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초대석] ‘미스터 쓴소리’ 김원구 대구시의원

“맑은 물에도 고기가 삽니다”

  • 입력 2015.11.22 00:00
  • 수정 2015.11.25 09:28
  • 기자명 전준호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결국 청년 일자리가 관건” 컨트롤타워 시급

지난해 9월부터 대구환경시설 비리 진상조사 시동, 최근 결실

올 한해동안 기술직ㆍ행정직 공무원 비리 구조 파헤쳐

집토끼인 지역기업 전용공단 조성해야

▲ 김원구 대구시의원

 

재선 광역의원인 대구시의회 김원구(56ㆍ경제환경위) 의원은 까칠하다. 외모는 온화한데 입에서 나오는 말은 송곳처럼 가슴을 후빈다.

물론 이 말은 시의회 임시회 등에서 집행부인 대구시를 상대로 질타하는 목소리다. 최근 대구시가 6개월의 특별감사 끝에 무더기 문책과 수사의뢰까지 한 환경시설 비리도 김 의원의 쓴소리에서 비롯됐다. 공무원들의 오리발과 일처리의 난맥상이 한꺼번에 터져나왔다. 부실한 스타기업 선정과 연구개발특구, 한방산업에 섬유기관의 비효율성까지 그를 통해 공개됐다. 대구시의회 319호실에서 김 의원을 만났다.

_대구시가 서부하수슬러지처리시설과 상리음식물류폐기물처리시설에 대한 감사 끝에 18명을 문책하고, 상당수를 수사의뢰했다. 전체 과정을 듣고 싶다.

“지난해 9월 ‘상리동 처리시설이 정상가동되지 않는다’는 제보를 받았다. 관련 공무원들로부터는 ‘잘되고 있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관련자 40명 정도로부터 얘기를 들어보니 비리의 퍼즐이 맞춰지기 시작했다. 주요 성능지표는 맞지 않은데 돈은 벌서 다 건너가 있었다. 서부하수슬러지처리시설도 문제였다. 올들어 본격적으로 환경시설에 대한 공부를 했고, 4월 시정질문에서 수사의뢰를 촉구했다. 그 결과가 이제 나온 것이다.”

_문제를 제기하는 중에도 물밑에서는 비리를 저질렀다는데.

“지난 연말부터 이 문제를 지적했는데도 불구, 환경공단이 올초 60%인 건조슬러지 함수율을 63%로 승인요청한 뒤 협약은 66%로 하는 간 큰 짓을 저질렀다. 도덕적 해이를 넘어서 불법에 대한 경각심이 전혀 없는 사례였다.”

_이에따른 세금낭비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

“올 7월 권영진 대구시장이 관련자 30여 명을 불러놓고 문제와 대책을 논의했다. 회계사 경험으로 미뤄보면 소송 밖에 대안이 없다.”

_공인회계사인데, 의정활동에 도움이 되나.

“단언컨대 의정활동에 가장 도움이 되는 직업을 꼽으라면 회계사라고 말할 수 있다. 회계 업무는 바로 세금의 감시업무로 이어진다.”

_스타기업 육성사업도 숫자채우기라고 지적했다.

“먼저 올해 스스로 두 가지의 아젠다를 세운 것부터 얘기하겠다. 구조상 밀어주고 끌어주는 기술직 공무원의 비리를 파헤치겠다고 다짐했는데, 환경시설 감사를 통해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났다. 또 하나는 교묘하게 진행되는 행정직 공무원 비리의 실체를 파악하는 것이었다. 스타기업 선정이 그 대표적인 것이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선정된 스타기업 68개사를 분석해보니 이후 11개사가 타 지역 이전, 폐업, 인수합병됐다. 선정 기준도 없고, 지원내용에 대한 사후관리도 없었다. 헛돈만 날린 것이다.”

_섬유기관의 비효율성, 부실한 한방사업과 연구개발특구 등도 도마 위에 올렸다.

“모두 행정직 공무원의 비리와 관련된 것이다. 섬유관련 3기관은 기업을 위한 연구개발에는 투자하지 않고 자신들만의 잔치를 벌였다. 국비와 시비를 자신을 위해 쏟아부은 것이다. 대구R&D의료지구에도 21개 업체가 가동 중이지만 고용은 500여 명, 매출액은 900억원에 불과하다. 첨복단지 유치 때 밝혔던 38만명 고용창출, 82조원 생산증가에는 전혀 미치지 못한다. 1억원을 투입한 대구한의대 한방병원 한방의료체험센터에는 3년 간 방문객이 1,000명도 되지 않는 등 한방 관련 투자도 어처구니가 없다. 대학 관련 투자에서 방만한 관리실태가 많이 발견된다.”

_대구시에 대한 비판의 강도가 혹독한데, 가장 시급하다고 보는 일은 무엇인가.

“일자리다.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대구시가 컨트롤타워를 설치해야 한다. 최근 3년간 청년창업과 관련해 대구에서는 376억원이 투자됐지만 연평균 매출액은 79억원에 불과하다. 현재 대구시의 청년창업지원 업무가 흩어져 있어 창업희망자의 혼란을 가중하고, 전문성 확보와 예산집행의 효율성, 성과창출, 판로개척 등 공동사업에 오히려 걸림돌이 되고 있다. 또 하나를 더 꼽으면 산토끼를 그만 찾고 집토끼를 지원하라는 것이다. 대기업 유치한다고 공단 조성했지만 실적은 초라한 것이 현실이다. 오히려 지역의 건실한 기업들에 대해 지원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집토끼 전용공단을 조성해서 기술력있는 지역기업을 육성해야 한다.”

_대구시의원으로서 지방자치에 대한 견해가 있을 것 같다.

“지방자치는 크게 인사와 재정의 자치다. 미흡하긴 하지만 인사자치는 어느 정도 달성된 것으로 본다. 문제는 재정자치다. 일부에서는 지방세와 국세의 비율이 2대 8이어서 지방자치에 역행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조세정의를 생각하면 국세로 많이 거두는 것이 맞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 다만 국비를 지방에 지원할 때 꼬리표를 달지 않기 바란다. 국비 내려보내면서 온갖 명목을 달기 때문에 오히려 지방의 숨통을 죄는 결과를 낳고 있다.”

_출마설이 나돌기도 하는데.

“총선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하지만 의정활동의 경험을 살려 자치단체장으로 봉사하고 싶은 생각은 있다. 광역단체장은 할 능력도 되지 않고, 기회되면 기초단체장에는 도전하고 싶다.”

_미리보는 의정활동, 말씀해달라.

“올 마지막 임시회를 통해 대구시에 혁신을 주문하겠다. 진심을 담아 발언하겠다. 개인적으로 가장 싫어하고, 뜯어고치고 싶은 말이 있다. 비리를 합리화하는 ‘맑은 물에 고기가 안 산다’, ‘좋은 것이 좋은 것이다’라는 문구는 사라지길 바란다.”

전준호기자 jhjun@hankookilbo.com

●약력

대륜고, 서울대 경영대 학ㆍ석사, 계명대 박사

공인회계사

김원구 회계사무소장

계명문화대 및 경운대 겸임교수

대구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 행정자치위원장

저작권자 © 대구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