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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환의 미식예찬

컨템퍼러리 퀴진

  • 입력 2016.06.15 00:00
  • 수정 2016.06.21 14:46
  • 기자명 대구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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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북대학교 겸임교수, 음식 칼럼니스트

“컨템퍼러리”의 사전적 의미는 동시대의, 현대의, 당대의란 뜻이다. 현재 가장 새로운 요리 콘셉트를 표현하는 용어다.  요리에서의 정의는 그때그때의 유행과 시대상에 따라 당연히 변하거나 바뀌는 요리를 말한다. 중국요리나 일본요리에 한국 전통음식을 독창적으로 결합하여 새로운 메뉴를 만드는 것이다 새로운 메뉴는 새로운 미각을 탄생시키고 새로운 미각의 탄생은 새로운 트렌드를 만든다. contemporary는 classique에 반대되는 개념이다 옛날 정통 방식이라기보다 요리방법 및 분위기 등이 현대적이다 일식. 한식. 양식. 으로 구분 하는 것 보다 그 지역 국민들이 좋아하고 즐겨 먹는 음식을 그 지역에서 생산된 식재료로 요리한 것을 컨템포러리 퀴진 이라고 한다.

퓨전은 서로 다른 나라의 음식을 결합해 새로운 분위기의 음식을 만드는 것을 의미 하지만 컨템포러리는 시간과 공간에 집중한다. 현재 그 장소에서 우리가 먹고 있는 음식들 여기에 셰프의 정성과 철학을 보탠다. 또한 전통요리에 뿌리를 두고 보편적인 맛을 지닌 특이한 요리가 될 수도 있고 지역, 유행, 기후, 문화, 입맛중 아무것도 개의치 않는 가장 자연스럽고 합리적인 요리다 이탈리안 음식이 될 수도 있고 중식이 될 수도 있고 한식이 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이 땅에서 나는 건강한 식재료로 만드는 것이다.

한식․일식․중식․프랑스식 등으로 구분하는 시대는 끝났다. 자국민이 지금 현재 가장 좋아하고 즐겨 먹는 음식을 지역에서 나는 건강한 식재료로 정성 들여 요리하는 컨템포러리퀴진이 요즘은 전 세계적인 요리 트렌드다. 끓임 없이 들어오는 외국음식들. 타국의 향신료. 변하는 입맛 등 모든 변화를 굳이 부정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지금의 한국음식이 코리안 컨템포러리 퀴진인셈이다. 요리는 손으로 하는 것만이 아니다 가슴으로도 그리고 머리로 만든다. 우리 주변에 있고 쉽게 볼 수 있는 것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것들을 기발하게 재구성하여 요리로 표현한다. 요리에도 창조적 융합이 필요하다. 거꾸로 뒤바꾸기(reversion)이다.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한식에 일식을 지극히 사실적으로 표현 하는 것도 뒤바꿈을 유발하는 효과는 크다.

또 다른 합성방법은 상호 모순적인 대상의 변증법적 합성이다. 이질적인 것을 하나로 결합한다. 모순은 역발상에서 출발한다. 모순은 어떤 사실의 앞뒤 또는 두 사실이 이치상 어긋나서 서로 배척하여 양립 할 수 없는 관계를 뜻하지만 모순 속에 진정한 진리가 담겨 있다. 모순은 상대방을 설득하는데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다. 훌륭한 셰프는 현명한 모순을 창조 하는 사람이다 평소에 상반되는 것이 서로 영향을 주어 효과가 없어지는 것(tradeoff)을 나란히 놓아 보자‘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처럼 ‘맛있으면서 몸에 좋은’ ‘값싸면서 푸짐한’두 개념을 한 줄에 놓는게 역발상의 시작이다. 요리의 창조는 새로운 눈으로 보는 것이다. 관습적 결합과 익숙한 인과 관계를 해체하고 새롭게 합성하는 것이 창조적 융합이다.

지금 우리는 너무 많은 메뉴가 존재하는 시대에 살고 있음에도 불구 하고 고객들은 늘 새로운 것을 원하고 있다. 음식부문에서는 더 이상 새로운 것이 나올수 없을 정도로 잠재력이 고갈되었다. 더 이상 하늘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분리. 변형. 재배열. 재합성을 통해 가치와 속성, 디자인, 접근법 등으로 새로움을 창조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컨템포러리 퀴진은 전통요리에 기초를 둔 보편적인 요리를 말한다. 전통을 바탕으로 한 동서양 요리법중 가장 합리적인 것을 찿아내 만든 진정한 감동을 주는 요리다 감동과 정성이 없는 음식은 생명력이 짧다 요리는 자유로워야 한다.

또 진화해야 한다. 한국요리가 국제화 되지 못하는 이유는 곁들임 요리수가 많고 조리법이 어려워 표준화가 어렵다는 것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세계인의 입맛에 어필할 수 있는 자유롭고 진화된 한국요리를 개발하지 못한 탓이 크다. 음식은 감동과 함께 하는 음식을 먹든 효율성과 즐거움을 먹든 그것은 선택의 문제다 브리야바사바랭(Brillat-Savarin)은 “미각의 생리학”에서 “식사의 쾌락은 다른 모든 쾌락이 사라지고 난 후에도 마지막까지 남아 우리에게 위안을 주고 새로운 요리의 발견은 새로운 천체의 발견보다 인류의 행복에 더 기여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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