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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환의 미식예찬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

  • 입력 2016.11.16 00:00
  • 수정 2016.11.28 15:34
  • 기자명 대구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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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북대학교 겸임교수음식 칼럼니스트

신의를 돌보지 않고 자기 이익만을 꾀한다는 의미로 쓰는 말이다. 단맛은 삶에 대한 예찬, 아름다움, 행복감 등으로 표현되고 세상에 대한 저항의식, 슬픔, 허무함 등을 쓴맛으로 표현한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단맛을 좋아하고 쓴맛을 싫어 한다. 단맛은 뇌에서 영양분에 대한 정보를 주지만 쓴맛은 독소에 대한 정보를 준다. 단맛은 생존에 필수적인 에너지를 제공하는 반면 쓴맛은 독극물을 의미하기 때문에 삼키기 직전 이를 토해 낸다. 이런 자기방어 기제 때문에 인류는 오랫동안 쓴맛을 다른 맛처럼 즐기지 못했다.
쓴맛은 동물에게 독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지표였다. 동물들은 본능적으로 쓴맛은 독으로 인식하고 쓴맛이 나면 뱉어 버린다. 아이들도 이런 독을 피하려는 본능이 있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학습에 의해 술, 커피, 코코아, 차같은 쓴맛을 좋아하게 된다. 쓴맛에 대해 둔해져 잘 느끼질 못한다. 먹다 보면 몸에 나쁘지 않으니 그게 독이 아니라고 뇌가 기억을 하기 때문이다. 연구에 의하면 영장류에 비해 인간은 쓴맛을 느끼는 유전자가 많이 퇴화가 이루어 졌다고 한다. 뇌의 발달에 따라 독으로 판단할 필요성이 줄어 들고 있다는 반증이다. 인류는 쓴맛을 극복하면서 번성했다. 쓴맛 선호는 문화가 유전자를 이긴 대표적인 사례이다.
쓴맛에 대해 9세 이하의 아이들에 있어서는 성별에 따른 차이가 발견되지 않는다. 그런데 사춘기에 접어들기 시작하면 여성들은 쓴맛을 더 잘 느끼게 되고 특히 임신 중에는 민감도가 매우 높아진다. 이것은 태아와 아이를 지키려는 모성본능과 관련되어 있다.
쓴맛이나 떫은맛은 독성과 관련되었을 가능성이 상당히 크기 때문이다. 물에 아주 잘 녹는 것은 대부분 맛도 쓰지 않고 독성도 없다. 분자가 아주 크면 당연히 무미, 무취, 무색이다. 애매한 크기의 분자가 쓴맛인 경우가 많다. 물에 애매하게 녹는 쓴맛 성분은 온도가 높거나 추출 시간이 길수록 많이 녹아 나온다. 그래서 차를 우릴 때 온도를 너무 높이지 않고 시간을 너무 오래 끌지 않는다. 그리고 커피 등을 추출할 때 분쇄한 입자가 크면 시간을 길게 하지만 입자가 작으면 쓴맛 성분이 녹아나오지 않도록 온도와 시간을 낮춘다. 그래서 저온 추출 시 고온보다 수십 배 시간이 걸리는 것이다. 낮은 온도는 추출 효율이 낮고 향이 약하다. 고온에는 많은 향기 성분이 추출되지만 쓴맛 성분도 많이 추출된다. 그래서 최적점을 찾는 것이 기술이다. 쓴 음식은 식욕을 촉진한다 식사전에 마티니나 칵테일의 식전주를 먹는것도 그 이유다. 쓴 맛을 내는 분자가 위 속에 있는 쓴맛 수용체와 결합하면 식욕 촉진 호르몬인 그렐린(ghrelin)이 분비가 늘어난다.
미국 노스웨스턴대 심리학자 도널드 노먼 교수는 “사람들이 쓴맛을 즐기는 것은 문화가 본능을 정복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설명한다. 맛은 다른 감각과 달리 학습이 큰 영향을 미친다. 쓴 걸 먹고도 몸에 별 탈이 없기 때문에 거부반응이 점차 약해지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쓴맛에 대한 본능의 거부를 극복하지는 못한다. 쓴맛에 대한 민감도는 개인차가 크기 때문이다 연구결과 가장 민감한 사람과 둔감한 사람보다 100-1000배 더 민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에서 모든 사람은 자기만의 맛의 세계를 갖고 있고 인류가 이처럼 미각 민감도를 유지하는것은 흥미로운 현상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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