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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 수 없는 2015년 - 미스경북 진 권하경

“독도에서 들은 함성, 잊을 수 없어요”

  • 입력 2015.12.01 00:00
  • 수정 2015.12.30 15:40
  • 기자명 구본선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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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봄만 하더라도 여느 대학생과 다르지 않았다. 마지막 학년이라 본격적으로 학업에 충실하고 ‘스펙 쌓기’가 절실했다. 그러나 문득 허탈한 마음이 들었다. 아름다운 캠퍼스 만끽하고 소개팅도 하고 친구들과 소소한 수다도 계속 떨고 싶었다. 다양하게 경험하며 가슴에 새길 수 있는 추억을 남기고 싶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SNS에서 미스코리아 대회 관련 글을 보았다.
“페이스북 글을 보니 아는 지인들이 많이 출전했어요. 순간 찌릿하게 ‘나도 한 번 해볼까’ 라고 스쳤어요. 고심 끝에 나를 드러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거 같아 도전했어요!”

 

 

“방송에 나오자 주변지인들 깜짝 놀라”

대회가 방송을 타자 주변에서 난리가 났다. 핸드폰 진동이 끊임없이 울렸다. 친구들은 너나할 것 없이 단톡방에서 ‘기호 6번 권하경 찍자’ 며 열기를 더했다. 그 동안 뜸했던 SNS 메시지도 50을 찍고 있었다. 연락이 뜸했던 친구들, 남자들이 방송을 보고 안부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대회가 끝나자 모든 게 꿈같았어요. ‘진’이 될 줄을 상상도 못했죠. 친구들과 통화하고 마음을 진정시키느라 정신이 없었어요. 몇 시간 흐르자 비로소 현실임을 깨달았죠!”
부모님도 깜짝 놀랐다. 특히 아버지는 보수적이라 애초에 미인대회에 나가는 것을 반대했다. 순진하게만 보이는 딸이 미인대회에 어울리지 않을뿐더러 학업에만 정진하길 바랐다. 하지만 무대 위에 선 딸을 보자 두 눈을 의심했다. 체육복만 입고 있던 딸이 곱상한 한복을 입고 화려한 조명아래 있으니 천상의 여자로 보였던 것이다.“정말 권하경 맞어? 대단하다 내 딸! 고생 많이 했구나!”

“한국의 美 사절단으로 톡톡한 활약”

당선 후 미스코리아 활동은 모두 색다른 경험이었다. 무엇보다 광복절에 독도에 가본 게 뜻깊었다. 맑고 푸른 하늘 아래, 독도에서 태극기를 펼치고 율동을 하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벅찬 감동이 일어났다. 그 날 따라 에너지가 더욱 샘솟았다. 입도한 모든 사람들과 독도경비대원들이 미스코리아를 보고 박수치며 환호했다.
“독도 지키는 관계자분이 어떤 위문보다 저희랑 함께 사진을 찍는게 더 좋다고 했어요. 너무 고맙고 뿌듯했어요.” 미스코리아가 된 덕에 한국의 미 사절단으로 일본에도 갔다. 한복 패션쇼에 참가했는데 일본인들이 우리 전통의상을 보고 관심을 가질까 의구심도 들었다. 하지만 예상은 달랐다. 퍼포먼스를 하고 포즈를 취할 때마다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한국인만의 맵시가 일본인들을 사로잡았다.
“이번 기회를 통해 우리 것에 대한 자부심이 생겼어요. 우리나라와 일본이 사이가 좋지 않는 와중에 우리의 전통 미로 어필했다는 것이 큰 의미인 것 같아요.”

 

 

“나의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해”

“예전에는 어깨가 굽어 있었고 자세도 꾸부정했어요. 하지만 어느 새 항상 어깨를 펴고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있더라구요.”
주변 지인들도 그 모습에 놀라워했다. “계속 그렇게 있으면 허리 아프지 않냐”며 물으면 시큰둥하게 ‘이게 편한데?’하고 대답한다.친구들과 자연스럽게 했던 대화를 이제 나이 차가 많은 어르신들과도 편하게 할 수 있다.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을 꺼려했는데 어느 새 주눅이지 않고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다.
“올해에는 제가 몰랐던 저의 또 다른 모습을 꺼내어 낸 것 같아요. 체육을 좋아해 비교적 활동적인 줄 알았는데 또 다른 외향성을 발견했습니다. 열심히 정상을 향해 오르다 덤으로 산삼을 발견한 것 같은 해였습니다.”

구본선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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