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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정연태 포항뉴리더 회장

  • 입력 2016.03.27 00:00
  • 수정 2016.03.28 10:16
  • 기자명 김정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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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슨 철강도시 포항, 美 피츠버그처럼 부활 기대”

죽장연 대표… 된장 하나로 강남 유명백화점에서 뉴욕 한식당까지 점령

바쁜 일과에도 지역경제에 도움 되는 일 팔 걷어

북부시장 개선 이어 높이 30m 대형로봇 추진

▲ 정연태 죽장연 대표

경북 포항에서도 오지로 꼽히는 북구 죽장면 상사리에 위치한 전통장 제조업체 ㈜죽장연은 된장 하나로 서울 강남 유명백화점은 물론 미국 뉴욕 한식당까지 점령한 회사다.

제품 출시 5년만인 지난 2일에는 문화체육관광부 지정 대한민국 우수문화상품 브랜드로 선정돼 주위를 놀라게 했다. 전통방식의 장 제조업체 중 규모와 판매 1위를 달리는 죽장연의 성공 비결은 정연태(51ㆍ사진) 사장의 뛰어난 수완 덕분이다. 국내 식품 대기업의 마케팅 본부장을 지낸 정 대표는 연도별로 특성이 다른 와인의 빈티지(생산년도) 방식을 장 생산에 도입해 제품 인지도를 크게 높였다. 영어와 일본어, 중국어까지 능숙하게 구사하며 장 하나로 해외까지 누비는 그는 1년여 전 포항의 젊은 유지들과 포항뉴리더(이하 PNL)란 모임을 결성한 후 침체된 포항 경제를 활성화하는데 힘쓰고 있다. 최근에는 이강덕 포항시장의 인도 방문에 동행해 이목을 끌기도 했다. 정 대표를 만나 인도를 다녀 온 소감과 PNL의 그간 활동, 앞으로 계획 등을 들어봤다.

_얼마 전 이강덕 포항시장의 인도 방문에 동행해 왜 갔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인도의 식품시장을 조사하러 갔다. 인구 12억여 명의 인도는 모디 총리가 외국인 투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어 식품업계의 비약적인 성장이 기대되는 나라다. 게다가 한류 바람이 조금씩 불고 있어 한국 음식이 인기를 얻고 있다. 때마침 이강덕 포항시장이 인도 정부의 초대로 방문한다고 해 시장 조사 겸 인도의 경제 여건이나 산업 분야가 포항지역 경제 발전에 도움될 수 있을지 궁금하기도 해서 동행했다.”

_인도가 포항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만한 부분이 있었나.

“일주일 정도 머물렀는데 시장 전반적으로는 인도가 자랑하는 IT 분야가 확실히 눈에 띄었다.‘디지털 인디아’를 표방한 인도 정부가 IT 산업과 전문인력 육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한국도 IT 강국인데 그 중 포항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첨단과학도시다. 이 분야에서 인도와 협력하면 좋을 것 같았다. 포항공대를 비롯한 포항의 여러 연구개발기관들이 인도의 IT기업이나 대학 등과 교류하면 포항지역 산업 발전에도 큰 성과를 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_PNL을 결성하고 지역 경제 살리기에 팔을 걷어 주목 받고 있다. 열성적으로 활동하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2009년 ‘포항에 내려와 사업을 해 보라’는 아버지의 말씀에 포항시민이 됐다. 최근 철강 경기 침체로 포스코가 어려워 포항 경제도 불황의 늪에 빠지는 모습을 보면서 걱정이 생겼다. 지난 2013년 포항지역 여러 분야 인사들로 구성된 AP포럼(Advance Pohang Forum) 회원들과 미국 피츠버그를 방문했는데 그곳에서 포항 발전의 가능성을 찾았다. 미국의 대표적인 철강도시 피츠버그가 철강산업 쇠퇴로 몰락의 길을 걸었다가 지역민들이 똘똘 뭉쳐 지식기반도시로 다시 번영을 누리는 것을 보고 포항 경제도 충분히 부활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PNL을 꾸렸고 적극 활동하고 있다.”

