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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아르바이트 하다 식당 차린 대학생 “혼자서 하루 100만 원 거뜬”

  • 입력 2017.02.06 00:00
  • 수정 2017.02.07 15:32
  • 기자명 김광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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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방에서 음식을 만들고 있는 대학생 최길태씨. 혼자서 하루 매출 100만원 이상씩 올리고 있다. 개학 후에는 더 바빠질 전망이다.

“오토바이 배달 1년 만에 제 가게 차렸죠.” 대학생인 최길태(26ㆍ계명대학교)씨는 한 달 전 가게를 열었다. 종업원 없이 식재료 구매부터 요리, 배달까지 혼자서 다 한다.

개업 첫 날부터 전화기에 불이 났다. 하루 평균 100만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최씨는 “이대로 간다면 학교 졸업 전에 ‘억대연봉’을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 “본점이 정착되면 체인 사업을 시작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 배달 겸 시장조사로 메뉴 개선

최씨가 음식 사업에 뛰어든 것은 부모님 때문이었다. 배달도 부모님 가게에서 제일 먼저 시작했다. 최근 경기가 나빠지면서 부모님이 운영하는 가게도 매출이 급격하게 떨어졌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어서 배달을 하겠다고 나선 거였다.

“부모님이 반대하셨죠. 그냥 신경 끊고 공부나 하라고 하시면서 가게에 오지 말라고 하셨어요. 고집을 피워서 겨우 배달을 시작했어요.”

호락한 일은 아니었다. 풋내기 배달부에게 골목은 미로나 다름없었다. 배달이 늦어지면 으레 손님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죄송합니다”를 입에 달고 살았다. 여기 저기 긁히면서 몸에 반창고가 하나 둘씩 붙었고, 오토바이와 함께 넘어져 갈비뼈가 부러진 적도 있었다. 마음 아파하실까봐 부모님에게는 숨겼다.

부모님 몰래 부업도 했다. 남의 집 음식을 배달한 것이었다. 배달 전문 업체에 퀵 기사로 등록해서 일했다. 돈 때문에 시작한 일은 아니었다. 일종의 시장 조사였다. 어떤 음식이 잘 나가는지 직접 배달을 하면서 파악해보기로 한 거였다.

“얼마 안 가 감이 오더라고요.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음식은 주문이 별로였어요. 타켓을 정확하게 정한 집이 늘 배달 주문이 폭주하더라고요. 학교에서 배운 ‘타겟 마케팅’ 이론과 정확히 일치했습니다. 이론과 실재가 일치한다면 주저할 이유가 없었죠.”

대학가에는 자취생이 많다. 20대의 입맛과 취향을 저격해야 승산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님에게 메뉴 조정을 요청했다. 부모님은 아들의 의견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렇게 여섯 달이 지나자 배달로 올리는 매출이 매장 매출을 압도하기 시작했다.

“그때 부모님 눈빛이 달라졌죠. 이 녀석 뭐 좀 아는데, 하는 그런 분위기요. 부모님에게 인정받아서 너무 기분이 좋았어요.”

- 부모님께 인테리어 회사 차려드리고 싶어

부모님 가게를 성공시킨 후 내친 김에 내 사업을 해보자는 생각으로 본인의 가게를 열었다. 일부러 후미진 곳에 식당을 차렸다. 어차피 배달 위주이기 때문에 주방만 깨끗하면 홀은 문제될 것이 없었다. 어느덧 한 달째, 지금까지 탄탄대로를 달리고 있다. 개강 후에도 요리사를 고용해 계속 영업할 계획이다.

“영남대 앞에서 자리를 잡으면 계명대, 대구대 등에 직영점을 내고 체인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해야죠. 3년 내에 스무 개 정도를 여는 게 목표입니다.”

올해 복학을 한다. 공부와 사업을 병행하면 정신 없이 바빠질 테지만 해낼 자신이 있다고 했다.

“아직 젊으니까, 몸으로 뛰어서 희망을 쟁취할 수 있는 나이라고 생각해요. 남들보다 반 발짝 더 뛴다고 생각하니까 되더라고요. 2017년도 그런 각오로 일하고 공부할 생각입니다.”

그의 마지막 목표는 인테리어 회사를 차리는 것이다. 회사를 차려서 아버지에게 드릴 계획이다.

“부모님이 식당을 여신 게 10년쯤 됐는데, 원래는 아버지가 인테리어 사업을 하셨어요. 작은 공장도 있었고, 직원만 해도 30명이 넘었죠. 제가 고등학교에 올라갈 무렵에 사업이 무너졌죠. 공사비를 떼이셨거든요. 호구지책으로 식당을 여신 거죠. 더 열심히 해서 예전만큼의 규모는 아니더라도 좋아하시는 일 하실 수 있게 인테리어 회사를 차려드리고 싶어요.”

김광원기자 jang750107@hankookilbo.com 김우섭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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