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취재파일]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화풀이

  • 입력 2016.03.15 00:00
  • 수정 2016.03.17 17:09
  • 기자명 김정혜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김정혜기자


 

14일 오전 11시 경북 포항시청 브리핑룸. 포항북 선거구에 출마한 새누리당 박승호 이창균 허명환 예비후보는 비장한 표정이었다.

13일 저녁 새누리당이 포항 북구를 여성우선공천지역으로 선정ㆍ발표하면서 남성인 이들 세 후보는 사실상 탈락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먼저 “김정재 예비후보를 염두에 둔 여성우선공천지역 선정은 북구 주민의 뜻에 반하는 결정이기 때문에 철회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있을 수 있는 반발이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이들은 “김정재 예비후보가 지난 1월17일 한국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중앙의 언질을 받아 남구에서 북구로 출마 지역구를 옮긴다’고 기자에게 보도를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니까 김정재 예비후보가 본보 기자에게 취재지시를 내려서 보도했다는 코미디 같은 얘기였다. 문제는 이들의 주장이 추측이 아니라 거짓말이라는데 있다.

이들 3명은 지난달 15일에도 같은 자리에서 “김 예비후보가 ‘중앙의 언질’ 운운하며 이를 특정 언론에 유포한 행위는 여권 실세에게 여성 우선 전략공천을 약속받은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며 김정재 후보와 본보를 허위사실유포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그 후 검찰조사에서 본보의 보도는 김 후보를 지지할 의도와는 전혀 상관없이 공정하게 작성된데다 이 보도로 김 후보가 곤경에 처했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이들 3명은 본지에 대한 고발을 취소했다. 여기다 지난달 25일에는 기자회견을 갖고 “본의 아니게 이번 사태에 휘말린 한국일보에 심심한 사과를 표명한다”고 밝히기까지 했다.

그랬던 3명이 공천에서 탈락됐다고 다시 본보를 물고 늘어지고 있다. ‘김정재 후보의 보도지시설’에 대한 근거를 묻는 질문에 대해 이들은 하나같이 “전날 저녁 세 사람이 급하게 만나 작성하는 바람에 누가 썼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공천에서 탈락된 후보들의 심정을 이해할 수는 있다. 그러나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화풀이하는 식의 대처는 전혀 공인답지 못하다. 이제는 박승호 이창균 허명환 예비후보가 자신들의 주장이 허위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해야 할 때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저작권자 © 대구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