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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퇴임 앞둔 경찰관과 서장 막말 둘러싼 진실공방

  • 입력 2017.06.21 00:00
  • 기자명 김민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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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내부망 글 통해 “서장 모욕으로 스트레스, 정신과 12주 이상 치료판정” 주장

서장 “순찰차 탑승지침 불이행, 인격모독 의사는 없었다”고 해명

현직 경찰서장이 순찰을 돌며 지구대 직원들에게 근태지적을 하는 과정에 논란을 일으킨 대구 동구 큰고개지구대. 김민규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정년퇴직을 앞둔 경찰관이 지시 불이행을 이유로 경찰서장으로부터 막말과 인격모독성 발언을 들어 12주 정신과 치료를 판정을 받았다고 주장, 논란이 일고 있다.

21일 경찰에 따르면 16일 오후 2시쯤 경찰 전산망에 이달 말 퇴직 예정인 경찰관(59ㆍ경위)의 글이 올라왔다. A4용지 2매 분량의 이 글에는 ‘대선을 하루 앞둔 지난달 8일 대구 동구 큰고개지구대에서 야간 당직을 서고 있는데 J 동부경찰서장이 나타나 “지구대 근무자 한 명당 하루 7시간 이상 순찰차를 타지 말라고 지시했는데 왜 따르지 않느냐”며 “직무유기에다 업무포기구만, 징계 조치를 하겠어”라고 폭언했다’고 주장했다.이 경찰관은 글을 올린 후 휴가를 내고 연락을 끊고 있다.

해당 경찰관은 ‘다음날 또 30여 분간 질책을 하던 서장이 “퇴직 6개월만 남았어도 징계 조치할텐데, 집에 따라가 징계할 수도 없고”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서장에게 당한 모욕으로 스트레스와 우울증, 수면장애를 앓다 12주 이상 정신과 치료를 필요로 한다는 진단을 받아 요양 중’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지휘관의 갑질 문화가 조직의 인권은 물론 국민의 인권을 지키는 것이 우습다’며 ‘평생을 몸담은 경찰 생활에 회의를 느낄 정도로 자괴감을 느끼고 계급이 낮다는 이유로 잊지 못할 모욕을 당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글 마지막에 ‘관리자에게도 삭제하지 말도록 당부하며 게시판에 적지 못한 구체적인 사실을 향후 인권위 등에 제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대해 J서장은 “경찰관이 순찰차를 하루 7시간 이상 타면 순찰업무에 태만할 수 있고 사고 위험도 있기 때문에 이를 바로잡도록 3차례 넘게 지시했으나 일부 지구대에서 이행하지 않아 현장점검했다”며 “징계 이야기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인격을 모독할 의사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서장은 또 “해당 경찰관에게 사과문자를 보내고 전화도 했지만 응답이 없었다”고 말했다.

동부서에 따르면 관할 지구대 5곳과 파출소 4곳 중 지구대 3곳에서 경찰관 6명이 하루 10시간 이상 순찰차를 탑승, 지시를 어겼다.

경찰 내부망에 이 글이 올라오자 대구 1,000여 명 등 전국 경찰관 중 2만여 명이 읽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경찰 사회의 이슈가 되고 있다.

한 경찰관은 “J서장이 지구대 근무 경찰관 한 명당 하루 7시간 이상 순찰차를 타지 말라고 지시했지만, 순찰차에 수반되는 업무와 기타 업무를 병행하면 10시간 이상 순찰차를 타는 경우가 태반이다”며 “지구대 특성상 획일적인 업무보다 탄력적인 업무가 요구되는데 현장과 동떨어진 지시를 내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대해 동부경찰서 관계자는 “J서장이 고된 근무환경을 합리적으로 바꾸자는 취지의 업무지시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해당 직원이 오해를 한 것 같다”며 “바뀌는 근무형태가 시간적 여유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지만 절반이 넘는 지구대에서는 지시대로 잘 운영되고 있다”고 해명했다.

김민규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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