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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 수 없는 여행] 김재홍 씨세상과 마주한 39일 자전거 국토 종주
김재현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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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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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을 여행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어요. 힘들고 지칠 때도 많았지만 세상과 마주할 수 있는 용기를 준 건 바로 사람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김재홍(28)씨는 속칭 ‘여행 마니아’다. 주변에 자신을 ‘방랑 또라이’라고 소개하곤 한다. 대책 없이 떠나는 그의 여행 스타일 때문이다. 대학시절 국토대장정을 다녀온 친구의 여행담은 그를 방랑 또라이 생활로 안내했다. 2014년 여름, 김씨는 자전거에 텐트와 생활필수품을 싣고 무작정 국토종주 길에 올랐다. 주변에서는 ‘힘들지 않겠냐’ ‘일주일도 못하고 돌아올거다’라며 걱정 아닌 걱정을 했지만 개의치 않았다. 무엇보다 새로운 세상과 마주하고 싶다는 의지가 강했다.

자전거 국토종주 첫날, 출발지인 대구에는 많은 비가 내렸다. 하루 미룰까 고민했지만, 계획대로 자전거에 몸을 실었다. 비를 맞으며 한참을 달렸고 경남 합천에 이르러 하루를 묵을 곳을 찾았다. 야영할 곳이 마땅치 않았다. 마을회관을 물색했지만 앞서 3군데서 퇴짜를 맞아 의기소침해 있었다.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찾은 마을에서 생각지도 못한 주민의 따뜻한 마음에 그만 울컥하고 말았다.
“비를 맞아서 몸살 기운이 올라올 것만 같았어요. 온 동네에 자전거 국토 종주한다고 소문내고 출발했는데, 창피하게 하루 만에 집에 돌아가게 생겼다고 생각했을 정도였으니까요.”

길을 가다 마을회관 위치를 물어보러 한 집에 들렀다. 하지만 주인인 중년의 부부는 마을회관에 가지 말고 자기 집에서 묵으라며 안으로 안내했다. 극구 사양했지만 부부는 김씨의 손을 잡아끌었다. 끌려가듯 들어간 집에서 맛있는 밥상을 받았다. 빨래에 샤워, 숙박까지 할 수 있었다. 초라한 행색의 여행자를 배려하는 부부의 마음 씀씀이가 황송할 정도였다. 부부는 타지에 나가있는 아들이 생각나 그랬다고 말했다. 김씨는 감동했다. 말로만 듣던 시골 인심이 이런 것인가 생각했다.

다음날 아침, 아니나 다를까 전날 맞은 비 때문에 두통과 몸살 기운이 몰려왔다. 힘이 없었지만 밥을 차려놨다는 부부의 말에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아침을 먹고 한숨 돌리고 있는데, 순간 두통이 사라지고 정신이 맑아졌다. 부부의 정성이 담긴 시골밥상이 효험이 있었던 것일까. 김씨는 지금도 그렇게 믿고 있다.

그가 계획한 자전거 국토종주 코스는 대구에서 출발해 전라도, 제주도, 강원도, 경기도를 거쳐 다시 대구로 돌아오는 여정이었다. 평탄하고 내리막길만 이어진다면 편하겠지만 산지가 많은 우리나라의 길은 자전거 여행자들을 결코 쉽게 맞이하지 않는다.
4일 째 되는 날, 목포에 도착했다. 김씨는 무릎에 통증을 느꼈다. 목포로 가는 동안 4개의 큰 고개를 넘었다. 아프다가도 어느 순간 괜찮아져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앞으로의 일정을 생각한다면 병원에 가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했다. 목포 시내의 정형외과에 들러 물리치료를 받기로 했다. 진료를 받고 의사와 이야기를 나눴다. 자전거 종주사실을 안 그 의사는 “잘 곳이 없다면 빈 병실에서 묵어도 좋다”고 했다. 이번엔 사양하지 않았다. 큰소리로 병원이 떠나갈 듯 감사하다고 외쳤다. 이 병원에 들러야 한다고 아픈 무릎이 자신을 이곳으로 안내한 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맛없다고 평가받는 병원 밥이 ‘최고의 밥상’처럼 느껴졌다.

   
 

한 달이 넘도록 자전거로 전국을 누볐다. ‘일정을 좀 더 늘려볼까’ ‘여기서 끝내지 말고 더 달릴까’ 아쉬운 마음이 강하게 밀려왔다. 여행이 막바지로 접어들 땐 짐이 많이 줄었다. 짐은 가벼워졌지만 한편으론 줄어드는 짐이 아쉬웠다. 모든 여정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김씨에게 그간의 추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는 생각했다. ‘다음 여행은 어디로 갈까?’


39일 동안 총 3,004.23km를 달렸다. 새까맣게 타버린 몸이 여행의 훈장처럼 남았다. 기분 좋은 흔적이었고 자신이 여행다운 여행을 했다고 인정해주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전국일주를 하는 동안 생면부지의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제가 얼마나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내가 몰랐던, 가보지 않았던 장소에서 나를 걱정해주고 위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안다면 감동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걸요.”

   
 

그의 여행은 자전거 국토종주로 끝나지 않았다. 자전거 종주를 하며 우연히 만난 친구와 두 다리로 전국 백패킹 일주를 했다. 우연히 지역 방송사의 눈에 띄어 방송 출연도 했다. 여행을 통해 새로운 추억이 생기고 만남이 새로운 인연으로 발전한 것이다. 그 인연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먼 미래에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고 싶어요. 그 때 저를 따뜻하게 맞아줬던 사람들처럼 여행자들이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이면 좋겠어요. 방문하는 것만으로도 가슴 따뜻해지고 공허한 마음을 채울 수 있는 그런 쉼터 말예요.”

김재현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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