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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개미'마니아' 신동오 파브르생태연구소 소장

  • 입력 2016.04.07 00:00
  • 수정 2016.04.15 09:12
  • 기자명 김광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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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의 눈물'이 도움 청한 대구의 개미박사

 

한국에 140여 종의 개미 서식
신동오 파브르생태연구소 소장은 ‘개미박사’로 통한다. 대학에서 받은 박사 학위는 아니다. 그래도 전국적으로 알아주는 ‘박사’다. ‘아마존의 눈물’을 찍은 김진만 PD팀이 2013년 여름에 ‘무사 개미’ 다큐멘터리를 찍으러 대구에 내려왔을 때도 개미박사에게 도움을 청했다. 지금은 개미의 종류를 분류해서 정리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일본과 미국은 개미 도감이 있습니다. 우리만 없어요. 우리나라에도 나비가
딱정벌레 도감은 있지만 유독 개미만 없어요. 그걸 제가 해보고 싶은 거죠.” 우리나라엔 개미가 130~140여종 있다. 그는 지금까지 80여종을 찾았다. 지금까지 5년 동안 이 작업을 해왔고, 앞으로 3년 정도 더 하면 마무리 될 것 같다고 했다. 도감이 완성되면 ‘세계적인 저작’이 될 가능성이 높다. 보통 도감에 나오는 사진은 곤충의 표본을 쓴다. 방부 처리한 것들이라 온전한 모습일 수 없다. 신 소장은 살아 있는 개미만 찍고 있다. 생생하고 온전한 형태의 개미만 담았다. “대부분의 개미가 2~3mm에 불과합니다. 맨 눈으로 보면 점에 불과하죠. 살고 있는 곳에 찾아가 특수렌즈로 살아 있는 모습을 일일이 찍으려다보니까 시간이 조금 걸렸습니다. 조금 따뜻해지면 또 렌즈 들고 산으로 들로 뛰어다녀야 됩
니다, 하하!”

 

미술학원을 생태공원으로
신 소장의 원래 직업은 화가다. 미대를 졸업해서 한동안 입시 미술학원을 운영했다. 그러다 입시 환경이 바뀌면서 1994년에 아동미술학원을 열었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시작한 아동미술이었지만, 제대로 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죠. 나름대로 연구를 많이 했습니다. 전국 헌책방을 뒤져서 관련 책자를 공부
해가며 아동미술의 본질을 탐구한 것이죠.” 그러다 생태미술이라는 독특한 테마를 개발했다. 개미뿐 아니라 사마귀, 반딧불이, 방울벌레, 나비, 사슴벌레 등을 직접 키워서 길러보고 이를 그림과 기록으로 남기는 수업이었다. 아이들은 열광했다. 시골에서 자란 어른들에게도 생소한 경험이었기 때문이었다. 주변 ‘어른들’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너무 과하다는 말이 많았다. “미술학원을 생태공원으로 만들다시피 했죠. 그랬더니 같은 아동미술을 하는 선후배들도 미술학원인지 곤충학원인지 헷갈린다면서 ‘자중하라’고 충고하더군요.” 주변에서 말린다고 멈칫한 신 소장이 아니었다. 내친 김에 교재까지 만들었다. 아이들이 곤충을 키우고 관찰하고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사진과 글로 담은 작은 책자였다. 이 책자가 대박이 났다. 2000년대 초반에는 전국에 있는 유치원과 학교 등으로 교재가 팔려나갔다. 지금은 경상도에만 한정하고 있다. 일만 번잡하게 많아지는 느낌 때문이었다고 했다. 본질을 놓칠까봐 오히려 사업을 줄인 것이었다. “요즘은 한 달에 사흘 정도만 일합니다. 일이란 게 대부분 책자를 발송하는 것이
어서 그 정도만 해도 충분합니다.” 연봉은? 비슷한 연령대 대기업 사원 연봉 못잖다. 단 사흘만 일하고도.

 

“개미는 지구를 대표하는 존재”
한 달 사흘을 제외한 나머지 날들을 온전히 개미에 투자하고 있다. 한 달에 이십일 이상이면 엄청난 투자다. 게다가 누가 연구비를 대주는 것도 아니다. 주변 사람들 말마따나 오버하는 게 아닐까 싶지만, 그의 개미사랑은 한 동안 멈추지 않을 듯하다. “개미를 깊이 연구하다보니까 그런 생각이 들어요. 개미는 몸집만 작을 뿐 인간보다 더 위대한 존재일 수도 있겠다구요. 외계인이 지구에 온다면 아마 지구의 대
표 생물을 인간이 아니라 개미로 꼽을 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듭니다.” 그는 개미를 ‘해충’으로 인식하는 것이 제일 가슴 아프다고 했다. 개미가 자연계에서 하는 역할을 알고 나면 “절대로 그런 말 못할 것”이라고 했다. 개미를 해충으로 규정하는 것 생태적인 마인드가 “없어도 너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모든 사람이 저처럼 되면 안 되겠지만, 적어도 생태에 관해 최소한의 관심은 있어야 합니다. 알을 가져와서 거기서 벌레가 나오고, 그 벌레가 다시 성충이 되는 과정을 보고 나면 절대로 자연과 그 안에 살아가는 생물들을 함부로 하지 않습니다. 물론 그런 체험이란 저처럼 곤충에 미친 사람이 제공해야겠죠.”
그는 계속 개미에 미쳐 살 것 이라고 당당하게 선언했다. 주변에는 아직도 그에게 “학위도 안 주는 연구를 계속할 게 아니라 실제적인 부분에 더 투자하라”고 하는 이들이 있지만, 그는 오히려 그들에게 충고의 말을 건넨다. “구태의연한 생각과 행동이 사람을 협소하게 만듭니다. 무슨 일이든 최선을 다해서 개성적으로 또 열정적으로 파고들어야 답이 나옵니다. 거꾸로 뒤집어서 생각하는 게 필요하단 뜻입니다. 답은 희한한 데서 나오거든요. 주변분들 중에서 돈 들어올 때 바짝 벌라고 충고하는 분도 있지만 제 대답은 노(NO)입니다. 첫째는 사는게 재미가 없을 것이고, 둘째는 제가 경험한 뜻밖의 성과들을 전혀 기대할 수 없는 인생이 되어버릴 테니까요.” 그에게는 아직 운전면허도 없다. 몰입의 습관 때문이다. 그의 ‘마니아 인생’은 앞으로도 쭉 이어질 듯하다.


김광원기자 jang75010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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