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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시 – 의회, 내년 예산 편성 대충돌

  • 입력 2015.12.23 00:00
  • 수정 2015.12.24 08:54
  • 기자명 이용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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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회, 예산 무더기 삭감에 집행부 “길들이기 횡포”

의원들 주민숙원사업비ㆍ외유경비는 알뜰히 챙겨

경북 영주시 집행부와 시의회 사이의 예산을 둘러싼 갈등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견제와 균형을 넘어 길들이기 차원의 예산 삭감으로 발목잡기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경북 영주시의회는 최근 폐회한 정례회 예산안 심사에서 한국선비문화축제, 풍기인삼축제 등 영주시의 4대 축제와 시장 공약 연계사업 예산 일부를 전액을 삭감해 집행부의 반발을 사고 있다.

시에 따르면 시의회는 집행부가 요구한 한국선비문화축제 5억 원, 풍기인삼축제 8억 원, 소백산철쭉제 6,000만 원, 무섬외나무다리축제 3,000만 원 등 그 동안 해마다 열어온 지역 대표축제 예산 전액을 갑자기 “불필요하다”며 전액 삭감했다. 지역 대표축제인 선비문화축제와 풍기인삼축제는 지역의 관광산업 및 경제활성화와 특산품 이미지 제고 등을 목적으로 10년 이상 열려왔고, 시의회가 예산 전액을 삭감한 것은 다른 저의가 있지 않냐는 여론이 일고 있다.

축제 관계자는 “해마다 예산 심사 때 뚜렷한 명분이 1, 2억 원을 삭감해 애를 태우더니 이번에는 횡포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시의회가 “영주시문화관광재단 설립 이후 추가경정예산 때 다시 심의하겠다”는 것도 억지주장이라는 분석이다. 시의회는 지난달 문화관광재단 설립 조례안을 통과시켜놓고도 정작 예산심사에서는 출연기금 5,000만원만 승인하고 운영비 1억3,000만원은 삭감했다. 문화재단이 설립되더라도 인원선발 및 운영을 하려면 다시 예산심의를 거쳐야 가능하게 됐다. 축제예산은 그 이후에나 세워질 전망이다.

4월과 10월에 열리는 지역 대표축제는 연중 계획하고 준비해야 하는데 예산이 전액 삭감됨에 따라 설사 추경에서 예산이 부활하더라도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시의회는 시장 공약사업과 연계된 공동거주의 집 운영비, 민원콜상담센터 설치, 농촌체험휴양마을 관광투어 및 관광자원화사업, 향토음식육성 관련사업, 콩세계과학관 운영지원 등 사업비도 대부분 삭감했다. 간단한 민원사항은 전화로 해결하는 시스템인 민원콜상담센터의 경우 조례안은 승인하고 실제 운영 예산은 전액 삭감했다.

시의회가 올해 삭감한 예산은 70억 원으로, 집행부 측은 가용재원 400여 억 원과 비교하면 전례 없는 일로 아예 일을 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불만이다.

더 큰 문제는 그 동안 시의회는 뚜렷한 이유도 없이 예산을 삭감했다가 집행부가 애걸복걸하면 추경에서 못이기는 척 살리는 일을 반복해 왔다는 점이다. 엄정한 예산심의라는 시의회 본연의 기능보다 길들이기라는 의혹을 받는 대목이다.

특히 시의회는 이번 예산심의 과정에서 경북도 예산을 지원받는 주민숙원사업 24건 14억 원을 삭감했다가 비난여론에 따라 예결위에서 부활시켜 빈축을 샀다.

하지만 시의회는 자기 몫은 빠뜨리지 않고 챙겼다. 14명 시의원들이 ‘지역구 관리’ 차원에서 주로 빼내 쓰는 주민숙원사업비 30억 원과 해외연수(외유)경비 3,500만원은 그대로 통과시켰다.

시 공무원 A씨는 “지방재정법 상 삭감한 사업 예산을 추경 때 다시 세우는 것은 안 되는 게 원칙이지만 시의회가 비합리적이고 감정적으로 처리한 예산은 다시 올려 사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이용호기자 ly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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