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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일현 교육칼럼

예체능 교육의 중요성

  • 입력 2016.05.20 00:00
  • 수정 2016.06.23 11:17
  • 기자명 대구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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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성교육문화센터이사장, 시인

셍텍쥐페리의 ‘어린 왕자’가 전 세계 모든 연령층의 사람들에게 지속적인 인기를 유지하는 이유는 바로 ‘의사소통’과 ‘다른 사람에 대한 ‘존중’이다. 이 메시지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우리에게 항상 와 닿는 주제다.어린 왕자는 여러 별을 떠돌아다니면서 소통과 존중의 미덕을 잃어버린 사람들을 많이 만난다. 시종일관 남에게 군림하려고만 드는 왕, 자신을 칭찬하는 말 외에는 귀 기울이지 않는 허풍쟁이, 우주에 산재해 있는 5억 개의 별이 모두 자기 것이라며 거듭 되풀이하여 세고 있는 상인, 자기가 사는 별도 제대로 탐사해보지 못한 지리학자 등을 만난다. 이런 사람들의 공통된 특징은 물질 만능주의적 사고에 젖어 있고, 다른 사람을 귀하게 여길 줄 모른다는 것이다.어느 논객이 삼성 사장단회의에서 “지금 삼성에 필요한 것은 아날로그적 감성”이라고 했다. 삼성은 최고 엘리트 기업이란 인식이 강하지만 인간적인 감성이 메말라 있다고 지적했다. ‘응답하라 1994’가 선풍적인 인기를 끈 이유는 느리고 따뜻한 인간적인 정이 넘치고, 아날로그적인 향수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시대가 아무리 바뀌고 과학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인간적인 감성은 인간을 움직이는 핵심 요인이다. 풍부한 상상력과 창의력은 지식기반 사회에서 사활의 관건이 된다. 예술적 감각이 결여된 인간에게서 풍부한 감성이나 창의력을 기대할 수 없다. 예체능 교육을 통해 아날로그적인 풍부한 감성을 길러야 디지털 세계에서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오늘 우리 교육 현장에서 가슴 뭉클한 벅찬 감동을 경험하기는 어렵다. 암기와 모방, 등급과 석차, 상호비교만 있다.
루트번스타인 부부는 그들의 저서 ‘생각의 탄생’에서 미래는 직관력과 통찰력을 갖춘 르네상스형 인간(만능형)이 성공할 것이라고 말한다. 상상력과 직관력은 흔히 모호하고 불합리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오히려 교과서적인 지식이야말로 ‘환상’이라고 그들은 주장한다. 이해보다 암기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창조적 천재는 풍부한 상상력과 직관으로 다양한 지식을 통합해 남들이 착안하지 못하는 해결책을 엮어낸다. 지금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과학적 지식이 아니라, 그 지식을 창안한 과학자의 삶과 사고 과정을 가르쳐야 한다. 이를테면 생물을 가르치기 전에 곤충학을 집대성한 파브르를 읽게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미술은 미술대로 음악은 음악대로 같은 방식의 교육을 하면 어느 새 창조적 발상법을 몸에 익히게 된다.
어린 왕자는 일곱 번째 별인 지구에서 지혜로운 여우를 만나 인생에서 중요한 것들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다.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법이야.”라고 한 여우의 말을 우리는 곰곰이 음미해 보아야 한다. 눈에 보이지 않고 당장 용도가 없다고 멀리하면 후일 그 대가는 치명적일 수 있다. 우리는 모든 면에서 너무 근시안적이다. 소통과 존중, 상상력과 직관력 배양을 위해 음악, 미술, 체육보다 좋은 과목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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