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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 수 없는 여행] 김태학 구미 원남새마을금고 이사장

어르신들과 함께한 울릉도 삼시세끼, 정말 행복했습니다!

  • 입력 2017.10.05 00:00
  • 수정 2022.02.23 10:10
  • 기자명 김광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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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들 모시고 울릉도에서 삼시세끼 찍은 셈이죠, 하하!”

김태학(64) 경북 구미원남새마을금고 이사장은 지난 여름 새마을금고 회원 어르신들과 울릉도 섬여행을 다녀왔다. 김 이사장이 포항까지 버스를 직접 몰았다. 버스에 탑승한 어르신은 마흔 여덟 분이었고, 평균 연령은 74세였다.
울릉도에 내려 김 이사장의 별장으로 들어갔다. 개인 별장이지만 규모가 콘도급이다. 방이 7개고 70명이 한꺼번에 잘 수 있다. 위치도 좋다. 울릉읍에서 5분이면 닿는다.
창밖으로 바다가 훤하게 보인다. 눈이 매서운 사람은 바다에 뜬 배를 보고도 오징어 시세를 맞힐 수 있다. 오징어는 많이 잡힐 때는 한 마리에 1,000원에 팔리지만, 어획량이 줄면 바로 다음날에라도 2만원까지 치솟는다. 다행히 어르신들이 울릉도에 들어간 날은 2,000원 내외 가격에 오징어를 샀다.
사흘 동안 식사는 모두 김 이사장과 직원들이 준비했다. 별장을 지은 지가 20년, 그동안 자주 오간 까닭에 지역 사정에 훤하다. 외지인들은 맛보기 힘든 음식을 중심으로 식단을 꾸렸다. 김 이사장을 비롯해 김낙관 부이사장과 강흥규 이사 등이 장보기부터 식재료 다듬기, 요리까지 모두 도맡았다.
“외지인들은 맛보기 힘든 울릉도 음식이 있습니다. 홍합을 듬뿍 넣은 홍합밥이나 따개비 칼국수, 감자떡 같은 것들이죠. 현지에서 나는 식재료로 가장 맛있는 밥상을 차렸다고 자부합니다. 한 마디로 원남새마을금고판 삼시세끼였습니다. 물론 드시는 분들이 텔레비전 프로보다 훨씬 많았지만…. 그래서 더 즐거웠습니다.”

새마을금고 회원 어르신들과 여행을 떠난 건 처음이었지만 김 이사장은 고향 마을에서는 종종 어르신들을 모시고 여행을 떠난다. ‘마을 효자’로 소문이 나 있다.
본인도 나이가 들어 아버지, 어머니 같던 분들이 이제는 아제, 숙모뻘이 되었지만 형님, 누님 소리가 나오는 나이가 되더라도 효도여행을 계속할 생각이다.
“어르신들 뵐 때마다 아버지 생각이 납니다. 한평생 일만 하셨거든요. 아버지에게 못 해드린 걸 가까이 계시는 어르신들에게 대신 갚는다는 생각입니다.”
김 이사장의 부친은 1977년, 그가 24살 되던 해에 세상을 떠났다. 버스운송사업과 건설업 등으로 돈을 벌기 훨씬 전이었다. 본인 표현에 따르면 겨우 철들 무렵이었다.
“학창시절에는 무던히도 부모님 속을 썩였습니다. 마을에서 어른들이 자기 자녀에게 태학이하고 놀지 말라고 당부할 정도였으니까요. 의젓한 모습을 제대로 보여드리지 못한 게 내내 후회되고 죄송스럽죠.”
 

 

부친은 젊은 시절 일본에 징용을 끌려갔다가 친구와 함께 일터를 탈출해 구사일생으로 고향으로 돌아온 뒤 한평생 우직하게 땅을 일구며 살았다. 말년에 큰 병을 얻었지만 자식에게 물려줄 유산이 줄어들까봐 의사의 만류를 뿌리치고 집으로 돌아와 통증을 참다가 유명을 달리했다.
“노랫말에 부모님의 은혜는 ‘가이없다’고 하는데, 정말 그 말이 맞습니다. 생각하면 할수록 정말 훌륭한 분이었습니다.”
이번 울릉도 여행에서도 내내 아버지를 떠올렸다. 3일간의 여행을 끝내고 돌아오는 길에 버스 핸들을 잡으며 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렸다고 했다.
‘아버지, 저 인제 철들었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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