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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표절이 의심된다고 무턱대고 ‘판결’ 내렸다간

  • 입력 2017.08.08 00:00
  • 기자명 대구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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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주변에는 아직도 ‘도깨비앓이’를 하고 있는 사람이 많다. 좋은 드라마는 지친 삶에 소소한 위안이 된다. 생각해보면 어릴 적 ‘도깨비’는 한 마디로 ‘무서운 아저씨’였다. 어머니가 늘 “말 안 들으면 도깨비가 데려간다”고 말했기 때문이었을 수도 있다.

그런 도깨비가 드라마 속에서는 더 없이 친근하고 매력적인 신사로 등장해 여심을 훔쳤다.

드라마의 인기 덕에 드라마 OST도 인기곡으로 상종가를 치고 있다. 그런데 OST 중 ‘뷰티풀(Beautiful)’이라는 곡이 표절시비에 휘말렸다. 노이즈 마케팅이 아닌가 하는 추측도 있었지만, 그렇게 대중들의 관심을 끌 필요가 없는 곡이었기에 음악팬의 진지한 의심이었다고 보는 편이 옳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인터넷에 ‘도깨비 OST가 표절’이라는 식의 글을 올리고 있을 것이다. 유명세만큼 혹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많은 이들이 표절 판정이 내려지지 않았음에도 표절했다고 단정 지을 것이다. 작곡가도 표절 작곡가의 낙인이 찍히기 십상이다. 그러나 분명 표절의 가부는 아직 판단 중이다.

헌법에는 ‘무죄추정의 원칙’(無罪推定原則)이 있다. 유죄 판결이 나기 전까지는 무죄라는 것이다. 그러나 인터넷을 통한 표절 시비는 착각과 오해를 불러오기 딱 쉽다. 상식을 통한 판단보다 무의식적인 판단이 우선하는 것이다.

우리 일반인들은 판사가 아니다. 물론 표절 의심이 되는 곡에 대하여 자신의 견해를 자유롭게 논하는 것은 괜찮을 것이다. 하지만 그 범위를 벗어나 정죄까지 하는 건 곤란하다.

표절이 의심되면 일단 한국저작권위원회 사이트에 들러서 의심되는 부분을 문의하거나 한국음악 저작권협회에 감정을 요청하라고 권하고 싶다. 자신의 판단을 섣불리 인터넷에 공개하면 애꿎은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

인터넷은 열린 공간이지만 동시에 그만큼 위험하다. 자유에 책임이 따른다는 것이다. 자칫하면 명예 훼손으로 법적 책임을 져야 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김지만(저작권보호원 감수위원, 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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