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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최상대의 '공간에서 산책하는 삶과 인생' 20

이우환 미술관, 소헌 미술관을 생각하다.

  • 입력 2016.01.05 00:00
  • 수정 2016.03.29 13:11
  • 기자명 최상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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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환 미술관, 소헌 미술관을 생각하다.

▲ 2014년 10월 서예가 고 김만호 선생(1908-1992)의 기념미술관 ‘소헌미술관’이 개관되었다. 동구 효목동주택가 골목길 안에 자리한 작은 문화공간이다.

이제는 평온해졌지만 한 동안 지역 문화예술계의 관심사는 ‘이우환과 그의 친구들 미술관’ (이하, 이우환 미술관) 건립에 관한 것이었다. 미술관의 긴 명칭만큼이나 긴 시간을 허송하였다. 지금도 이우환 화가 작품들에 대한 위작 소동이 뉴스에 등장하는 것을 보면서 그 동안의 허실을 떠올리게 된다. 근 5여년의 시간동안 시민들은 새 미술관에 대한 기대와 실망, 행정 난맥상을 한꺼번에 경험하였다. 미술관 건립 포기로 수백억 예산을 절감하게 되어 다행이었다는 시민들도 있다. 그 많은 돈으로 더 절실하게 문화 예술계 위하여 쓰여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렇다고 수백억의 예산은 어디에도 쓰이지 않았고 존재하지도 않는다. 이인성 이쾌대 등 대구가 낳은 출신 작가의 기념관, 또는 대구가 자랑하는 현대미술 발현지를 부각시키는 미술관이 우선이라 했다. 지역연고가 없는 작가와 일본 모노파 작품들을 사들여서 건립하는 미술관을 반대하고 있었다. 대구시와 작가 여론이 좌충우돌 어영부영 사이에 부산 시립미술관 앞마당에 이우환 미술관이 개관(2015,4,10)되었고 대구 문화의 이미지도 자존심도 추락하고 말았다. 미술관 건립의 시작은 건축명품 미술관이었다.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나오시마 ‘지추미술관’ ‘이우환 미술관’의 건축적 매력에 이끌려서 이었다. 한참 세계적으로 유행을 일으키고 있었던 안도의 노출 콘크리트 건축으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는 명품건축에의 기대이었기에 지역의 미술인 건축인의 참여는 제외 되어 있었다. 지난해 10월, 건축가협회에서는 미술관 설계진행과정을 반추하고 ‘안도 다다오’건축을 평가하는 토론회를 가졌다. 지금까지의 안도의 건축 작품에 비하여서 드라마틱한 빛의 건축, 진입 과정적 공간, 극적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평가였다. 결과적으로 명품건축의 기대에 비해서 미술관 건축의 중단은 다행이라는 결론이었다. 미술관 건립 포기 보도가 나돌 쯤, 동구 효목동 주택가 골목길 안에서는 작은 문화공간 공사가 시작되고 있었다. 2014년 10월 지역 서예가 소헌 고 김만호 선생(1908-1992)의 기념미술관 ‘소헌미술관’이 완공되어 개관되었다. 지역을 대표하는 서예가의 기념미술관은 소헌 선생의 자제인 김영태 교수(영남대 건축학부 명예교수)가 대학 정년퇴임하고서 사재를 털어 직접 설계와 시공을 감당하여 지은 소박한 문화공간이다. 부인인 서양화가 장경선(소헌 선생의 자부)은 관장으로 취임하며 지역의 첫 사립미술관이자 첫 서예미술관 시대를 열었다. 소헌
미술관은 연중 기획전 특별전을 열고 있으며 매주토요일 서예와 동양미술 건축 인문학 등의 시민강좌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근 현대 서예 대가를 배출한 영남학파의 고장에 진정 있어야 할 문화공간이라 생각된다. 한 개인의 힘으로 건립한 미술관의 과제는 앞으로의 운영에 따른 재정적 부담은 당연한 것이다. 정책적 외형적 문화행정을 표방하기보다 자생적 작은 것에의 관심과 배려가 곧 창조문화이다.지금 북성로 향촌 동에서는 작은 문화공간들이 생겨나고 있다. 돈을 많이 들인 값비싼 건축도 아
니요 자동차도 들어갈 수 없는 골목 안의 작은 땅들이다. 그동안 방치되고 잠자고 있었던 낡은 건
물들에 문화 예술이라는 에너지를 담아 재생하고복원되고 있다. 문화적 도시는 도시의 정책과 가시적 인프라도중요하지만 작은 문화공간의 조성에 더 많은 힘과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성격이 다르고 규모가 다르고 출발이 다른 두 종류의 미술관 건립과정을 바라보면서 지역 문화와 건축에 관하여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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