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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예술대 교수 자살 후폭풍…교수협 “대학측 마녀사냥이 비극적 선택 불러”

  • 입력 2018.12.23 00:00
  • 기자명 전준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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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수사의뢰 배후, 학위장사, 부적절한 교수 채용, 음악계열 강의시간 등 의혹 규명 촉구

대학 측의 검찰 진정으로 조사를 받다 지난 22일 교내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대구예술대 교수의 빈소에는 영정 사진이 국화꽃으로 둘러싸여 있다. 독자 제공

학내 갈등을 겪고 있는 경북 칠곡의 대구예술대 교수가 교내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되면서 후폭풍이 일고 있다. 이 대학 교수협의회는 ‘학교 측의 마녀사냥으로 비극적 선택을 불렀다’며 진상조사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23일 경북 칠곡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8시쯤 이 대학 건물 3층 복도에서 A(56ᆞ시각디자인) 교수가 숨져 있는 것을 동료 교수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A 교수는 A4 용지 3장에 타이핑한 유서를 통해 ‘학교측이 민원인도 없는 투서를 근거로 검찰조사를 받게 했다’며 ‘조사내용이 터무니없고 근거도 없어 무혐의가 나올 것으로 보지만 근거도 없이 검찰조사를 받게 하는 것은 용서가 되지 않는다’고 억울한 심경을 토로했다. 또 ‘그동안 학과 전임자의 전횡을 보면서도 인내한 것이 후회된다’며 ‘재학생에게만 잘하면 된다는 자기편의주의적인 생각을 한 자신이 죽도록 싫었다’고 말했다.

대학 측은 지난 10월쯤 모 고교생의 기능대회 수상과 관련해 A 교수의 금품수수 의혹을 검찰에 수사의뢰했고, 검찰은 최근 대학 측에 A 교수의 무혐의 사실을 통보했다.

교수협의회에 따르면 A 교수는 최근 학교 측에 모 처장의 학위장사와 관련한 진상조사를 촉구했고 부적절한 초빙교수 채용을 둘러싸고 마찰을 빚었으며 지난 10월초 교수협의회가 총장 불신임안을 처리했을 때 찬성한 이유 때문에 학교 측과 마찰을 빚어왔다.

한편 이 대학 음악계열 학생들은 지난 10월 1시간 수업이 40분에 불과한 불합리를 시정해달라고 총장을 면담한 후 이에 미온적인 총장 출근저지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교수협의회는 23일 성명서를 통해 A 교수 진정 사건의 배후를 밝히고 A 교수와 교수협의회가 주장한 학교 비리에 대해 진상조사를 촉구했다. 교수협의회 관계자는 “대학 측이 전횡을 일삼다 이에 문제를 제기하는 교수를 마녀사냥 식으로 음해해 죽음으로 몰고갔다”며 “대학은 그동안 제기된 모든 의혹에 대해 즉각 해명하라”고 주장했다.

이에대해 대학 측은 “기능대회에 대한 외부의 진정이 있어 검찰에 수사의뢰했고 무혐의 통보를 받았다”며 “처장 학위장사 건은 조사가 진행 중이고, 음악계열 수업시간도 50분으로 원위치했으나 수업 결손시간 변상에 대한 이견은 조정 중”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교수협의회는 대학 측의 해명이 “터무니없는 면피성 거짓말”이라며 강력 대응키로 해 마찰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A 교수는 유서에 ‘연구실의 도구와 자료, 책 등을 기증하니 훌륭한 디자이너로 자라기를 바란다’는 글을 남겼다.

전준호기자 jhj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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