이었는 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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