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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울릉 여객선, 황금시간대를 잡아라

  • 입력 2016.03.01 00:00
  • 수정 2016.03.02 09:21
  • 기자명 김정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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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사간 선점경쟁 치열… 정치권까지 개입해 논란

운항시간 조정권 가진 포항해양수산청 불편한 기색 역력

▲ 경북 포항과 울릉을 오가는 정기 여객선 썬플라워호(2,394톤ㆍ정원 920명) 와 우리누리호(534톤ㆍ정원 449명)가 포항 북구 항구동 포항여객선터미널 항구에 정박돼 있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포항-울릉 여객선 운항 황금시간대를 잡아라.

경북 포항시 여객터미널과 울릉군 도동항, 저동항 등을 운항하는 여객선사들이 승객확보에 유리한 운항시간 확보를 위해 정치권까지 동원하는 등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나섰다.

2014년 운항시간 변경으로 울릉 주민들의 거센 반발을 샀던 포항지방해양수산청은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포항지방해양수산청 등에 따르면 포항-울릉 항로는 20여 년간 특정 해운사가 사실상 독점적으로 운항해 왔다. 하지만 2014년 10월 ㈜태성해운이 우리누리1호(534톤ㆍ정원 449명)를 취항, 본격적인 경쟁체제가 형성된 뒤 입출항 시각을 둘러싼 파열음이 잇따르고 있다.

평소 포항여객선터미널을 출발하는 울릉도행 여객선 출항 시각은 대저해운의 썬플라워호(2,394톤ㆍ승객정원 920명)가 오전 9시 50분, 태성해운의 우리누리호는 10시 50분이다. 우리누리호는 썬플라워호 보다 1시간 늦게 출항하다 보니 썬플라워호를 놓쳤거나 사정상 늦게 나선 승객들이 많아 승객 확보에 상대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태성해운 측은 ‘승객편의’를 내세워 운항시간을 앞당겨줄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지금보다 출항시간을 2시간 가량 앞당겨 썬플라워호보다 1시간 일찍 출발하겠다는 요구다. “울릉도를 여행하는 관광객들이 지금보다 이른 시각에 포항을 떠나야 섬 체류시간이 길어져 울릉 경제에 이득이 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태성해운 측은 최근 포항지방해양수산청장을 면담, 출항시간 변경을 요청한 상태다.

하지만 출항시각 승인권을 가진 포항지방해양수산청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관련법상 변경금지 규정은 없지만 지금까지 후발주자의 출항시각을 선발주자보다 앞당겨 준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관련업계에선 울릉도 경제 활성화 논리는 핑계이고, 썬플라워호 승객 뺏기가 주목적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런 와중에 정치권까지 개입하면서 파열음이 외부로 새 나오고 있다. 태성해운 측은 최근 관내 유력 여ㆍ야 정치권에 SOS를 요청했고, 이들 정치인들은 ‘성의표시’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정치인은 포항지방해양수산청에 전화를 걸어 ‘검토’를 요청했고, 또 다른 정치인은 출항시각 변경요청 공문을 보낸 것은 물론 직접 방문까지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포항지방해양수산청 측도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다. 태성해운의 요청으로 2014년 11월 운항시간대를 변경했다가 울릉 주민들이 소송까지 제기하는 등 곤욕을 치렀기 때문이다. 포항지방해양수산청 관계자는 “결국 재판에 우리가 이기긴 했지만 태성해운 때문에 직원들이 이만저만 고생한 게 아니었다”며 “총선정국과 지방청장 교체기를 틈타 또다시 출항시각 변경을 시도하고 정치권까지 가세하니 답답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경쟁해운사인 대저해운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썬플라워호는 울릉 도동항 사정으로 포항에서 지금보다 더 일찍 출항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대저해운 관계자는 “포항-울릉 여객선은 20년 넘게 오전 9시50분에 포항을 출발했다”며 “관광객의 울릉 체류시간만 따져 출항 시각을 앞당겨야 한다는 주장은 억지”라고 반박했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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