_PNL이 어떻게 침체된 지역 경제를 살릴 수 있다는 것인가.

“피츠버그는 미국의 대표적인 철강도시로, 1970년대까지 번영을 누렸지만 철강산업 쇠퇴로 1994년 근로자가 12만명에서 2만8,000명까지 줄었을 정도로 몰락의 길을 걸었다. 그러나 대학과 기업, 지방정부가 나섰고 지역발전을 고민하는 ‘앨러게니 모임’을 만들어진 뒤 이들이 철강산업을 대신할 유망 분야를 찾기 시작했다. 2014년 6월 PNL도 이를 본 따 결성됐다. 2013년 피츠버그로 함께 벤치마킹을 떠났던 AP포럼 단원 10여 명으로 시작했는데 포항에서 살고 있는 전문직 종사자와 기업 CEOㆍ임원들이 멤버다. 회원 평균 나이가 40세로, 30∼40대의 젊은 사람들로 결성돼 있는 게 큰 특징이다. 피츠버그가 젊은이들이 들어와 살 수 있는 환경을 갖춰 나가면서 부활했는데 포항도 젊은 PNL이 움직이면 변화할 수 있다고 믿는다.”

_PNL이 포항 북부시장 활성화에 나서 주목을 받았다. 어려운 점은 없었나.

“북부시장은 포항의 대표 먹거리인 물회가 처음으로 식당에서 판매된 시장이고 6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데도 전통시장 인가를 받지 못해 행정기관 지원 밖에 머물렀다. 시유지에 무허가 건물로 지어진 열악한 환경과 이 때문에 인가절차를 밟는 것이 벅찬 탓이었다.‘도움을 드리겠다’며 다가갔지만 갑작스런 방문에 마음을 잘 열지 않았다. 하지만 여러 차례 두드리니 문이 열렸다. 사실 이보다 더 힘들었던 건 행정절차였다. 전국 각지를 돌며 어렵게 동의서를 받아 제출하면 ‘기관에서 만든 서류에 작성하지 않았다’고 해 퇴짜를 맞았다. 어찌나 까다로운지 중도 포기한 상인들의 심정이 이해됐다. 전통시장 인가를 받기까지 관련 기관을 20번도 넘게 오간 것 같다.”

-북부시장 활성화 외에도 어떠한 활동을 계획하고 있는지.

“10여 명으로 시작한 PNL 회원이 지금은 50명에 달한다. 그래서 북부시장분과, 로봇태권브이분과, 캠페인분과, 교육분과 등 4개 분과로 구성했는데 북부시장분과는 계속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일을 한다. 로봇태권브이분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유명한 만화 캐릭터 로봇태권브이를 높이 30m의 대형 조형물로 세우는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일본 오다이바에 가면 20m짜리 로봇 건담이 있는데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캠페인분과는 홍보 업무를 맡고 있는데 얼마 전 지역 5일장터 위치와 일정을 담은 장바구니를 제작ㆍ배포해 호응을 얻었다. 교육분과는 외부 유명인사를 초청해 지역 젊은이들의 관심을 끌만한 특강을 마련한다. 포항 경제 침체가 날로 심각하지만 계획한 일들을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진행할 것이다. 제철산업의 위기를 극복한 미국의 피츠버그가 옛 번영을 회복하는데 30년이 걸렸다. PNL의 움직임이 포항 경제를 되살리는데 작은 불씨가 됐으면 한다. 그것 말고는 더 바랄 게 없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약력

경남 진주産, 서울 경성고 졸업, 美 남일리노이주립대 마케팅학과ㆍ동 MBA 국제경영전공 졸업, 日 게이오大 경영학 박사과정 수료, SK해운 사업개발부분 과장, 오리온그룹 외식사업 마케팅 총괄 본부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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