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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즈커피 진경도 대표 “우리의 경영 철학은 척하지 않는 것이죠”

  • 입력 2016.03.28 00:00
  • 수정 2016.03.29 10:09
  • 기자명 김광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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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경도 핸즈커피 대표

커피 프랜차이즈 ‘핸즈커피’는 ‘착한 기업’을 표방하지 않는다. 그래서 착하다. 진경도(52)대표는 “본질적인 부분에 대한 노력 없이착한 이미지로만 덧칠하는 건 애초에 계획에 없었다”면서 “핸즈 구성원들의 행복과 소비자들에게 합리적인 소비를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것, 그것이 핸즈커피의 목표”라고 말했다.

핸즈커피는 2006년 대구 수성점을 연 후 변변한 홍보도 없이 입소문만으로 2015년까지 100여개의 체인점을 열었다. 2008년에는 중국 사업부를 설립 20호까지 확장했다. 특히 2010년 8월에 중국 도문시 두만강변에 오픈한 3호점은 몇 년 사이 한국인 관광객들에게 필수코스로 자리 잡았다.

- 커피를 아는 것이 가장 중요

핸즈커피가 추구하는 첫 번째 ‘본질’은 커피다. 핸즈커피를 시작하기 전까지 진 대표의 정체성은 건축회사 대표이자 전국에서 손꼽히는 커피 마니아였다. 90년대 초반부터 전국을 다니면서 커피를 맛보고 공부했다. 2000년에 CBSC 커피사업지원센터의 이영민 대표에게 바리스타 교육을 받은 뒤 집에 샵 전문 에스프레스 머신을 들였다. 집을 방문한 손님들에게 직접 로스팅한 원두를 갈아 비엔나커피를 제공했다.

2004년 즈음 건설 경기가 시들해지면서 회사를 정리하고 커피업계에 뛰어들었다. 모 커피 회사에 입사했다. 그가 맡은 첫 번째 업무는 ‘커피’를 가르치는 일이었다. 경북대평생교육원 강좌가 들어왔다. 다른 커피 체인에서하고 있었는데 강의 시작 몇 시간 전에 그쪽에서 하지 않겠단 통보를 해왔다고 했다. 1시간 동안 준비해서 4시간짜리 강의를 진행했다. 커피에 여간 해박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했을 강의였다.

2006년 회사에서 독립해 수성하이츠 상가에 60제곱미터(18평) 넓이의 작은 숍을 열었다. 열자마자 교육 문의가 빗발쳤다. 평소 그의 ‘실력’을 알고 있던 이들이 수강 신청을 해온 것. 한동안 오전 내내 커피 수업만 진행했다. 수강생을 9기까지 배출했다. 이 커피 교실을 발판으로 체인 사업을 본격화했다.

- 핸즈커피의 핵심 가치는 점주의 행복

대구에 15호점 개설을 막 돌파했을 즈음 고비가 찾아왔다. 핸즈커피를 시작할 때 대구에는 22호점까지만 내겠다고 공언했다. 몇 년 사이 신규 상권이 형성되면서 체인점 수를 늘려도 되는 상황으로 변했다. 계약서에 명시한 부분은 아니지만 점주와의 약속이기 때문에 전체 회의를 열었다. 진 대표는 의제만 던지고 토의는 점주들이 진행했다. 말 그대로 몇 시간 동안이나 격렬한 토론이 이루어졌다. 마라톤 회의는 칠곡 동천점 가맹점주의 한마디로 끝을 맺었다.

“프랜차이즈 본부가 체인점을 몇 개까지 개설할지 묻는 경우는 없다. 이것만 해도 프랜차이즈의 새 문화다. 믿어주자. 상권이 포화상태가 되어서 우리끼리 물고 뜯는 사태는 절대 벌어지게 하지 않을 것이다.”

신뢰가 바탕이 된 결론이었다. 현재 대구에 자리잡은 핸즈커피는 38군데다. 상권의 변화를 따라 가장 적정한 수를 책정했다. 핸즈커피는 모든 것이 가맹점주 위주로 돌아간다. 그런 만큼 가입도 까다롭다. 마인드가 부족하거나 “부업으로 하고 싶다”는 사람들은 점잖게 고사한다. 교육도 엄격하다. 보통 4~5일 정도 교육을 하고 지점을 개설해주지만, 핸즈커피는 2주 동안 교육에 시간을 투자한다. 그 후에도 본사에서 매장에 직원을 파견해 점주와 아르바이트생을 대상으로 10일 동안 실무 교육을 진행한다. ‘식구’가 되는 것이 어려운 만큼 일단 구성원이 되면 체인점 수를 결정할 때처럼 모든 일에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다.

“사업 초기에 테이크아웃 할인, 무한리필, 서비스 쿠키 등의 서비스를 제공했습니다. 점주들 사이에서 ‘너무 힘들다’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죠. 제가 난상토론을 제의했고, 이 문제를 놓고 원탁에서 거의 2년 동안 토론을 거듭했습니다. 동업자처럼 다함께 머리를 맞대고 모든 일을 결정하다보니 가맹점주들의 만족도가 높을 수밖에 없죠.”

진 대표는 “핸즈커피의 핵심 가치는 점주의 행복”이라면서 “가맹점주가 발전의 원동력이자 핸즈커피의 정체성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고 강조했다.

▲ 2016년 신년 출정식을 마친 후 직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체인을 확장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

규모나 자본보다 ‘사람’을 중심에 놓고 생각하는 경영 마인드는 중국체인 사업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진 대표가 중국과 첫 인연을 맺은 것은 2008년이었다. 상해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해 카페 사업을 주제로 강연을 했다. 강연 참석자들 중에 연변과기대 교수들이 있었다. 그들이 연변에 와서 똑같은 강의를 한 번 더 해달라고 부탁했다. 흔쾌히 수락했다. 연변 강연은 성공적이었다. 강연 이후 연변과기대 교수들의 제자를 중심으로 우수한 인재들이 핸즈커피에 뛰어들었다. 그들 중 리더는 삼성전자에 13년째 근무하고 있던 부부였다. 그들은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상해에 있는 아파트 등을 정리해 3개월 후 연변으로 왔다.

커피 교육을 시작하자 반응이 뜨거웠다. 3개월 과정 수강료가 중국 대졸 신입사원의 두 달치 월급에 가까웠지만, 1년 동안 104명의 수강생을 배출했다. 중국에 핸즈커피 사업 본부가 탄생한 원동력이었다. 2010년 직영 1호점을 열어 현재 20호점까지 자리를 잡았다. 현재는 확장을 중단 했다. 아직 ‘사람’이 준비가 덜 됐다는 판단에서다.

“지금 중국 사업 본부의 평균 연령이 20대에서 30대 초반입니다. 이들이 더 배우고 경험한 뒤에 본격적으로 확장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을 키우는 것이 우선입니다. 사업은 그 다음에 생각해야죠.”

진 대표는 이 모든 경영 정책이 “진심으로 다가서려는 노력”이라고 말했다. 이를테면, “핵심적 가치와 철학을 저버린 채 브랜드 홍보에만 열을 올리고 때로 사회적 활동에 참여해 이미지를 높이는 것은 결국 하나의 제스츄어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핸즈 식구들에게 진심을 터놓으면서 서로가 잘 되는 길을 모색하는 것, 소비자에게 합리적인 가격에 질 좋은 커피와 음료를 제공하는 것, 그것이 우리 핸즈커피의 이상이자 목표입니다. 기본에 충실해야 끝까지 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

김광원기자 jang7501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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