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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 수 없는 2015년 - 결혼 7년 만에 득남한 김홍범씨

‘7년 만에 얻은 아들의 얼굴에 그리운 아버지가...’

  • 입력 2015.12.01 00:00
  • 수정 2015.12.30 15:32
  • 기자명 김민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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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거 아부지하고 똑같이 생겼네!”

 



병원에서 첫 손주를 본 어머니가 건넨 첫 마디였다. 아들을 보는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자식이 태어났다는 기쁨과 그리움이 겹쳤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6년, 결혼한지 7년만에 얻은 아들이었다. “많은 분이 어렵게 생긴 자녀가 아니냐고 물어보곤 해요.특별한 사연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7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났던 거죠.”
1997년 순경으로 입문한 김 경사는 2007년 33살 되던 해에 결혼했다. 전형적인 경상도 남자였던 아버지는 무뚝뚝하고 말수가 거의 없었지만, 유난히 며느리를 예뻐했다. “빨리 손주를 안겨달라” 던 아버지는 결혼 반년만에 뇌출혈로 쓰러져 보름간 중환자실에 계시다 돌아가셨다. 예고도없이 찾아온 아버지의 죽음 탓인지 아이를 가진다는 생각 자체를 못했다.
돌아가신 지 얼마 안 있어 아이를 가진다는 것이 죄를 짓는 것 같았다. 마음을 달래느라 아내와 매주 여행을 다녔다. 그러다 주말여행이 어느새 라이프 스타일이 되었다. 매주 신혼을 즐기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어영부영 6년이 지났다. 정신이 번쩍 든 계기는 처남의 득남이었다.“제가 결혼할 때 대학생이었는데 어느새 애 아빠가 됐어요. 갑자기 마음이 급해졌죠.”

 



어머니도 손자를 바라는 눈치였다. 아내와도 마음이 통했다.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아이를 가지기로 했다. “20년 넘게 피운 담배도 끊고 둘 다 운동을 했어요. 몸에 이상이 있는 것도 아닌데 임신이 잘 안 되더라고요. 점점 조바심이 났고 초조해지기 시작했어요.” 이를 안 동료직원들도 업무를 분담해주기도 했다. 회식자리도 빼줄 만큼 직원들의 배려가 컸다. 1년이 다 돼갈 무렵 임신 소식을 들었다.

 



“초음파사진을 봤을 때 이유없이 눈물부터 났어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후 처음으로 흘려보는 눈물이었죠” 그토록 바라던 손주의 초음파 사진을 들고 아버지 산소에 찾아갔다. ‘살아계셨더라면 얼마나 좋아했을까?’ 라는 생각이 내려오는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우연히 인지 모르겠지만, 아버지는 B형에 양띠였어요. 저는 AB형이고 제 아들은 B형에 양띠예요. 게다가 저보다 아버지를 닮았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어요.” 최근 그는 또 한 번의 신혼을 즐기고 있다. 동료들 사이에서도 ‘새신랑’으로 통한다. “7년 만의 득남도 기쁘지만, 자식의 얼굴에서 그리운 아버지를 볼 수 있게 된 2015년은 저에게 결코 잊을 수 없는 한해가 될 것입니다.”

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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