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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시 '첫사랑'

  • 입력 2016.01.26 00:00
  • 수정 2016.01.27 10:48
  • 기자명 대구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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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란

눈썹달이

나뭇가지 끝에서

작은 새가 되어 날아간다.

어제 핀 꽃이

오늘 핀 꽃에게

부드러운 혀끝을 오무린다

산다화 냄새가

쎄하니

코끝에 와서 간지린다

안 되요 안 되요

바람이

보리밭 속으로 숨는다

숨겨 놓은

오렌지를 훔치는

아도니스의 하얀 손

어둠은 살랑

눈썹달 끝에서

미약을 흘린다.

이달의 시 문병란

<시인 소개> 1935년 전남 화순 출생으로 지난해 9월25일 별세했다. 조선대 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 국어국문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전남문학상(79) 요산문학상(85) 문학춘추사 한림문학상(01) 낙동강문학상(10) 등을 수상했고 대표작으로 '직녀에게', '땅의 연가', '바람의 노래' 등이 있다.

<해설> 성군경

1월은 첫사랑 계절.

새해 첫 달엔 눈썹 달이 작은 새 되고,

어제 꽃이 오늘 꽃에게 오므리는 것을

굳이 알려 하지 말자. 하루하루 그저 일어나는 대로

그대로 두면 꽃 향기 풍미하는 축제가 열리고

어둠마저 강정제가 된다. 그러면 아도니스(미소년)가

꼭꼭 닫힌 우리네 가슴을 살짝이 열어젖히고

싱그러운 첫 사랑의 맨 얼굴을 보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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