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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 수 없는 2015년 - 홍본영 뮤지컬 배우

중국산(産) 뮤지컬 ‘상해탄’의 한국인 주연배우요!

  • 입력 2015.12.01 00:00
  • 수정 2015.12.30 15:12
  • 기자명 김광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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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중에서 노래하면 한국이잖아요.”
영남대 성악과 출신인 홍본영(34)씨는 현재 상하이에서 뮤지컬 배우로 활약 중이다. ‘상해탄’ 주연으로 200회 공연을 돌파했다. 뮤지컬 역사가 짧은 중국에서 톱 배우이자 ‘선생님’으로 통한다. 뮤지컬 한류의 주역인 셈이다.
홍 씨의 뮤지컬 인생은 대학교 은사의 조언 한 마디로 시작됐다. 졸업연주를 지켜본 영남대 이현 교수가 “넌 뮤지컬을 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이듬해에는 김효경 단장이 이끄는 사계연수단에 추천했다. “2주 동안 뮤지컬 10편을 볼 수 있다”면서. 홍 씨는 “공연이나 실컷 보자”는 생각으로 따라나섰다. 이 여행이 그녀의 인생을 완전히 바꾸어놓았다. 사계에서 진행한 오디션에 덜컥 합격했기 때문이었다. 당시 연수단원 40명 중 4명을선발했다. 10:1의 경쟁을 뚫은 셈이었다.
“전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어요. 워낙 쟁쟁한 배우들도 많았고, 거기다 히라가나와 가타가나도 구분을 못했거든요. 뮤지컬을 해본 적도 없었구요. 어리둥절한 상황이었죠.”

 

 

‘와타시’라는 말만 7시간 동안 연습

얼떨결에 ‘뮤지컬 배우’가 되긴 했지만 잡은 기회는 악착같이 잡았다.
“일본어가 급선무였어요. 노래는 성악을 했으니까 어느 정도 됐지만 일본어만 생각하면 이마에 벽이 탁 부딪히는 기분이었어요. 자연스럽게 발음을 하려고 ‘와타시’ 라는 말만 7시간 반복한 날도 있어요. 집과 연습실을 오가는 2시간 동안 일본어 교재 두 권을 달달 외워버렸어요. 그러고 나니까 입이 열리더군요.”
그렇게 ‘사계’에서 6년 남짓 활동했다. ‘사계’는 6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전통의 극단, 여기서의 활동만으로 이미 대단한 이력이었다. 2011년, 김효경 서울시뮤지컬단 단장에게 러브콜을 받고 귀국했다. 김 단장은 ‘연극계의 큰별’로 통하는 연출가로 2005년 일본 뮤지컬 연수단에 홍 씨를 합류시킨 장본인이었다. 홍 씨가 뮤지컬의 길로 들어선 이후 꾸준히 멘토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는 홍 씨에게 창작뮤지컬 ‘투란도’에서 주연을 맡겼다.
“우리말로 말하고 노래한다는 게 너무 좋았어요. 외국어로는 영혼을 담기가 힘들잖아요. 배역을 소화하기가 훨씬 수월했죠. 말 한 마디 한 마디에서 짜릿함과 행복을 느낄 때가 많았어요.”

얼떨결에 주연, ‘상해탄’ 200회 공연 돌파

그녀를 중국으로 이끈 것도 김 단장이었다. 그녀는 2013년 겨울 ‘상해탄’ 오디션의 심사위원 자격으로 중국 땅을 밟았다. 오디션 장에서 시범적으로 ‘야래향’을 불렀는데, 중국 뮤지컬 기획사 대표의 마음을 움직였다. 그는 홍 씨에게 “주연을 맡아달라”고 부탁했다. 뮤지컬의 역사가 짧아 배우를 구하기가 힘든 상황이다. 그녀는 흔쾌히 출연하겠다고 했다.

 
 



“또 다시 언어가 문제였죠. 중국어를 전혀 못했거든요. 다시 중국어 공부에 들어갔죠.”
그녀는 보컬 강사 겸 배우로 6개월 남짓 무대를 준비해서 6월에 첫 공연을 했다. 일본에서 한국, 한국에서 다시 중국 무대를 밟는 순간이었다.
“일본에서는 공연 포스트에 제 이름을 또렷하게 새긴 적이 없었어요. 중국에서는 상황이 다릅니다. 제가 한국인이라는 걸 모두 다 알아요. 가끔 무대 뒤에 찾아와 따뜻한 말을 건네는 한국인 관객이 있어서 더욱 힘이 납니다.”
2015년 11월 현재 200회 공연을 돌파했다. 그만큼 흥행이 되고 있다는 증거다. “상해탄은 프랑스인들이 상하이를 조계지(외국인이 자유로이 통상 거주하며 치외법권을 누릴 수 있도록 설정한 구역)로 만들던 즈음의 이야기를 다룬 것이어서 중국적인 소재이기도 하지만, 춤과 노래가 어우러지는 뮤지컬의 본연의 재미에 빠져들고 있는 느낌이 듭니다. 3년에서 5년 사이에 중국 뮤지컬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 할 것이라고 믿어요.”

 



얼마 전 상하이에서 한국 배우를 대상으로 뮤지컬 ‘라이온 킹’ 오디션이 진행됐다. 홍 씨를 비롯해 한국 뮤지컬 배우의 활약이 중국 기획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덕분이다.
“저 같은 선발주자들이 더 열심히 노력해서 후배들이 더 많은 기회를 얻기를 바랍니다. 아시아에서 노래하면 ‘한국’으로 통하기 때문에 도전만 한다면 무대는 얼마든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홍 씨는 “먼 훗날 뮤지컬 역사를 돌이켜 보면 2015년이 한국의 뮤지컬 배우들이 중국 뮤지컬을 호령하기 시작한 해로 기록될지도 모르겠다”면서 “개인적으로는 일본과 한국에 이어 중국까지 삼국 뮤지컬 무대를 모두 섭렵한 2015년, 그리고 뮤지컬 ‘상해탄’을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광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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