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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의 시 ‘주름살’

  • 입력 2017.01.25 00:00
  • 수정 2017.01.31 16:27
  • 기자명 대구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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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주환

▲ 시인 조주환씨.

 

그 여름 흙탕물에 할퀴고 파인 골짝

해와 달이 스러진 언덕 비바람 우는 소리

저무는 산등에 기대

그 시간을 듣느니,

눈발처럼 흩뿌려진 아픈 삶의 발자국들

한 점 회한도 꽃가지도 다 내려놓고

광년 밖 우주에 묻혔을

숨은 말을 찾느니

이승을 건너는 말 갈꽃처럼 흩날린다.

무거운 그 어깨의 뜨거운 일 다 버리고

노을도 제 삶의 무게를

묻어 두고 떠난다. 시인 소개 조주환은 1946년 경북영천에서 태어나 대구교육대학, 고려대 교육대학원을 졸업하고 월간문학 신인상 당선, 시조문학 추천을 받고 문단에 나와 중앙시조대상, 한국시조시인협회상, 낙강문학상 등을 수상하고 맥시조창립회장, 영남시조문학회장, 경상북도문인협회장을 역임하였다.

시집으로는 ‘길목’, ‘사할린의 민들레’, ‘독도’, ‘소금’ 등이 있다.

해설 서태수

자연이든 인간이든 연륜은 주름살로 드러난다.

노을빛 젖은 겨울산은 한해의 사연을 죄다 보여준다.

산은 본 모습을 드러낸 앙상한 나무들 사이로 폭우에 패인 흉터,

비바람에 할퀸 상처를 고스란히 안고 지난날을 반추한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이때쯤이면 깊은 주름 사이로 새겨진 지난날의

기쁨, 슬픔을 다 내려놓는 계절이다. 그리하여 더 멀리 숨어 있을

진리를 탐색하면서 무거웠던 삶의 발자국들을 지운다.

한겨울 저물 무렵은 제 항아리를 비우는 사색의 시간이라며,

시조의 4음보 율격이 잔잔히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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