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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정비'마니아' 80만km 달린 매니아 박순식씨

자동차 100km 문제 없어요

  • 입력 2016.04.07 00:00
  • 수정 2016.04.15 09:13
  • 기자명 김민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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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터기 고장 난 거 아니에요?
1996년 현대자동차에서 만든 싼타모를 타고 있는 박순식(57) 씨가 종종 듣는 이야기다. 미터기는 80만 킬로를 넘기고 있다. 계기판이 잘못된 것이 아닌가 싶지만, 자동차 등록증에서도 80만 킬로를 넘긴 주행기록이 있다. 단종된 지 15년 이상 지나 도로에서도 보기 힘들지만, 그의 자동차 성능은 요즘 나온 신차 못지않다. 이차만의 특별한 기능일까? 자동차관리를 잘한 것일까? 자동차를 오래 탈 수 있는 비결을 묻자 다음과 같이 말했다. "자동차는 관리하기 나름이죠. 예를 들어 오늘 소나타 10대가 동시에 출고해 1년 후 테스트를 해보면 연비와 차량의 상태가 제각각입니다. 한마디로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차의 수명을 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택시도 이만큼 달리기 힘들 걸요?’
택시가 40~50만 킬로에서 폐차를 하는 것에 비하면 이 씨의 운행기록은 대단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다. 이쯤 되면 그의 직업이 궁금해진다. 그는 ‘자동차정비계의 맥가이버’로 통한다. 자동차기능장을 떠올리지만, 그는 정식으로 정비일을 배우지 않았다. 하지만 대구에서 정비 좀 한다는 이들 사이에서 유명인이다. “자동차는 2만여 개의 크고 작은 부품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사소한 것도 각자의 기능이 있지
요. 각자의 기능의 역할을 잘 파악한다면 웬만한 고장은 다 수리할 수 있습니다. 수입차든 국산차든 원리는 같습니다” 대구 동구에 한 1급 정비소 관계자는 “고장 원인을 알 수 없어 애를 먹을 때 마지막 수단으로 연락을 하곤 한다”며 “전화상으로 조언을 받아 해당 부품을 교환하면 신기하게도 고쳐진다”고 말했다. 20여 년 전 자동차 부품을 수출하는 회사에 입사했다. 그가 맡은 일은 수출용 자동차 부품을 관리하는 일이었다. 부품을 분류하고 불량을 파악하고 재무관리를 하는 일이었다. “당시만 해도 불량이 많았죠. ‘무작정 반품된 것을 폐기하기보다 불량률을 줄이는 것이 어떨까?’는 생각에 무작정 자동차에 관한 공부를 했죠.” 하지만 정비지식이 없는 상황에서 자동차에 관해 공부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무작정 자동차 매뉴얼을 달달 외우다시피 하고 부품 하나하나 기능을 알기 위해 묻고 다녔다. 주위에서는 ‘오지랖이 넓다’고 말했지만 개의치 않고 일과가 끝나면 사무실 한 곁에서 자동차 관련 공부를 했다. 당시만 해도 정비업자들은 현장에서 실무를 통해 정비기술을 습득했다. ‘현장에서 배우면 금방인데 괜히 책을 가지고 무게만 잡는다’는 소리도 들었다. 이론은 책으로 공부하고 실전은 거래처에서 자동차를 수리하는 것을 보고 배웠다. “자동차가 처음 만들어졌기 때문에 원리를 알고 수리하기보단 특정 증상
이 나타나면 그에 관련된 부품을 이것저것 다 바꾸어보는 것이 일반적이었죠, 하지만 부품의 원리와 특징을 알면 훨씬 더 정확한 수리가 가능합니다.”

 

내친김에 거래처에서 어깨너머로 정비일도 배웠다. 원리와 이론을 알고 있으니 남들보다 훨씬 빨리 기술도 습득했다. 몇 년이 지나자 사소한 정비는 직접 했다. ‘웬만한 정비사보다 더 실력 있다’는 말도 들었다. ‘넓은 오지랖’이 ‘전문정비업자’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의 공부량은 줄어들지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호기심은 점점 커지고 공부양도 늘었다. 나중에는 자동차 엔진 소리만 들어도 문제가 뭔지 파악할 정도였다. 1급 정비공장에서도 해결하지 못한 증상이 그를 통해 고쳤다는 소문이 났다. 그를 찾는 곳이 점점 늘었다. 퇴직하자 내노라 하는 하는 정비업체의 고액 연봉을 제시하며 러브콜이 보냈지만, 그는 모든 제안을 거절하고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다. “젊은 시절 ‘차에 미쳤다’는 소리까지 들으면서 자동차 관련 공부를 한 것 은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였습니다. 궁금한 건 못 참고 꼭 끝을 봐야 하는 성격 때문에 지금의 제가 있는 것이 아닐까합니다.” “차 수리 잘하는 비결요? 끊임없이 차에 관해 공부하는 것밖에 없어요. 아무리 많이 알아도 공부하지 않으면 뒤처지기 마련입니다. 아직도 자동차 매뉴얼을 수시로 보고 있어요. 공부에 왕도가 없듯 어떤 분야든 끊임없는 열정만이 왕도를 만드는 것이 아닐까요?” 인터뷰 내내 정비상담을 해주던 그는 자리를 뜨면서 말했다. “자동차를 고장 없이 오랫동안 탈 수 있는 비결을 준다”며 “정기적인 점검과 자동차에 대한 상식을 조금만 가지고 있으면 차량의 수명은 훨씬 늘어난다”고 말했다.

정비업계 맥가이버가 알려주는 자동차 상식

1. 미센유를 조심할 것

최근 고급 차가 운행 중 불이 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이는 자동차 결함이 아니라 정비소홀로 인한 확률이 높다. 자동차 화재의 85%가 엔진 쪽에서 일어난다는 보고가 있다. 이는 엔진 자체에서 불이 난다기보다 오일히 흘러 높은 온도의 엔진 부위에서 불이 붙어 불이 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여러 가지 고무벨트의 장력을 떨어트리거나 전자기기의 오작동을 일으키는 주범이므로 미세누유가 있는 곳은 반드시 수리해야 한다.

2. 중고차는 외관을 무시할 것

중고차 상사에 있는 자동차는 하나같이 외관이 번쩍번쩍하다. 겉은 조금 험하더라도 하부에 미세누유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 또 렌트차량이나 택시부활차량은 무조건 피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다. 하지만 개인택시나 개인이렌트를 한 경우는 오히려 정기적인 관리를 했기 때문에 일반적인 중고차보다 훨씬 더 상태가 좋은 경우도 있으므로 번쩍이는 외부에 현혹되어 속을 보지 않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3. 연료절감기나 첨가제 구입할 비용으로 오일관련 계통을 갈 것

엔진첨가제와 자동차 연료절감기에 대해 그는 '사족'이라고 말한다. 크게 도움을 주지 못한다고 본다. 차라리 그 비용으로 오일을 교환하거나 관련 점검하는 것이 더 좋다고 말한다.

 

김민규 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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